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사노바의 초콜릿
카사노바의 초콜릿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4.29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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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가 좋아 인테리어가 멋진 명품카페에 가끔 들리곤 한다. 그곳을 들여다보면 젊은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답게 나눈다. 나이든 기성세대는 아예 보이지 않지만 미시족같이 보이는 여성들이 군데군데에서 수다를 떠는 것이 보인다.

지금의 카페는 옛날과 격세지감이 있다. 문득 학창시절 친구들과 자주 젊음을 이야기하던 학교 앞 암스테르담 커피숍이 생각난다. 어느 중년부부가 하는 조그마하고 낭만적인 곳이다. 말 그대로 네덜란드의 수도 암스테르담을 옮겨놓은 듯 구라파풍의 인테리어로 잘 꾸며져 있어 외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잘 어울리는 곳이다. 제법 서구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는데 필자도 한때 이곳에서 아내를 처음 만나 연정을 느낀 곳이라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당시 대학가를 벗어나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야 대부분 ‘다방’이었다. DJ가 LP판을 틀어주면서 재치 있게 진행하는 ‘음악다방’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든 사람이 좋아하는 담배연기 자욱한 ‘일반다방’도 있다. 그런데 그 때도 커피의 향기는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대부분 건강차를 시켜 마셨던 것 같다. 땅콩가루가 들어간 고소한 두향차, 날계란 노른자를 살짝 넣어 마시는 쌍화차, 위스키가 약간 들어간 티, 하물며 계란을 반 정도 삶은 반숙 등, 대부분 간식용이었다.

을지로 어느 다방에는 한복을 다소곳이 차려입고 손님을 맞이하는 얼굴마담도 있어 한때 다방문화의 극치를 이루었던 적도 있었다. 지금은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한때의 추억거리로 생각하면 흐뭇하여 그립다. 필자가 다녔던 대학 안에는 조그마한 전망대식 동산이 있는데 데이트를 한답시고 알코올 도수가 약한 포도주를 사서 가끔 오르곤 했던 것도 생각난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냉기 도는 아이스커피를 즐겨 마신다. 또한 생크림을 듬뿍 올린 와플, 잼을 발라 먹는 둥글게 생긴 베이글 빵 등 기성세대와 다르다. 게다가 그것과 곁들여 먹는 ‘초콜릿’은 젊은이에게 빼놓을 수 없는 먹거리 기호품이다. 이것 한잔을 마시면 온 입안이 황홀한 맛과 설탕 범벅 같은 맛이 뒤섞여 그들의 젊음을 강하게 대변하는 듯하다.

옛날 멕시코의 몬테스마 2세(Moctezuma II, 1466-1520)는, 황금으로 된 컵에 이것을 하루 50잔씩이나 따라 마셨다. 그리고 자기의 밀실 하렘(harem)에 들어갈 때는 큰 잔에 가득 따라 마시고 들어갔다고 한다.

초콜릿은 테오부로마·카카오라는 나무에서 만들어진다. 족히 20m 가까이 자란다는 이 나무는, 딱딱한 껍질로 둘러싸인 폿도(Pod)라는 신기한 열매가 나중에 달린다. 그 속을 보면, 아몬드형의 쓴 맛 나는 카카오 콩 60여개가 소복이 들어 있는데, 이 콩을 발효 건조시켜 초콜릿 제품의 기본 원료인 카카오니부를 만들어 낸다.

뉴욕 주립정신의학연구소에 의하면, 사랑을 하고 있는 인간의 뇌에는 페넬·에칠에민이라는 물질이 상당히 들어있는데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안페타민을 복용했을 때와 같이 기분을 고양시키는 효과가 난다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초콜릿에 페넬·에칠에민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실연(失戀)에 빠진 이들은, 자연스럽게 초콜릿 애호가가 된다는 것이다. 그것은 아마 자신을 사랑에 빠지는 상태로 다시 돌아가 기분을 고양시키려는 이른바 자기치료법일 것이다.

사랑이라고 하면 역사적으로 빼놓을 수 없는 유명한 사람, 카사노바와 마담·듀바리가 있다. 그들이 초콜릿을 너무나 좋아했다고 하는 것도 그저 우연이라고 할 수 없다. 에너지의 원천이 되는 음료로 생각하여 일찍이 초콜릿의 영양가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신의 음식’일 뿐만 아니라 ‘사랑의 음식’이라고 하는 초콜릿은, 스페인 사람 콜테스(Cortes·H, 1485-1547)가 처음으로 멕시코에서 제조법을 배워왔다고 하는데 그 당시 스위스에서는 이것을 군사기밀 같이 소중히 다루기도 했다. 전쟁터의 나폴레옹도, 우주의 비행사, 에베레스트를 정복하는 등산가도 이것을 필수품으로 소지하여 가는 것을 보면 즉석의 활력음료임에 틀림없다.

희로애락의 속세에서 우리는 오늘도 하루하루 버겁게 살아가고 있다. 잠시 구수한 향기가 나는 카페에서 진한 ‘초콜릿’ 한잔을 한번 탐하면 어떨는지? ‘초콜릿’에서 맛보는 당의정(糖衣錠)보다 거기에서 우러나는 진정하고 달콤한 인생의 진한 맛(眞味)을 한번 느껴보면 어떨는지?

김원호

울산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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