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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영 칼럼
신류(神類)의 시대는 올 것인가?
2021. 03. 11 by 울산제일일보

‘피그말리온’이 있다. 어쩌면 인류 최초의 로봇공학자일 거다. 그리스 신화를 보면 키프로스의 왕인 피그말리온은 자신이 조각한 여인상을 너무나 사랑하여 결국은 아프로디테의 힘을 빌려 사람으로 만들어 아내로 삼는다.

‘제페토’가 있다. 제페토는 자신이 만든 나무인형 ‘피노키오’가 진짜 사람이 되길 간절하게 기원한다. 결국은 요정의 힘을 빌려 피노키오가 사람처럼 살아 움직이게 한다.

신화든 동화든, 인류는 무슨 연유인지 인간과 비슷한 존재를 만드는 데 힘써 왔고, 근자에 들어서는 생명공학과 AI(인공지능) 등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매우 큰 진전이 있었다. 윤리(倫理)라는 문턱이 있지만 유전자 복제를 통한 복제인간도 조만간 나타날 것이다. 이런 노력의 배후에는 영생(永生)을 추구하는 인류의 염원이 있다.

진시황이 불로불사(不老不死)하기 위해 백방으로 처방을 구하러 다닌 사실은 너무도 유명하다. 그 당시 평균수명은 20살 정도였을 것이다. 기록이 조금이라도 있는 조선 시대의 한국인 평균수명도 35세가 채 안 되었다. 그리고 50년 전인 1970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62세 정도였다. 2019년 자료에 따르면 83.3세이다. 불과 50년 만에 20세가 넘게 늘었다, Google 자료에 의하면 2000년 이후에 태어난 인류는 120세까지 수명이 연장될 것이라는데, 틀림이 없을 것 같다. 의료기술이 발달하고,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주변 환경이 좋아지면서 수명이 느는 것은 어쩌면 인류에겐 축복일 것이다. 다만 수명이 연장되는 정도가 아니라 진시황이 꿈꿨던 불로불사가 현실화된다면, 인류에게는 축복일까? 아니면 저주일까?

영화 ‘에일리언’과 ‘글라디에이터’로 국내에서도 유명한 영국 태생 헐리웃 감독 ‘리들리 스콧’이 연출해 1993년에 개봉한 ‘블레이드 러너’란 영화가 있다. 당시 이 영화를 보고 필자가 느꼈던 충격은 이루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주연 배우 ‘해리슨 포드’와 ‘룻거 하우어’의 뛰어난 연기 때문만도 아니었고 ‘숀 영’의 빼어난 미모 때문만도 아니었다. 과학기술이 가져올 미래의 엄청난 파장에 전율을 느꼈기 때문이다. 여러 번 보았던 이 영화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1993년에서 본 미래의 지구는 환경오염과 기후변화가 심각해서 지구가 아닌 다른 행성에 정착지를 개척해야 했고, 개척하는 데 필요한 노동력은 ‘레플리칸트’라 불리는 반인(半人) 반로봇(半ROBOT)으로 채워지는데, 이 레플리칸트가 지능과 자아를 가지고 있어서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키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영화 주인공(해리슨 포드) 블레이드 러너는 통제에서 벗어난 레플리칸트를 처형하는 게 직업이다.

문제는 레플리칸트들이 인간과 거의 같은 지능과 감정을 가졌는데도 수명은 4년으로 세팅한 데서 기인한다. 인간과 대등하거나 어떤 면에서는 더 뛰어난 그들이 수명 연장을 위해 반란을 일으키면서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소용돌이로 휘말린다. 하지만 4년이라는 태생적 한계에서 못 벗어난 레플리칸트의 반란은 죽음(?)으로 끝나고, 해리슨 포드는 인간만큼 업그레이드된 신형 레플리칸트(숀 영)와 사랑에 빠져 아무도 찾지 못할 곳으로 떠나면서 영화는 끝을 맺는다.

‘일런 머스크 (Elon Musk)’란 희대의 천재가 있다. 그는 백 수십 년간 벤츠, GM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업계가 쌓아 온 기존의 패러다임을 불과 수년 만에 TESLA로 혁파했고, 미국과 러시아가 독점해온 우주산업도 스페이스-X라는 민간주도 산업으로 전환했을 뿐 아니라. 이제는 신(神)의 영역에 다가가고 있다.

그는 2016년 뇌(腦)와 기계 사이의 인터페이스 (BMI : Brain-Machine Interface)를 주력으로 하는 스타트업 회사 ‘뉴럴링크(Neuralink)를 설립하고, 돼지의 뇌에 이식한 마이크로 칩을 이용해 돼지의 기분을 느끼기도 하고, 돼지의 행동에 명령을 줄 수도 있게 하는 데 성공했다. ‘뉴럴링크의 기술이 상용화되고, 인간의 복제품이 만들어진다면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이런 가정도 필요 없다. ‘블레이드 러너’ 영화가 현실화되는 것은 이제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는 육체는 복제품이고, 기억은 계속해서 컴퓨터로부터 다운로드를 받는 것을 의미하며, 궁극적으로는 진시황이 꿈꿨던 불로불사에 다가가는 것이다. 이제 인류는 치매 걱정 없이 수천 년을 살게 될 수도 있을 거다. 그러면 인류가 아니라 신류(神類)라 불릴지도 모를 일이다.



전재영 코렐테크놀로지(주) 대표이사/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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