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차·보행문제 입체도시로 풀자
주차·보행문제 입체도시로 풀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5.19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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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실용 위한 도시환경 디자인
한삼건교수의도시이야기
▲ 터키의 지하도시 데린쿠유 동굴 지형도.

최근 국내에서는 베이비부머의 은퇴관련 이슈가 달아오르고 있다. 필자도 베이비부머의 한사람이다 보니 관련 뉴스에 관심이 높다. 특히 울산은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은 다른 대도시에 비해 공업중심의 산업구조를 가진 도시다보니 정년이 규정돼 있는 기업이 많다. 당연히 각 기업마다 정년퇴직을 했거나 퇴직을 앞 둔 베이비부머가 줄을 서 있는 실정이다. 이들 퇴직자는 누구라 할 것 없이 회사를 그만 둔 후의 넘치는 시간과 부족한 수입을 어떻게 해결할 지 고민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정년퇴직 베이비부머의 재테크 수단 가운데 하나가 원룸사업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울산시 통계연보를 보면 2006년을 기준으로 2011년까지 5년간 울산시내 다가구주택이 4.6배나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통계에 잡힌 다가구 주택이 모두 원룸은 아니라 하더라도 이런 폭발적인 증가의 원인이 원룸 신축에 있다고 봐서 무리는 없을 것이다. 2011년 울산의 다가구 주택은 11만 40호로 같은 해 울산이 보유한 총 주택 호수의 27%에 달한다. 이렇게 많은 다가구 주택의 증가가 도시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 오는 것일까? 원룸 신축과 도시디자인에는 어떤 관계가 있고, 주차장 문제와는 또 어떤 인과관계가 있을까.

원룸이 도시디자인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주차장 문제다. 또 다른 문제로는 동네 공동체의 붕괴를 들 수 있다. 언뜻 보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싶지만 이 두 가지 모두 도시디자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먼저, 주차장 문제를 보자. 보통 원룸 주차장은 관련법규에 따라 1층을 들어 올린 필로티(piloti) 구조로 확보한다. 이것이 일반화되면서 심지어 원룸의 법적인 최고 층수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필로티 구조로 된 주차장은 층수로 계산하지 않는 규정까지 생겼다. 즉, 다가구 주택은 3층 이하로만 지어야 하는데, 필로티가 있으면 실제 층수가 4층이 되기에 이것을 주차장으로 쓸 경우 층수를 3층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한 결과 원룸이 밀집한 곳은 도로변 풍경이 삭막하다. 길가에 늘어선 집의 1층은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텅 비거나 자동차만 들어차 있어서 표정이 없고 어둡기 때문이다. 게다가 건축주나 입주자 입장에서도 필로티 주차장은 고민거리다. 왜냐하면 주차대수가 원룸의 규모를 결정하다보니 주차문제를 해결해야 한 집이라도 세를 더 둘 수 있고, 입주자 입장에서는 주차대수가 부족한 것은 물론, 좁은 주차장을 이용하기가 결코 편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는 일반적으로 원룸에 사는 사람들이 단독주택이나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 비해 이웃 교류가 적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주로 1명이 살거나 자주 이사를 하는 점이 주된 원인일 것이다. 아파트의 경우는 입주자 모임을 비롯한 다양한 공동체가 있고, 단독주택의 경우에도 주인이 오래 거주한 경우나 아이나 노인이 함께 사는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이웃 교류가 생겨나게 된다. 이런 이유에서 원룸이 많은 곳은 주민 사이에 교류가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차나 쓰레기 처리 등 기본적인 도시생활에서 트러블이 생기기 쉬워진다. 당연한 얘기지만 주차장 부족에 따른 불법주차, 쓰레기 방치 같은 것은 당장 보행자를 불편하게 하거나 이웃 불화의 원인이 되고 나아가서 도시미관을 해치게 된다.

그러면 원룸 밀집지역의 도시미관은 어떻게 지켜낼 수 있을까. 필자는 구청 디자인위원회에서 늘 강조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차량 진·출입구를 제외한 필로티 부분에 벽체를 세우자는 것이다. 잘 디자인된 벽으로 주차장만 가려도 거리 풍경은 달라지게 된다. 거기다가 야간에는 이 벽체에 간접 조명을 하거나 아예 벽을 빛이 나는 구조로 하면 밤거리도 밝히고 방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앞의 글에서 언급했듯이 주차관련 제도를 바꾸면 좋다. 즉, 모든 원룸이나 상가가 자기 부지에 반드시 주차장을 확보하지 않아도 되도록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한다면 주차장과 건축물을 따로 짓고, 따로 관리할 수 있어서 건축주에게도 도움이 되고, 주차장 사업이라는 투자 아이템이 생겨나게 되며, 필로티가 사라지게 돼 도시미관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물론 이것이 모든 문제를 일거에 해소해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51년 전에 차고지 증명제를 도입해서 시행하고 있는 일본을 보면 우리와 다른 문제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네 원룸 촌이 필로티 주차장으로 뒤덮인 반면에 일본은 중소 지방도시 도심거리가 온통 평면주차장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차장이 부족해서 도로에 불법주차차량이 넘쳐난 결과 도시미관을 해치고 보행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면 일본은 주차장 사업에 뛰어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도시공간이 삭막해진 것이다.

