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에 짜릿한 상상을 더하자
천혜에 짜릿한 상상을 더하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3.10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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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관광 경쟁력, 강·바다 이용한 즐길거리 필요
유람선 수영장 백사장 둔치열차 헬기 고려할 만
▲ 시모노세키.

지난 2월 하순, 주말을 이용해 큰 아이와 일본에 다녀왔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우리 부자는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 헬리콥터를 타 본 것이다. 이 관광 헬리콥터는 부관페리가 기착하는 시모노세키(下關)시내 카라토(唐戶) 해변에서 휴일이면 항상 탈 수 있는데, 요금에 따라 세 가지 코스가 있다. 우리가 탄 것은 가장 값이 싼 5분짜리 코스였지만 우리의 처녀비행은 감동 그 자체였다. 헬리콥터는 조종사 포함, 4인승으로 소형이었지만 관문해협 상공을 나는 기분은 최고였다.

▲ 카라토 해변에서 탈 수 있는 관광헬리콥터.

헬리콥터가 땅을 박차고 오르자 일본 혼슈(本州) 시모노세키시와 큐슈(九州)의 모지(門司)항, 그리고 이 두 도시를 갈라놓은 관문해협, 그리고 갈라진 두 땅을 다시 이어주는 관문해협대교가 한 눈에 들어 왔다. 비행코스를 따라 우리가 타고 온 부관페리 성희호도 보였고, 16세기 일본의 전설적인 검객 미야모토무사시(宮本武藏)가 목숨을 건 결투를 벌인 간류지마(嚴流島)도 눈 아래에 보인다. 그뿐 아니다. 시모노세키시의 상징인 ‘유메(夢)타워’는 물론, 수족관 ‘카이쿄칸(海響館)’, 초밥과 어시장이 유명한 카라토 공설어시장 건물도 손에 잡힐 듯하다. 이미 헬리콥터를 타기 전에 간류지마행 유람선을 타 보았기 때문에 이날 우리 부자는 육지와 해상, 그리고 공중에서 시모노세키 시내 관광을 만끽했다. 우리가 돌아 본 대상은 일본 지방 소도시 시모노세키였고, 반나절 동안 돌아 본 곳도 많지 않았지만 이 도시는 우리의 뇌 속 해마에 새겨져 오래 남을 추억을 주었다. 그 이유는 헬리콥터에 있었고, 그 비행이 좋았던 이유는 일상에서 접할 수 없는 체험을 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처음 타보는 헬리콥터 체험도 중요하지만, 높은 하늘에서 내려다 본 이국의 풍경이 더 큰 감동의 원천이 되었다.

그런데 ‘높은 곳’에서 본 풍경은 왜 더 좋고, 아름답다 느낄까. 그것은 ‘원경(遠景)’이 주는 조화, 작고 보기 싫은 것은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는 생략에서 오는 것이라고 본다. 즉, 보통의 시가지를 걸으면서 보는 이쁘지 않은 간판, 벗겨진 페인트, 녹슨 건물, 노상 방치물 같은 보기 싫은 요소가 많이 섞여 있게 마련인데, 높은 산이나 하늘에서 시가지를 보면 이런 것은 모두 보이지 않는다. 그 뿐 아니라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전체를 100으로 보면, 하늘이나 산, 강이 대부분의 면적을 차지하고, 시가지 풍경은 50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래서 원경의 대표적인 모습인 부감풍경은 어디서나 나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원경을 이루는 부감풍경도 그것을 알고 있어야 더 아름답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다. 다시 시모노세키시의 헬리콥터 이야기로 가서, 필자가 카메라 앵글을 들이댔던 곳은 모두 필자가 이전에 방문했거나 알고 있는 것이었다는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다. 현수교인 관문해협대교, 수족관 카이쿄칸, 카라토어시장, 간류지마, 부관페리, 시모노세키 역, 유메타워, 모지항 등은 이미 다녀본 곳이다. 알고 있는 장소, 방문한 적이 있는 시설이 있기에 공중에서 내려다 본 풍경이 더 가깝게 다가오고 감동도 컸던 것이다. 도시사진을 육지와 바다, 공중의 세 방향에서 촬영할 수 있었던 것은 덤으로 받은 선물이었다.

▲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유람선.

이야기를 우리 울산으로 돌려보자. 산업도시 울산의 변화 가운데 광역시 승격 후 대표적 움직임 중 하나는 ‘관광’일 것이다. 관광은 굴뚝없는 산업이다. 이미 국민 경제생활의 질이 높아지고 그 결과 삶의 여유를 중시하게 됐고, 앞으로는 실버관광도 크게 성장할 것이라 한다. 이런 거시적인 흐름을 잘 읽고 대응하는 선제적인 도시디자인 전략도 필요해 보인다. 울산은 여러모로 아직 관광 미개발지이다. 그런 만큼 성장 가능성은 크다. 관광인프라라고 하면 숙박시설, 교통시설, 위락시설이 대표적이지만, 볼거리가 있을 때 소용이 된다. 볼거리는 자연처럼 본래 존재하거나 그리스 문명을 전하는 도시나 유적처럼 오래 전에 살던 조상의 흔적 등도 있지만, 현재 우리가 만들어 가는 방법도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같은 대상을 두고서도 감상 방법을 다양화함으로써 관광 경쟁력, 나아가서 디자인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가능하다.

