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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산책
오해와 사랑을 가장 많이 받는 가축 ‘돼지’
2020. 07. 28 by 울산제일일보

돼지는 인류가 농경·정착생활을 시작하면서 야생멧돼지를 순화시켜 사육하기 시작해 일찍이 가축화된 동물의 하나다. 돼지는 동물분류학상 ‘유제목 우제류’에 속한다. 순하고 번식력이 좋으며, 식성이나 환경적 요구가 까다롭지 않고, 한 번에 새끼를 10마리 정도 낳으며, 발육이 빨라 가축화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었다.

잡식성인 돼지는 유목생활과는 어울리지 않는 동물로 인간이 정착생활을 시작한 때부터 사육된 것으로 추측된다. 지금의 집돼지는 B.C 6000년경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등지의 야생멧돼지 일부가 순화된 것으로, 본격적인 가축화는 아시아에서 먼저 진행되었는데 동남아는 B.C 4800년경, 유럽은 B.C 3500년경부터였다. 특히 알타미라동굴의 커다란 수퇘지 벽화는 원시인들이 돼지에 대해 가진 높은 관심의 증거다. 우리나라에서는 고구려시대에 한민족이 만주지방에서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들여와 기르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된다.

서양에서 돼지는 다산과 풍요, 부의 상징인 동시에 사나움과 악(惡)을 나타내는 부정적 오해의 동물이다. 그리스·로마 신화에서 돼지는 풍요를 기원하는 신성한 동물로서 농사 관련 주요행사에 상징과 제물로 등장한다. 하지만 돼지는 종교적이든 생태적, 미적 차원이든 대부분의 분야에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한 동물의 하나다. 그 예로 사람의 외모를 비하하거나 사나운 날씨와 탐욕스러운 성품을 부정적으로 말할 때 돼지에 비유하기도 한다.

우리 문화 속 돼지의 의미는 12간지(干支)의 열두 번째 동물로서 재물과 복을 상징하며, 신통력을 가진 상서로운 동물로 표현된다. 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는 재물과 복을 많이 얻을 수 있다는 이유로 좋아한다. 지난 2007년 정해(丁亥)년은 ‘황금돼지해’로 알려지는 바람에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출생률이 현저히 높아지기도 했다. 돼지가 나오는 꿈은 재물을 부르는 길몽으로 여겨 복권을 사기도 한다.

불국사 극락전에는 행복과 즐거움이 가득한 극락정토의 복돼지 조각물이 있어, 지혜로 부귀를 잘 다스리라는 의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국사기(三國史記)는 고구려 수도 국내성을, 유리왕이 제를 지내던 중 제물로 쓰일 돼지가 달아나 이를 쫓다가 발견된 곳이라 해서, 돼지가 상서로운 동물임을 부각시키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는 돼지와 관련된 지명만 약 2천 곳이 있다. ‘돼지골’ 82곳, ‘돼지바우’ 58곳, ‘도야지배미’ 11곳, ‘돼지고개’ 10곳 등이고, 강원도 양구군 해안면(亥安面)은 뱀이 많아서 뱀과 상극인 돼지 ‘해(亥)’를 지명에 사용했다. 특이한 돼지 관련 지명으로는 대전시 학하동 골짜기의 ‘도야지둥그러죽은골’과 경남 창녕군의 ‘돼지목자른만댕이’, 전북 남원시의 ‘돼지무덤’이 있다. 이처럼 돼지는 인간과 전통적으로 가장 친근한 가축이었기에 많은 사랑과 오해를 동시에 받았다.

오늘날 토종 돼지의 새로운 조명은 그 끈기를 말해준다. 20세기 이후 멸종위기에 놓인 토종 돼지를 복원해 우수한 품질의 돼지고기를 생산하고 ‘종자주권’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진행되었다. 1903년 이후, 토종돼지는 생산성이 낮다는 이유로 외국 개량종과의 잡종화가 진행되면서 멸종위기를 맞기도 했으나 1980년대 말 재래종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고조되면서 토종 돼지의 수집과 순수화 복원에 대한 연구가 추진되기에 이른다. 토종 돼지고기는 근섬유 수가 많고 가늘어 씹는 식감이 좋으며, 육색이 붉고, 특히 고기 맛을 내는 글루타민산이 개량종에 비해 30% 정도 많이 들어있어, 풍미와 기호성이 좋은 고급육으로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윤주용 농학박사·전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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