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에 새긴 백성의 마음
돌에 새긴 백성의 마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3.01.10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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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월급(月給)을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내놓고 타던 말을 팔아서 그 돈을 각 면에 나눠 주어주민들의 재산이 되도록 하였다. 또 사찰과 역, 관청 노비들에게 돈을 나눠 주어 잡무를 덜게 해 주었다. 수천냥의 돈으로 백성들의 노역을 보완하도록 한 일은 울산이 생긴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임기를 마치고 울산을 떠날 때에 고을의 각 청과 울산지역의 모든 주민들이 날마다 몰려와 아쉬움을 달래는 전별례를 올리느라 경주와 영천가는 경계지점에 이르기까지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을 정도였다.(울산부선생안 치적부)”

중구 학성동 학성공원 북쪽 도로 가까이 비탈에 작은 바위가 하나있다. 조선 영조시대 울산도호부사를 지낸 조재선(趙載選·1713~1774)을 기리는 선정비(善政碑)이다. 지금까지 방치돼 있다 보니 비의 표면이 많이 닳아 전체 문장을 파악하기 어렵지만 울산부선생안의 기록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한다.

조재선은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였던 1764년부터 1769년까지 6년간 울산도호부사를 지냈다. 임기를 제대로 마친 몇 안되는 울산부사 중 한명이다. 그가 얼마나 훌륭한 행정을 펼쳤고 그에 대한 울산 주민들의 사랑과 칭송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그를 기리는 선정비가 울산 등에 4개나 세워졌다. 울산에 3곳, 밀양에 하나가 남아 있다. 학성공원과 북구 강동동 달골마을 입구(비석걸)에 작은 비석이 있고 울주군 웅촌면 고연리 반계마을 뒷산과 밀양시 내일동 영남루 경내에도 있다.

정이 많았던 우리 선조들은 백성을 위하는데 열과 성을 다한 고을 수령이 떠나면 선정비, 불망비(不忘碑), 인덕비(仁德碑) 등 송덕비를 세워 오래 기억하려 했다. 떠나가는 수령의 앞길을 막고 울며불며 인사를 하고 세상을 떠나면 제사를 지내준 경우도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칭송을 듣거나 선정비를 세워 줄만한 공직자는 과연 몇이나 될까.

새 정부가 곧 출범한다. 정부 고위각료들은 인사청문회를 통해 인준절차를 거치게 된다. 전 국민이 지켜보며 적임자인지를 판단할 것이고 이런저런 뒷이야기들이 떠돌게 될 것이다. 지난 5년을 돌아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땅을 너무 사랑한 공직자 후보도 있었고 위장전입을 밥 먹듯이 해놓고는 자신이 장관이 되면 엄격히 처벌하겠다고 다짐한 후보도 있었다. 병역면제나 이중국적, 불법증여 불법상속은 더 이상 새로운 내용이 아니었다. 오죽했으면 고소영, 강부자라는 신조어를 낳았겠는가. 또다시 신조어가 나와서는 안 될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로부터 월급을 받는 공직자는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보다 더 청렴해야 한다. 그래서 공직자를 ‘국민의 공복(公僕)’이라고 부른다. 그것은 우리의 세금으로 그들의 월급을 주는데다 그들에게 위임해 놓은 권한이 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새 정부가 출범하거나 새해에 공직자들에게 자주 권하는 책이 목민심서다. 다산 정약용선생은 목민심서(牧民心書)라는 책을 통해 공직자의 청빈한 자세와 절제하는 생활을 강조했다. ‘청렴은 공직자의 본분’이라고 했으며 ‘공직자는 자신이 쓰는 돈이 백성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것이란 사실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또 ‘공직자가 되면 가진 게 많아서는 안 된다. 청렴한 공직자가 가질 것은 겨우 이부자리에 속옷 몇 가지 정도면 된다.’고 지적했다.

선정비는 백성들의 마음을 돌에 새긴 것이다. 올바른 공직자들의 선행과 본받을만한 업적을 기록해 잊지 않겠다는 다짐이다. 주민들의 행복과 안전을 생각하고 후세에 귀감이 되는 행정을 펼쳤으니 그 감화를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그런 내용을 한 자씩 수놓듯 새긴 것이 선정비이다. 이러한 선정비는 지금의 지방자치단체장과 공무원에게 위민(爲民)의식과 투명한 행정을 하라고 요구한다. 우리에게 하나의 본보기를 주는 것이고 경각심을 일깨워 준다.

울산에도 선정비를 비롯한 각종 비문들이 남아 있다. 내용을 파악해‘돌에 새긴 백성의 마음’을 공직자들에게 전했으면 한다. 제대로 알고 좋은 행정의 귀감으로 삼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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