시모노세키류의 울산도시디자인 방법을 생각해보자. 직설적 방법으로 우리도 헬리콥터를 띄워 보는 것이다. 탑승지점은 울산공항, 태화강역 배후의 쓰레기 매립장, 울기등대 숲, KTX 역, 간월재, 간절곶 등이다. 주 비행코스는 울산만에서 울산대교, 태화강, 영남알프스를 잇는 동서 축과 해안선을 따라서 날아가는 남북선이 가능성이 있다. 필요에 따라 울산공항에서 김해공항을 연결하는 셔틀도 가능하다. 약 20년 전의 일이지만 울산에서 김해공항 간의 도로교통이 너무 정체가 심해서 셔틀헬리콥터가 실제로 비행했던 적이 있다. 헬리콥터가 도입되면 울산을 공중에서 볼 수 있어 새로운 체험 기회를 제공하게돼 장기적으로는 울산을 알리는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 숙박시설을 비롯한 관광인프라가 부족한 만큼 반나절 정도의 울산체재 시간을 이용해서 최대한의 볼거리와 감동을 줄 수 있게 되어 울산 관광 초창기의 화제거리를 만들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배다. 유람선을 이용한 관광은 강과 바다를 낀 도시관광 트렌드다. 울산의 경우도 가능성이나 개발 여력은 충분하지만 아직 미답지이다. 다만, 고래관광여행선이 곧 업그레이드 돼 선보인다니 안타까움을 조금 줄여준다. 배가 다니기 힘든 태화강이나 동천강을 생각할 때 석탄부두와 명촌교 사이 옛 대도섬 앞 넓은 수면을 활용하는 방안이 있다. 이곳은 현재 재첩잡이 배가 이용하는 정도로 항상 비워져 있다. 이곳에 주말마다 레스토랑 보트를 띄워 새로운 명물로 만들면 좋을 것이다.

주간에는 울산대교와 돋질산, 무룡산, 치술령은 물론 울산시가지의 고층빌딩을 볼 수 있고, 특히 야간에는 강양안의 자동차 불빛과 공단의 조명, 울산대교의 경관조명을 즐길 수 있어서 더욱 좋다. 주 접근로는 장차 개통될 동해남부선 복선전철을 고려하면 태화강역에서 직접 강으로 공중 보행로를 연결시키는 곳에 선착장으로 두면 될 것이다.

또 하나의 유람선 코스는 바닷길이다. 북구 정자항과 동구 방어진항, 남구 장생포항과 태화강역, 울주군 진하항을 연결하는 유람선 코스도 개설되면 좋을 것 같다. 바다의 도시, 해양 울산을 보여주는 코스로 전략적인 개발이 필요해 보인다. 이 코스는 일제강점기에는 부산과 강릉을 연결하는 배가 실제로 다니기도 했다. 울산관광을 다양화하고 여기에 맞는 스토리텔링의 옷을 입히면 산과 강, 바다와 하늘을 함께 보여주는 입체적인 관광도시 디자인이 가능해 질 것이다.

물을 이용한 도시 디자인 마지막 코스는 강변을 좀더 즐거운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 것이다. 강은 도시의 패스(path, 통로)이자 엣지(edge, 가장자리)이다. 강이 도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시각 회랑이자 시가지를 감싸는 경제선이라는 말이다. 강의 디자인 수준에 따라 도시이미지가 결정된다. 태화강, 동천강, 회야강, 외항강은 울산의 4대강이다. 그러나 어느 강도 도시디자인이라는 관점에서 제대로 디자인 되지 못했다. 다만 태화강은 최근 들어 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물이 맑아지고 산책로가 생겼으며, 태화강대공원, 대숲공원, 태화루역사공원이 정비되었거나 정비 중에 있다. 그러나 아직 태화강을 무대로 한 시민활동이 자전거 타기와 산책, 조깅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좀 더 다양하고 많은 활동이 강변에서 일어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한때 울산시청 간부가 태화강 수영대회를 앞두고 강물이 맑아진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실제로 강물을 마셨다는 얘기도 있는 만큼 몸을 담그게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19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도심인 성남동, 옥교동 아이들도 태화강에서 멱을 감았다. 태화강에서 수영을 하도록 해보자. 안전한 구간을 정해서 일정기간 수영을 허용할 수도 있고, 수영장같은 배를 띄우는 방법, 강변둔치에 임시 수영장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또 하나는 물놀이장이나 모래톱을 만드는 일이다. 인공 백사장을 만들어서 즐기는 방법도 태화강의 특징을 부각시키는 길이 된다. 그리고 공해로 죽었다가 되살아난 태화강인 만큼 강물 속을 보여주는 시설도 고려해 보면 어떨까. 일본 키타큐슈시는 태화강처럼 다시 되살아난 무라사키를 보여주기위해 강변에 물 환경관을 만들어 강의 속살을 보여준다. 방문객에게 강을 알리고 체험하게하는 좋은 방법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장차 태화강변 둔치를 달리는 꼬마 관광열차 도입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아직 국내에서는 도로교통법상 이런 류의 차량이 일반도로를 달리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태화강 산책로라면 가능하지 않을까. 이왕 하구에서 최상류까지 지금처럼 과도하게 자전거도로를 정비한다면 좀 더 과감한 활용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고무바퀴로 달리는 꼬마열차를 타고 태화 강변을 오르내리는 것이 울산의 풍물시가 되고 대표적인 관광상품이 되는 날도 상상으로 끝나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항구도시 울산, 강의 도시 울산을 위한 도시 디자인은 강과 바다를 어떻게 다듬고 활용하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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