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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반드시 되새겨봐야 할 ‘에셰데 사고’
2022. 01. 16 by 울산제일일보

지난 5일, 서울에 가려고 울산역에 갔다. 대합실에서 “대전-김천구미 구간 KTX 궤도이탈 사고로 열차운행이 원활하지 않으니 타 교통수단을 이용하시기 바란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한참을 기다려도 열차가 오지 않아 할 수 없이 승용차로 상경했다.

다음날 KTX 사고 관련 뉴스를 보니 사고지점 3km 후방에서 바퀴가 하나 빠졌고 이것이 사고를 유발한 것으로 보고 원인을 조사하는 중이라는 기사가 검색되었다. 문득 1998년의 독일 ‘에셰데 사고’가 떠올랐다.

1998년 6월 3일, 400여 명을 태우고 독일 뮌헨에서 함부르크로 가던 고속열차 ‘이체(ICE)’가 니더작센 주 에셰데 마을 인근에서 탈선한 사고로, 101명이 숨지고 88명이 중상을 입었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는 고속철도 사고 중 사망자 1위를 기록 중이다.

당시 이체는 경쟁 관계인 떼제베(TGV)와는 달리 비용을 줄이려고 에어 스프링이 아닌 기존의 강철 스프링을 사용했는데 떼제베보다 소음과 진동이 더 컸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고무가 삽입된 바퀴로 교체했다. 즉, 바퀴의 크기를 줄인 후 고무 충진재를 부착시키고 그 위에 강철 외피를 둘러 소음과 진동 문제를 개선한 것이다. 이럴 경우, 바퀴의 외피는 고무 충진재의 반복되는 수축·팽창으로 ‘금속피로(fatigue)’가 발생하게 된다. 일례로 성수대교 붕괴 사고도 상판부 양단의 금속구조물이 지나가는 차량의 반복되는 하중으로 피로가 쌓이면서 조기에 파손되면서 붕괴한 사고다.

열차 바퀴의 외피에 금속피로가 누적되면 외피가 급격히 파손되어 떨어져 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를 방지하려면 충분한 사전 모의실험을 통해 안정성을 검증하거나 주기적인 예방점검을 해야 하는데, 이 모두를 충분히 이행하지 않는 바람에 대참사로 이어졌다. 선진국, 기술강국으로 불리는 독일에서 이런 후진국형 안전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당시 이 열차는 목적지인 함부르크까지 약 130km를 남긴 지점에서 사고를 일으켰다. 제일 먼저 발생한 것은 첫 번째 객차의 세 번째 바퀴 외피가 금속피로를 이기지 못하고 끊어져 바퀴를 둘러싸고 있던 외피가 직선으로 펴지면서 객실 바닥을 뚫는 사고였다. 이를 기관사와 승무원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수십 초가 흘렀고, 끝내 두 번째 사고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하필 이 열차는 분기기(分岐器)를 통과하고 있었다. 바로 이때 끊어진 강철 외피가 분기기의 철로와 부딪치며 교차로의 철로를 들어 올렸고, 이 철로가 1번 객차의 천장까지 뚫으면서 객차를 공중으로 띄워버렸다. 이 충격으로 동력차의 바퀴가 탈선해 선로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는 상태에 도달했는데, 이때 이체는 200km/h의 속도를 내고 있었다.

몇 초 후 이 열차는 에셰데 마을 부근의 또 다른 분기기에 이르렀는데, 여기서 탈선한 동력차의 바퀴가 분기기를 강타해 선로를 다른 방향으로 돌려버렸고, 뒤따라오던 객차들이 모조리 튕겨 나가 마침 지나고 있던 다리에 부딪히며 생지옥이 연출되었다. ICE와 부딪힌 다리는 붕괴하고, 사고 현장 바로 옆에서 작업하던 인부 두 명이 즉사했으며, 승객 400명 중 99명이 사망하고 88명이 중상을 입는, 고속철 역사상 최악의 사고가 나고 말았다.

이 사고로 운영사인 도이체반(DB)은 30억 달러에 달하는 배상금 외에도 많은 처벌을 받았다. 반면 이 사고로 많은 개선점이 도출되었다. 일체구조형 바퀴와 에어 스프링이 사용되었고, 차체도 사고 시 구조하기 쉽게 알루미늄을 대거 도입했으며, 창유리도 비상망치로 쉽게 깰 수 있는 유리로 개선되었다. 이후에 나온 ICE-II부터는 중대사고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번 KTX 탈선사고의 원인도 현재까지는 객차 바퀴가 이탈한 것 때문이라고 한다. 독일 에셰데 사고와 비슷한 유형의 사고인 셈이다. 이번엔 다행히 피해가 가벼웠으나 다음엔 에셰데와 같은 대형 참극이 발생할 수도 있다.

신년 벽두부터 연일 대형사고가 터지고 있다. 이 때문에 KTX 탈선사고가 묻혀서는 안 된다. 반드시 사고원인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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