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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산책
우리 소 ‘한우’와의 만남 上
2020. 04. 23 by 울산제일일보

포유동물인 인간은 젖 먹는 시기를 지나면 이빨이 나기 시작하여 자연스레 젖 이외의 음식을 먹어야 함을 알린다. 아직 어금니가 발달하지 않은 상태에서 앞니와 송곳니가 나기 시작했다는 것은 입이 음식을 물어 삼키는 집게 역할 정도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송곳니가 생긴 것을 보면 사람이 어릴 때에도 육식을 즐겼을 가능성이 컸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때는 가장 소화하기 쉬운 음식이 고기였을 것이다. 고기는 위산에 의해 소화되기 때문에 어금니가 덜 발달된 상태에서는 씹지 않고 그대로 삼켜도 된다. 영양성분이 농축된 고기는 어린 시기의 성장에 크게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인간이 고기를 얻기 위해 가장 손쉽게 접한 동물의 하나가 초식동물인 소였다. 인간은 소를 가축삼아 가까이하면서 그들의 생활습관도 배웠다. 우리 인간사회에서 지도자를 ‘우두(牛頭)머리’라고 하는 것도 소의 무리 생활에서 집단을 이끌 때 대장 소가 항상 앞장서는 것에서 유래하지 않았을까. 띠를 나타내는 12가지 동물(12간지)의 순서에서 소가 앞자리를 차지한 것도 소에 대한 인류의 경외심이 반영된 결과일지도 모른다.

지구에서 흔적을 살펴보면, 구석기시대 후반인 약 1만7천 년 전의 야생 소 벽화가 스페인 알타미라와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서 발견되었다. 한국의 소, 한우(韓牛, Bos taurus coreanae)는 오록스에서 북방계열로 진화했으며, 소를 키운 역사는 약 4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김해패총에서는 2천여 년 전의 소뼈가 발굴되었다.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기록된 우가, 마가, 저가와 같은 부여의 족장 명으로 보아, 당시에도 소 사육이 일반화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고구려 무덤 쌍용총에서는 ‘우교차도(牛轎車圖)’가, 삼실총에서는 소의 모습을 한 ‘농사신(農事神)’의 벽화가 발견되었다. 신라 눌지왕 22년(438년)에는 소로 수레를 끄는 법을, 지증왕 3년(502년)에는 소를 이용한 농법을 가르쳤다고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기록되어 있다.

한우에도 다양한 털색의 소가 있었다. 고구려 안악3호분에 그려진 3종의 소 가운데 하나는 황갈색 털에 검은 줄무늬가 있어 범소(虎斑牛)라고도 불리었고,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적갈색, 흑갈색, 흑색, 줄무늬 등 다양한 색깔의 소가 존재한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지용의 시 ‘향수’ 속의 소와 박목월의 동시 제목 ‘얼룩송아지’는 모두 젖소 홀스타인이 아니라 한우 칡소가 모델이었다.

우리 민족과 함께해 온 한우는 제천의식의 제물로 신성시하던 존재였고, 농경시대에는 ‘생구(生口)’라 하여 가족의 일원이나 다름없었다. 외양간을 뒷간보다 가깝게 두고, 먹다 남은 음식을 함께 먹는 등 식구처럼 생활했고, 정월대보름에는 한우에게도 오곡밥과 나물로 상을 차려 주며, 한 해 농사를 잘 지어보자고 격려한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한우는 시련과 성장의 역사를 두루 거쳤다. 강점기에 일제는 ‘황갈색만 한우로 인정한다’는 심사표준규정을 만들어 한우의 다양성을 말살하려 했고, 약 150만 마리를 일본 와규(和牛)의 개량, 식량 조달 등의 목적으로 일본, 중국, 러시아로 반출하기도 했다.

오늘날 고기의 이용 면에서 보면 한우는 수입소고기에 비해 고깃결이 섬세하고 탄력이 있어 우리 고유 식문화인 숯불구이에 가장 적합한 육질을 지니고 있다. 숯불구이용으로는 근내지방도 즉 마블링(Marbling) 20% 안팎의 고기가 잘 나간다. 마블링이 좋은 고기는 구울 때 지방이 녹아 고기 표면을 감싸므로 수분 증발이 억제되어 육즙이 많고 연해서 선호도가 높다.

이와 같은 한우 고급육과의 만남, 그 중심에 울산이 있다. 언양과 봉계 지역의 불고기단지는 전국의 명소로 알려져 있고, 사육농가의 성적도 대한민국 한우품평회에서 2번이나 대상을 차지할 정도로 좋다. 이는 농업기술센터가 3회에 걸쳐 한우대학을 열어 이론을 교육하고, 한우사육 농업인이 농가 현지 컨설팅을 적극 실천한 결과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런 성과를 거울삼아 울산의 한우는 한 발 한 발 소걸음으로 전진을 계속할 것이다. ▶下편으로 이어짐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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