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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산책
우유 이야기 ③ 우유제품의 합리적 소비
2020. 04. 09 by 울산제일일보

우유를 원료로 하는 제품은 시유(市乳), 요구르트, 버터, 치즈, 분유, 연유, 아이스크림, 칼피스 등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각종 식품에 첨가되어 우리에게 다가오는 것은 너무나 많다. 대표적인 것으로 빵과 과자류와 미국식 피자를 들 수 있다.

치즈가 듬뿍 들어간 피자는 영양이나 에너지 면에서 한 조각만 먹어도 충분하다. 그러나 성장기의 어린이들은 무려 반판 이상 먹는 경우도 적지 않다. 거기에다 고에너지 설탕물인 콜라까지 곁들인다. 이 때문에 우유가 뼈의 칼슘을 빼내 건강을 해치는 유해식품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마시는 우유였다면 배가 불러 그리 많이 먹지는 못했겠지만 피자 맛의 유혹에 이끌려 높은 칼로리는 생각도 못한 채 지나치게 많이 영양 섭취를 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치즈는 우유를 10배로 농축시킨 식품이다. 이탈리아 현지에서 필자가 먹어 본 전통 이탈리아 피자는 지극히 단순한 밀가루 떡에 지나지 않았다. 과일 소스를 바른 그야말로 저 에너지 식품에다 맛도 담백했다. 이것이 미국으로 건너가 대규모 상업화의 길을 걸으면서 맛을 낸답시고 각종 과일과 치즈를 위에 올리고 구워낸 고칼로리 식품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생리학적으로 보면 젖은 인간이 젖니가 나기 전까지 먹는 음식이다. 이빨이 나기 시작하면 젖에서 멀어지도록 이유식을 먹인다. 포유동물의 세계에서 영양학적으로 우유보다 더 완벽에 가까운 좋은 식품은 없었다. 척박한 땅에서 유목생활을 했던 인류는 늘 고기로 배를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소나 양, 낙타나 말의 젖으로 수태차, 발효유 등을 먹는 법이 개발되고, 좀 더 오래 보관하기 위해 치즈와 버터가 만들어졌다. 딱딱하고 보관·휴대가 편하면서 영양이 풍부한 유제품이 탄생하게 된 것으로, 단백질을 지속적으로 먹을 수 있는 지혜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우리는 마시는 시유(市乳)를 중심으로 학교급식과 일반 소비를 해 왔다. 유럽을 비롯해 유목생활을 해온 곳에서는 어릴 때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우유와 유제품을 꾸준히 먹어온 탓에 소화효소의 도움으로 전혀 거부반응이 없었다. 그러나 우리 민족은 오랜 세월 탄수화물 덩어리인 쌀이 주식이었다. 이런 환경적 영향으로 어릴 때 엄마젖을 먹고 난 뒤로는 오랫동안 유제품을 가까이 하지 못했다.

그러나 1970년대 이후 경제사정이 좋아지고 유제품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었다. 탄수화물 위주의 식습관이 사람에게 유당불내증(乳糖不耐症) 즉 우유 속에 있는 당분을 소화시키지 못해 뱃속이 부글거리고, 식이성 설사가 나는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사실이었다. 이처럼 마시는 우유를 소화시키기가 어려우면 발효유인 요구르트를 권하고자 한다.

발효유를 1년 정도 먹으면 일반 흰 우유도 소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다만 먹는 양에는 ‘과유불급’의 원칙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성인의 경우 흰 우유는 하루 200㎖ 들이 2개 정도가 적당하다. 나머지는 씹어야 하는 탄수화물 등 다양한 영양군으로 대체하면 된다. 치즈나 버터와 같은 다양한 우유제품을 즐기되 이들 식품은 영양 함유가 과다한 상태이므로 먹는 양을 적당히 조절해야 한다. 우유나 유제품이 아무리 영양과 칼로리가 우수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면 소아비만이나 각종 성인병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할 때 다양하고 합리적인 우유제품 소비가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지난해 울산에서도 청년농업인 2명이, 울산농업기술센터의 시범사업의 하나로, 요구르트와 치즈, 아이스크림과 같은 유제품을 생산하는 가운데 이를 즐기면서 소비하는 ‘체험교육농장’을 열었다. 주말에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어, 유제품 소비의 합리적 모델을 제시한 사례여서 뿌듯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9천년 전부터 최고의 영양, 최고의 약으로 칭송받았던 우유가 오늘날에는 활용방법의 잘못으로 건강의 적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우유를 떠나서 살 수는 없다. 주곡인 쌀보다 소비가 더 많아지면서 중심 먹거리로 부상하는 중이다. 우유제품의 합리적 선택과 적정량의 섭취는 맛과 건강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이다.





윤주용 울산시농업기술센터 소장·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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