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가 된다는 것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2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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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출신인 저는 초등학교에 아토피, 중·고등학교 및 지역아동센터에 흡연과 절주를 내용으로 교육을 나가곤 합니다. 그때마다 사업장 근로자들이나 민방위 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금연 절주 교육과는 다른 저의 마음가짐을 만나게 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누가 뭐라해도 잘 듣지 않고, 심지어 그 시간을 빌어 잠이나 자보자는 어른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제가 강사이기 전에 부모이기 때문이겠지요.

아이들을 만나게 되면 재미 위주 교육보다는 진정성이 담긴, 사실 매우 염려하는 마음이 앞서게 됨을 자각하게 됩니다. 이미 고등학교 학생의 절반을 훨씬 웃도는 숫자가 흡연의 경험이 있고 또한 흡연을 하고 있으며, 더욱 놀라운 것은 초등학생도 고학년이 되면서 흡연을 하고, 경험하는 수치가 30%에 육박한다는 것입니다. 부모들이 집 안에서 내 아이는 안 그래 하고 안심하고 있을 때 우리의 아이들은 그 부모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서 차갑게 웃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학창시절을 생각해 봅시다. 오리걸음에 뜀박질, 그 외에도 지금 생각하면 사실 맞을 이유도 안됐는데 선생님께 체벌을 받았던 학생들의 경우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땐 그나마 선생님을 존경해서 일까요? 아님 선생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이 들어서였을까요? 선생님에게 대드는 학생을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인권이 강조되기 시작하면서 툭하면 체벌 동영상을 찍어 각종 사이트에 올리니 선생님들도 도리가 없어져버렸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학교를 방문할 때마다 선생님들의 커진 목청과 높아진 핏대에 마치 군대에 온 것이 아닌가하는 착각이 들곤 합니다.

부모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경험들이야 한두번씩 있으시겠지만 친구들을 만나 아이들 이야기를 하다보면 특히 아들의 경우, 잘못을 해서 매질이라도 할라치면 그 손목을 부여잡으며 “말로하시죠”라고 한답니다. 말이야 바른말이지요. 대화만큼 좋은 것이 있겠습니까만 어디 말로해서 들어야지요. 이것이 모든 부모들의 일관된 변입니다.

저의 아이들이 어렸을 때입니다. 가급적이면 대화로 풀자는 저의 교육 철학과 무엇이든 경험한 사람이 더 이해를 해줘야 한다는 경험론적 생각 때문에 아이들과 좀처럼 부딪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맞벌이에 육아, 살림까지 해야 하는 무게가 가끔 힘들다고 느낄 때 이유 없이 몰아치는 짜증은 그런 철학적 사고를 깡그리 잊게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여린 딸아이에게 매는 들 수 없는 것이고 그래서 기분 나쁘지 않으면서도 아이들이 참을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를 자주 고민하곤 했습니다.

어느 날, 퇴근하고 돌아온 저녁 자매끼리 투탁거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면서 엄마 없는 집에 덩그러니 있는 두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은 들었지만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던 것을 적용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두 아이 중 큰 아이를 큰 침대에다 뉘였습니다. 그리고 만세를 하라고 하였지요. 큰 아이는 영문을 모른 체 엄마가 시키는 대로 따라합니다. 저는 그렇게 누워있는 아이에게 다가가서 겨드랑이와 목덜미에 간지럼을 태웁니다. 당황한 아이는 시작되는 가려움에 몸을 비비 꼬기 시작하고, 결국은 으아~으아~ 소리를 내며 그만하라고 합니다. 그때 제가 말합니다. 동생 잘 데리고 놀 수 있냐고. 그럼 아이가 그리하겠다고 합니다. 다시 간지럼을 태웁니다. 급기야는 눈물까지 흘리며 제발 살려달라고 합니다. 그걸 보고 있던 작은 녀석이 긴장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작은 아이 차롑니다. 채 간지럼을 시작하기도 전에 “항복~”을 외칩니다. 그래도 봐주지 않습니다. 간지럼을 태웁니다. 그럼 먼저 이야기를 합니다. 언니 말 잘 듣고 있을게요. 이로써 우리만의 체벌(?)은 끝이 납니다. 저를 가운데로 하고 나란히 팔베개를 하고 누워 서로가 서로를 끌어안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불만과 바람, 용서와 사랑. 이렇게 우리는 더 끈끈해지고 더 깊이 사랑하게 됐습니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그저 아이를 낳았다고만 되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이에게 벌어진 상황에 대한 맥락을 이해하며 그 아이가 받을 상처에 대해 미리 간을 보고 최소한의 상처로 막을 수 있도록 고민하고 도와주는 것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아이들이 간지럼에 적응하셨다고요? 음, 그럼 다른 방법을 또 찾아봐야겠지요?

오양옥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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