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여름이다
아, 여름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6.24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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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기다리던 비가 내렸다. 친구가 재미삼아 텃밭을 가꾸고 있는데 요 며칠간 대화하는 중에 간간히 비가 와야 한다는 걱정을 했다. 지난주 울산에 내린 비는 진정 선물이었다. 작은 텃밭 하나에도 생각이 온통 밭에 가 있었는데, 농사를 생업으로 삼는 농가의 걱정은 얼마나 큰지 안 봐도 진정 마음 쓰인다.

태양의 계절이라는 여름은 모든 생명체가 자라는 계절이다. 사람도 이 계절에 비교적 키가 많이 자란다고 한다.

국어학자 서정범(徐廷範) 선생이 말하기를 해마다 먹어야 하는 우리들의 ‘나이’는 ‘날’에서 생겨난 말이며, ‘날’은 태양의 뜻이라고 했다. 이는 고대인들의 시간관념이 태양에 맞춰져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여름철이 되면 만물에서 생명의 에너지가 준동하니, 풀잎 하나 보는 것만으로 즐겁다. 여름철엔 농부는 고양이 손도 빌려와야 할 만큼 바쁘다. 보리를 베어야 할 보리망종 때에는 부지깽이도 일은 한다고 속담을 만들 만큼 일손이 빌 틈이 없다.

여름이면 그 품격이 돋보이는 난(蘭)을 두고 은둔자가 품은 숨겨둔 기상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대개 선비들은 여름철의 난초 그림을 즐겨 그렸었다. 사랑하는 여인을 생각하면서 곁에 둔 이 꽃의 향(香)을 즐기며 난의 나긋한 잎새를 쳐 올려고 한껏 내려친 선비도 있었으리라.

일반적으로 난초를 보고 즐겨했던 계층은 주로 양반 또는 귀족층들이였다. 여름에 논에 가서 들일을 해야 하는 서민들이 자투리 시간이 나면 그늘 밑에 가서 그동안의 못잔 조각 잠이라도 자 두어야 바로 다음 일을 활기차게 할 수 있기에 곤한 낮잠을 꿀맛처럼 챙기기 바쁘지 난초 보고 그림 그리고 시 읊을 여유를 내었을까.

중국 신화에는 여름과 불을 맡은 신을 축융(祝融)이라 했다. 오행에서 불은 남쪽의 신이다.

축(祝)이 가진 뜻 중에는 축하하다, 빌다가 있다. 신(神)을 섬기는 일을 업(業)으로 하는 사람, 융(融)은 한결같다. 화목하다, 밝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의미를 두고 신화 속의 내용을 풀어보면, 축융은 여름철 더위를 몰아오는 불단지 화정(火精)을 관할한다. 때론 여신으로 나타나는가 하면 남자 무당인 박수로 나타나 인간의 길흉사를 처리해 주는 신이라고 믿기도 한다.

이규보의 시 ‘하일(夏日)’에 나오는 싯말에 이런 내용이 있다.

‘가벼운 적삼, 작은 대자리로 바람 창에 누웠다가 우는 꾀꼬리 두 세 소리에 꿈길이 끊어졌네’(생략).

이 계절에는 꾀꼬리를 비롯해 논둑의 개구리 울음 소리에 시인의 여름철 낮잠도 쉽지만은 않았으리라.

음력 6월 보름 유두(乳頭)날에는 창포 물에 머리감고 유두날물맞이를 한다. 유두 무렵에 나오는 참외, 수박 등과 같은 햇과일과 국수, 떡 등을 사당에 올리는 유두천신제(流頭薦新祭)도 지낸다. 영호남지방에서는 논이나 밭에 가서 농사를 관장하는 용신(龍神)과 농신(農神)에게 제사를 지낸다.

조선시대 김매순(金邁淳:1776~1840)이 저술한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유두일의 기원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술과 음식을 장만하고, 물가에서 머리 감고 목욕하며 상서롭지 못한 것을 물리쳤다. 이는 옛날 춘추전국시대의 풍속과 같으나 후대로 내려오면서 명절이 되어 오고 있다’고 했다.

여름철에 맞이하는 명절인 단오(端午)절 풍습 중에는 강릉의 단오굿, 경산군의 한 장군제, 경북 군위군에선 삼장군제와 별신굿이 열렸다. 최근에 강원도 강릉의 단오제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6월24일 두동의 대곡박물관에서 단오맞이 세시풍속 한마당이 펼쳐졌다. 한지 부채에 그림도 그려보고, 쑥절편에 수레바퀴무늬 떡살을 찍어 수리취떡을 만들어 먹었다. 야외 광장에서는 널뛰기 체험행사가 열렸다고 한다. 바깥세상을 엿보기 위한 수단의 하나였다는 널뛰기 유래에서 보듯이 기러기가족, 주말부부와 그 가족 그리고 다문화가족 여러분들도 모처럼 단오절 행사에 참여해 멀리 계신 부모형제와 사랑하는 임을 만나는 널뛰기 전설을 엿보는 재미도 쏠쏠했으리라 여긴다.

전옥련

울산문화관광 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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