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 필요해
통화가 필요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5.09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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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띠링, 아침부터 휴대폰이 울린다. 혹시나 해서 폰을 열어보면 대부분 문자메시지다. 동네 슈퍼마켓 세일안내 문자로 시작해서,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자의 감사메시지, 돈 빌려 쓰라는 금융기관의 스팸문자에 어쩌다 놀러간 7080유흥주점 홍보문자까지 내 휴대폰은 주인보다 더 바쁘다. 이제는 이골이 나서 아침에 울리는 문자메시지는 아예 보지 않는 편이다.

휴대폰 기기가 발달할수록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다. 일전에 들은 우스운 얘기다. 식당에 젊은 사람들 대여섯이 앉았는데 말 한 마디 없이 하나같이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더란다. 대부분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지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단다. 더 가관인 건 띵, 띵 거리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나길래 자세히 보니 바로 앞에 앉은 친구와 서로 문자를 주고받더라는 어이없는 얘기도 들었다. 이쯤이면 하의실종보다 더한 대화실종인 셈이다. 모임을 한다는 건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게 상식이라고 알지만, 상식도 시대나 세대에 따라 바뀌는 모양이다.

내가 젊은 사람들 말로는 꼰대고 기성세대이긴 하지만 이 문자메시지에 맺힌 것이 제법 있다.

작년 초, 오랫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면서 몇 군데 모임의 총무를 맡았다. 알다시피 총무는 모임을 주선하고, 정기적으로 문자 메시지를 회원들에게 보내야한다. 모임의 연락병으로 한 달에 한 번 단체문자를 보내면, 받았다는 답 문자메시지를 주는 사람은 한 두 명 정도다. 가끔씩 메시지 내용에 따라 ‘답 문자를 꼬옥 주세요^^’ 애교를 떨어도 내 휴대폰은 가는 귀 먹은 노인네 같이 대꾸가 없다.

얼마 전 가까이 지내는 사람에게 장문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적이 있다. 일방적으로 본인의 입장만 잔뜩 써놓고 이해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오해로 빚어진 일을 문자메시지로 때우려는 가벼움이 엿보여 답 문자도 보내지 않고 ‘씹었다’. 결국 내가 통화를 해서 해결을 보긴 했지만, 한동안 상대방에 대한 서운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렇듯 분명히 통화를 해야 할 일에 성의 없이 문자메시지를 날리는 사람이 적잖이 있다. 통신 요금을 아끼려는 얄팍한 꼼수 느낌이 들어서, 마음의 방화벽이 두껍게 내려앉는다. 휴대폰마저 점점 사람 목소리가 듣기 어렵고, 그리운 세상이 되는가보다.

더구나 요즘은 많은 사람들이 카카오톡으로 대화를 나눈다. 카카오톡은 따로 요금을 받지 않고 여럿이 메시지를 공유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통화를 하기보다 문자로 소통을 하기 십상이다. 명절안부도 문자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아는 분이 그렇게 말했다. 명절날 제 이름 하나 들어가지 않는 안부 문자메시지를 받으면 씁쓸하다고. 아마 모임의 누군가가 단체로 문자를 날렸을 터이다. 본인 이름이 들어가지 않은 안부 메시지에는 답문자도 하지마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sns를 모르면 대화 축에도 끼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취급을 받는 세상이다. 좁은 땅덩어리에 통신망이 얼마나 발달했는지 자고 나면 트위터의 막말로 세상이 떠들썩하다. 이름이 알려지고 세상에 영향을 끼칠 만한 사람들의 즉흥적으로 올린 자극적인 글들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의 생각을 지배하기도 한다. 펜으로 꾹꾹 눌러쓴 손 편지가 전설이 되었고, 전화로 수다를 떨던 시절도 희미한 추억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오늘 아침도 휴대폰이 띠링띠링, 모른 척하려니 짤막한 문자메시지가 내 귀에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들린다. 병원 예약 날짜를 알리는 메시지였다. 때로는 문자메시지가 휴대폰 주인의 부족한 뇌 용량을 갈무리 하는 고마운 능력을 발휘할 때도 더러 있다.

글을 마무리 하는데 또 문자메시지가 뜬다. 건강식품 가게를 하는 후배가 가정의 달이라면서 제품 홍보문자를 보내왔다. 당장에 필요한 물건도 아니고, 답 문자를 하기도 애매한 메시지였다. 망설이고 망설이다가 희고 동그란 그녀의 얼굴이 떠올라 통화버튼을 꾸욱 눌렀다. 낭랑한 그녀의 목소리에 내 휴대폰이 모처럼 후끈 달아올랐다.

박종임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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