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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마이애미 아파트 붕괴, 남의 일이 아니다
2021. 07. 05 by 울산제일일보

사상누각(沙上樓閣)이란 말이 있다. 모래 위에 지은 집, 혹은 기초가 튼튼하지 못해 무너지기 쉬운 집을 의미한다. 2017년의 포항 지진 때도, 기초가 허술한 저층 아파트나 빌라는 주저앉았으나 고층건물들은 끄떡없었다. 기초가 튼튼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토목적 관점에서 기초가 튼튼한 고층건물이 붕괴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의 한 카운티에서 12층짜리 아파트가 무너져내린 것이다. 처음에 뉴스를 접했을 때는, 부분 붕괴이고 아파트가 폭삭 주저앉은 것도 아니고 해서 가벼운 사고인 줄 알았는데, 사망 및 실종자가 이백명 가까이 이르는 대형 사고임이 드러나고 있다. 사고 규모보다도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사고 원인이다. 아직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진 않았으나 현지에서는 이 아파트가 40년 전에 바다를 메운 간척지에 세워진 데다 기후변화로 해수면 상승과 지반 침하가 일어난 사실을 주요 원인으로 추정하고 있다.

플로리다 주의 한 대학 연구논문에 의하면 이 지역은 매년 2mm씩 침하하고 있었다. 반면에 지난 백 년간 마이애미의 해수면은 30cm가 상승했고, 특히 최근 25년 동안에는 무려 15cm나 상승했다. 이렇게 해수면이 높아지고 아파트가 내려앉으면 무슨 일이 생길까? 아파트는, 좀 더 명확히 말하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즉 철근이 뼈대 역할을 하고 콘크리트는 이를 받쳐주는 몸통 역할을 한다. 철근과 같은 강(steel)은 해수 분위기에서는 부식되기 쉬우나, 콘크리트와 같은 알칼리(alkali) 분위기에서는 거의 부식되지 않고 건전성을 유지하는 특성이 있다. 그런데 콘크리트는 해수 분위기에 장시간 노출되면 처음의 알칼리성(pH 12~14)을 잃고 중성화가 진행된다.

콘크리트의 중성화가 진행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우선 콘크리트의 강도가 크게 떨어진다. 표면이 푸석푸석해지고 미세한 균열도 발생하며, 그다음은 뼈대를 이루는 철근이 부식된다. 콘크리트 내에서의 철근 부식생성물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검붉은 녹이 아니다. 부식에 필요한 산소가 부족한 환경으로 인해 일반적이지 않은 부식생성물이 철근 표면에 생기는데, 이 부식생성물은 일반 녹과는 달리 크게 부피 팽창을 한다. 따라서 콘크리트 구조물 표면에 큰 균열이 발생하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은 수명을 다하게 된다. 마이애미 현지의 전문가도 이번 사고를 아파트 지하 콘크리트 지지물이 부식에 취약해지면서 상부의 하중을 못 이기고 주저앉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설계와 시공은 건축물 주변의 환경까지 고려해서 진행해야 한다. 세계적 허브 도시인 두바이에는 세계 최고층 건물과 해안을 따라 지은 수많은 리조트들이 있는데, 이들 건축물에는 빠짐없이 전기방식(cathodic protection)이란 기술을 적용하여 해수 환경에서도 콘크리트 내 철근이 부식되지 않도록 예방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좁은 국토와 더 좋은 풍광을 얻기 위해 간척지나 바닷가 가까이에 대형 건축물을 시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수도권의 송도 신도시와 부산 해운대의 LCT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국내 건축물에 전기방식을 적용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필자가 경험한 사례도 있다. 부산항의 옛 부산시청 자리에 대형쇼핑몰을 지을 때였다. 기초공사 때 지하침출수에 염분이 많이 섞여 나오자 하부구조물에 전기방식을 적용하기로 했었는데, 비용 등의 이유로 검토단계에서 배제되었다. 안타깝기 그지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거가대교, 인천대교와 같은 주요 국가시설물은 정기적으로 안전진단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대형 민간시설물이다. 이런 시설물은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도 시간이 지나면 마이애미와 같은 아파트 붕괴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이번 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바닷가 고층건물이 사상누각이 안 되게끔 대책을 세워야겠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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