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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아부다비 출장 보고서
2022. 06. 06 by 울산제일일보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막에서 양이나 치면서 남의 마을을 약탈하던 자들이, 바다에서 물고기나 잡다가 지나가는 배를 상대로 해적질이나 하던 자들이, 어쩌다 운이 좋아 석유가 콸콸 쏟아져 나와서 졸지에 만수르 행세를 하는 나라’라고.

또 어떤 이들은 이렇게도 말한다. ‘인류 최초의 문명인 수메르 문명의 발상지, 이후로 수많은 문명이 명멸했던 지역, 유럽보다 수백 년 앞섰던 이슬람 문명이 꽃피던 곳, 하지만 근세 이후에 크게 몰락했다가 현대에 이르러 옛 영광을 되살린 나라”라고.

이 모두가 걸프만의 산유 부국 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의 7개 토후국 가운데 가장 큰 나라)에 대한 평가다. 필자가 보기엔 후자보다 전자에 동감하는 이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필자도 얼마 전까지 그랬으니까.

지난달 이 나라 수도 아부다비 출장을 다녀왔다. 돌이켜보니 코로나로 인해 2년여만의 해외 출장이었다. 두바이를 거쳐 입국했는데, 두바이에서 아부다비까지는 육로로 두 시간 남짓 걸렸다. 두바이의 휘황찬란한 빌딩 숲을 빠져나와 한동안 사막을 달리는데 어느 순간 녹색의 푸름이 보이기 시작했다. 가이드 말로는 여기부터 아부다비란다. 순간 숨이 막혔다. 얼마나 돈이 넘치기에 바닷물을 담수화해서 만든 비싼 물로 사람도 안 사는 사막에까지 나무를 가꾸나 싶었다.

이번 출장은 ‘World Utility Congress’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는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을 중심으로 5개 발전자회사가 공동으로 참가했고, 여기에 몇몇 중소기업이 더불어 참가한 것이다. 발전회사랑 유틸리티(utility)가 무슨 관련이 있나 궁금했는데 걸려 있는 현수막을 자세히 보니 Utility 앞에 작은 글씨로 ‘Power & Water’라 쓰여 있어 궁금증이 해결되었다. 그러나 곧 더 큰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 회사 부스 바로 옆에서는 3일 내내 ‘원자력(Nuclear Power)’에 대한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수소(Hydrogen)’에 대한 세미나가 3일 내내 이어지고 있었다. 원자력이야 한국의 기술로 현지에 원자력발전소가 건설되었기에 그렇다손 치더라도 수소는 뜬금없어 보였다.

수소는 주제가 다양하고 패널 토론도 열을 띠기에 가끔은 귀동냥을 했다. 걸프만 국가를 일컫는 GCC 국가들이 향후 수소산업의 중심지가 될 거라는 구미 전문가들의 발언은 나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었다.

마지막 날, 두바이에서 왔다는 한 업자가 우리 회사의 부식(腐蝕) 진단 및 방식(防蝕) 기술에 대해 물어보더니 갑자기 태양광발전 설비 하부 지지대의 현재 부식 상황과 향후 부식 수명을 예측할 수 있냐고 물어 왔다. 필자가 규모는 얼마나 되느냐고 되물었더니, 잠시 생각하더니 지평선 너머 끝없이 펼쳐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한수원이 베푼 오찬 모임에서 정재훈 사장은 다음과 같은 말로 남은 궁금함을 일시에 해소해주었다.

“아라비아 사막의 일부 지역에만 태양광 판넬을 깔아도 전 세계의 발전수요를 충족할 수 있어요. 문제는 생산된 전력을 어떻게 세계 각지로 송전하느냐인데, 이는 바닷물을 전기분해 해서 양질의 수소를 생산하여 이를 수송하면 해결되지요. 몇 년 후면 유조선이나 LNG 운반선 대신 수소 운반선이 다니는 시대가 올 겁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망치로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듯했다. 갑자기 아부다비의 지도자들이 위대해 보였다. 곳곳에 붙어 있는 그들의 초상화를 전에는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그 후로는 손바닥을 위로해서 공손하게 가리키게 되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정권이 바뀌어 있었다. 새 정부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전 정부의 탈원전(脫原電) 정책을 백지화한 것이다. 그리고 울산시가 수년 동안 매달려온 ‘부유식 해상풍력발전’ 등 일부 신재생에너지에 대해서도 다소 부정적이었다. 현 정부와 전 정부 정책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게 아니다. 백년대계를 세워 하나씩 초석을 쌓아가도 모자랄 국민의 생명선인 에너지 정책을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정치가나 이들에 빌붙어 있는 선무당 같은 일부 전문가들의 좁은 안목에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잔여 원유 매장량이 백 년 이상 남았다는 에너지 부국이 뭐가 아쉬워 원자력발전소를 건설하고, 태양광발전을 통한 수소생산에 나서겠는가. 우리도 진영의 논리에서 벗어나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 에너지를 준비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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