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상 혀를 적신 울산 손막걸리
각국 정상 혀를 적신 울산 손막걸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4.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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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최초의 읍지 학성지(鶴城誌) 맨 마지막 페이지에 이런 싯귀가 나온다. ‘객지에서 밤낮으로 좋은 모임을 가지니 술에 취해 시를 지어도 흥이 줄어들지 않는구나.’ 조선시대 사람 송사 이이달(松沙 李以達)이 읊은 시의 일부이다. 논어(論語) 학이(學而)편에 공자가 말씀하시기를 벗이 있어 먼데서 찾아오니 이 또한 즐거움이라 했다. 참으로 고마운 것은 그러한 벗을 가진 우리와 그러한 벗이 되어야 한다는 뜨거운 명제가 보이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 아무튼 먼데서 온 친구들은 핵으로부터 인류 공존의 열쇠를 찾기 위해 우리 나라에 와서 그 즐거움 가운데 기울인 술잔에 울산의 유명 생(生)막걸리를 담아내어 모두 즐겁게 마셨다고 하였다.

울산만큼이나 그릇을 곳곳에서 만든 지역도 드물다. 토기, 옹기, 청자, 분청, 백자 등을 망라하여 수십 곳에서 그릇을 구웠는데, 그중에서 술항아리를 만든 옹기점이 2곳 있었음을 흔적으로 확인했다. 운반할 때 쉽게 파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항아리 보다 두껍고 단단한 술항아리다.

2009년 울산 전지역 옹기굴을 찾아다닐 때 소문으로 만난 언양읍 송대리의 옹기점은 옹기와 분청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었다. 옹기굴은 10여년전 폐업하면서 주인이 바뀌었고 그 자리에는 다른 사업체가 들어왔다. 이곳에는 옹기굴과 옹기막, 창고 등이 있었는데 굴 입구는 도로를 보고 굴뚝은 산 쪽으로 나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불길을 잘 이용하기 위해 지형의 경사면을 이용하여 옹기굴을 박은 것으로 이해했다.

송대리의 옹기굴은 깡그리 허물어졌으며, 불 먹은 옹기굴 벽체 조각과 익어서 서로 엉겨 붙어버린 옹기 조각들이 밭두렁 곳곳에 박혀서 옛 옹기굴의 흔적임을 알려줬다. 이 옹기점 터를 구입할 그 당시만 하더라도 창고에는 그릇들이 선반에 놓여 있었는데, 주변을 청소하면서 창고에 남아 있었던 옹기와 귀걸이가 달린 큰 질그릇 등 100점을 와장창 내려앉혀서 톡톡 깨부수었고, 흙 실어 나르는 트럭이 와서 모두 실고 갔다고 했다. 안 구운 생그릇도 있었으나 구울 줄도 모르고 별다른 방도가 없었으므로 싹 없앴다고 말해주었다.

송대리 옹기점이 특별함은 다른 지역의 옹기점에선 거의 보이지 않은 술항아리 파편이 보인다는 점이다. 술항아리는 문수산 아래 헐수정 부근의 소주독공장에서도 구웠다고 한다.

울산남구지명사에 의하면 무거동 울산대학교 부근의 헐수정에 있었던 옹기공장에서 1960년대 후반까지 술항아리를 구웠다고 했다.

울산의 전통주로서 대표격인 송엽주(松葉酒)는 상북면 영남알프스 수정(水晶) 계곡에 스며든 청수(淸水)와 솔잎으로 빚은 청주(淸酒)다. 상북면 지내리의 동래 정씨 집안에서 300여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양주(家釀酒)로서 그 향과 맛이 유별나며, 술을 빚는 비법이 가문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발효주이기에 숨 쉬는 그릇인 항아리에 담아야 발효가 잘된다. 해서 술익히는 항아리는 옹기이며 주막으로 운반할 술항아리 역시 옹기였다.

옹기문화관에서 만난 답사객이 말하기를, 아랫목에 묻어 둔 술항아리에서 술 익는 소리가 나면 기어코 한 모금 마셔야만 했다고 하는 이야기는 옛적에 집에서 직접 술을 빚을 때 누구든 한 번쯤 경험했으리라 여기는 추억이 아닐까.

오래 전 우리들의 살림살이 중에서 큰일이 있는 날이면, 찹쌀을 고슬고슬 쫀득하게 쪄서 고두밥을 만들어 적당히 식히고, 한쪽에선 발효된 누룩을 절구에서 빻고, 이 두 가지를 잘 버무려서 술항아리에 담고 물을 적절하게 부은 후, 온돌방의 뜨뜻한 아랫목에다 자리 잡은 술항아리를 담요로 덮어 두면 술 익는 소리가 꿀꺽꿀꺽 들린다. 그렇게 빚어낸 복순도가(福順都家)의 손막걸리가 서울에 온 58개국 정상들이 모인 2012 서울 핵안보정상회담 공식 건배주로서 마셨으니 울산의 또 하나의 자랑거리이다.

방부제나 인공균을 첨가하지 않은 전통주로서 누룩이 발효할 때 자연 생성되는 탄산으로 인한 독특한 청량감이 최고의 술 맛을 낸다는 복순도가 손막걸리는 친구들과 먹기로 하고, 할머니가 한 냄비 끓여 주셨던 따뜻한 술찌갱이에다 설탕을 타서 한 대접 먹고 싶다.

전옥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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