한편, 이런 주차와 도시미관을 함께 고민한 결과 필자는 아예 도시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바꿔 버리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을 해 보고 싶다. 그 전제 조건은 울산시가지가 해안에서 가까운 넓은 충적지에 만들어졌다는 점과 자동차와 사람의 근본적인 분리라는 두 가지다.

울산 시가지도 예전에는 태화강이나 동천이 범람해도 잠기지 않을 위치에 형성돼 있었다는 사실을 당시의 지형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울산읍성이나 병영성이 그랬고, 학성동 학서마을, 학남마을과 달동마을 등이 그랬다. 홍수 때마다 침수가 됐던 남구 삼산동 옛 중리마을이나 북구 옛 명촌마을에는 과거 집집마다 ‘돈대(墩臺)’가 있었다고 한다. 홍수로 집이 잠기면 돈대 위에 피신했다가 물이 빠지면 내려왔다는 노인들의 증언을 들었다. 물론 태화강에 제방이 만들어지기 전의 모습이다.

▲ 길가의 늘어선 주차와 원룸의 필로티 구조의 주차장 모습이 삭막하다.

시대가 바뀌어서 지금은 평상시에는 자동차가 마치 홍수처럼 밀려다니고 실제로 홍수가 나면 시가지가 잠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울산시가지 저지대는 울산수리조합 사업의 결과물로 1930년을 전후한 시기에 만들어진 태화강과 동천강 제방으로 인해서 홍수 때마다 잠기는 운명에 처해 있다. 다만 성남, 옥교, 학성, 반구, 삼산 등의 배수장 덕분으로 큰비가 와도 침수피해를 보기 힘든 것이고, 그곳에서 밤새 물을 퍼내주는 공무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뿐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울산에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적어도 남구 삼산동이나 중구 옥교동과 성남동, 반구동 등 저지대의 도시구조가 홍수피해로부터 항구적으로 안전한 모습이 되도록 해야 하는것이 아닐까.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홍수나 태풍이 올 수도 있다고 한다. 이를 대비해서 제방을 더 높여쌓고, 최신 펌프를 갖춘 펌프장을 더 만들어서 대비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펌프모터를 돌리는 전기가 태풍으로 끊어지면 그 순간 시가지는 잠긴다. 이미 울산은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서론이 길었지만 필자는 태화강 제방이 없어도 견디는 울산을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것은 앞서 언급한 필로티 구조를 전체 시가지에 확산시키는 것이며, 홍수를 피하게 해주는 돈대를 아예 전 시가지에 구축하는 것이다. 즉, 공중에 뜬 입체도시를 만들자는 말이다. 물이 차더라도 가재도구나 침실이 물에 잠기지 않고, 차량이 아무리 많아도 보행자 안전에 위협이 되지 않는 그런 도시를 만들면 되는 것이다.

방법은 이렇다. 저지대에 속하는 시가지 전역에서 건축을 지을 때 1층을 필로티로 하도록 규제하는 것이다. 필로티는 평소에는 주차장 등의 용도와 홍수가 났을 때 물에 잠겨도 되는 용도로 이용하면 된다. 물론 자동차용 도로도 지금처럼 노면에 두면 된다. 대신에 자동차만 다니는 도로 상부에는 사람을 위해 공중보행로를 만든다. 이곳은 보행자와 동력을 이용하지 않는 자전거만 다니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도심 자동차 통행 속도는 빨라지고, 교통사고는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이며, 보행과 자전거같은 친환경교통이 정착되고, 주차장 문제 해결이 기대되며 홍수가 나도 별 피해가 없는 도시구조가 될 것이다. 이런 도시구조가 완성되면 태화강 제방도 그 존재 의미가 사라질 것이다.

우리는 한참 전에 북한과의 대치로 건물을 지을 때 방공호 개념의 지하층 확보를 강제한 적도 있었고, 지금은 아파트를 지을 때 지하주차장 면적 비율을 강제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제도를 보더라도 침수, 주차, 보행안전 등 구조적인 도시문제 해결이라는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필로티 구조를 강제하는 정책이 시행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본다. 필로티 도시는 캐나다 몬트리올이 지하도시를 만든 것이나 동남아 지역에서 보이는 물위의 도시, 중국이나 터키에서 보이는 지하도시와 같은 맥락이다. 울산만의 도시문제 해결방안으로 이런 공중(空中)을 활용한 입체도시가 만들어지고, 태화강 제방도 사라져서 21세기형 해양도시 울산으로 재탄생하는 그림을 그려보는 것은 대단히 유쾌하다. 독자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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