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엔진톱 소리
서로 다른 엔진톱 소리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28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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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이 필요하던 시절에는 주변 잡목이나 키 낮은 나무들은 모두 땔감으로 사라졌다. 그러다 헐벗은 산이 홍수를 부른다며 홍수를 막기 위해 해마다 사방사업을 했다. 그런 노력과 난방연료의 개혁으로 산은 하루가 다르게 우거졌고 이제는 웬만한 산은 쉽게 들어가기 어려울 만큼 숲이 짙다.

요즘 곳곳에서 간벌하는 것을 쉽게 본다. 간벌은 건강한 숲 가꾸기가 목적이고 주로 잡목 위주로 하고 있다. 간벌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베어낸 나무를 그대로 방치했다. 그 때문에 장마에 곳곳에서 떠내려 온 나무들이 계곡과 다리를 막아서 물난리를 키웠다며 질타를 했었다.

그래서 요즘은 간벌한 나무를 잘 정돈해 둔다. 훤해진 산 곳곳에 가지런히 쟁여놓은 나무더미를 보면 정감 있다. 무덕무덕 쌓아놓은 나무로 인해 가까운 곳에 있을 법한 정갈한 집도 그려본다. 훤한 나무와 능선 따라 파란 하늘이 드러나는 풍경은 왠지 더 맑아 보인다. 시원해 보이는 산도 보기 좋고 간벌해 놓은 나무들은 겨울 땔감으로 사용해서 좋다. 화석연료로 앓는 지구의 고통을 줄이고 주민들은 연료비가 절감돼서 좋아한다. 굴뚝을 타오르는 연기냄새로 메마른 가슴이 포근해지는 건 덤이다.

우리는 사계절을 겪으며 살고 있다. 이때 제일 눈에 띄는 것이 산의 변화다. 계절 따라 색깔이 조금씩 바뀌다가 가을 단풍으로 절정을 보이던 낙엽관목이 가지를 드러내며 겨울이 온다. 멀리서 보면 실루엣 같은 나뭇가지 속에 푸른 소나무가 군데군데 섞여 산을 지키는 것이 우리나라 겨울 산의 풍경인 것이다.

매월 통도사 박물관 문화자원봉사를 하러 간다. 통도사는 산문에서부터 걷는 산책로가 있어 종종 산문 밖에 차를 두고 이 길을 걷는다. 지난해 봄, 길 양옆으로 수령이 오래된 아름드리 소나무에 손가락 굵기 정도의 링거 병 같은 게 몇 개씩 뿌리 쪽으로 꽂혀 있었다. 노거수라 영양제를 맞는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사실은 재선충 방제 약 투여 중이었던 것이다. 서둘러 예방해주는 관리자들이 있어 건강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것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노력이 있어 쾌적했던 것이었다.

우리 동네 뒷산 소나무가 지난 여름부터 마르기 시작하더니 붉게 변했다. 감염된 나무를 자르는 엔진톱의 기계음이 같은 엔진톱 소리건만 간벌작업과는 달리 미운 놈 울음처럼 시끄럽다. 산 여기저기 재선충으로 죽은 소나무가 많다. 나무 죽은 것을 가지고 뭘 그러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 한그루가 연쇄 고사의 시작을 알리는 음울한 징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재선충병은 감염되면 100% 고사하기에 소나무 에이즈라 한다. 처음 한그루가 눈에 띄면 어느새 주변 여기저기서 연쇄적으로 징후가 나타난다. 몇 백 년 풍상을 겪으면서도 끄떡없던 나무가 작은 충에 의해 마르는 것은 삽시간이다. 재선충병 1쌍이면 20일 만에 20만 마리로 번식 된다 한다. 그러니 나무를 베고 방제도 철저히 해야겠지만 못지않게 예방에도 지혜를 모아야 할 것 같다. 현재로서는 벌채가 최상이라 한다. 일본에서는 한그루가 죽으면 반경 10km는 벌목하고 몇 개월 씩 상주하면서 관찰한다고 한다.

우리는 어떤가. 죽은 나무를 잘라 훈증 처리한 다음 초록색 비닐로 꽁꽁 묶어 놓는다. 울창했던 숲에 초록 비닐의 수가 늘어가는 만큼 산은 휑해진다. 감염정도는 나무가 말라야 알 수 있기 때문에 차후 방제인 셈이다. 문제는 덮어놓은 비닐을 벗기고 불을 때기 위해 나무를 가져가는 사람들이다. 마을 인근에서 감염 나무를 처치 할 때는 초록 비닐을 벗기지 말 것을 알리는 홍보도 있어야 하겠다.

뜻밖에 희소식도 있었다. 전라남도 생물방제센터에서 처음으로 천적으로 이용할 방제 곤충의 대량사육에 성공했다고 했다. 일명 개미침벌이라고 불리는 이 곤충이 재선충병을 옮기는 솔수염하늘소의 천적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산림해충방제에 천적도입의 첫 사례라고 하니 더더욱 기대된다. 또한 개미침벌이 토착곤충이라고 하니 반갑다. 이 천적생물을 대량으로 사육하는 곤충산업이 더 많이 발전해 푸른 산을 지켜줬으면 좋겠다.

하루빨리 재선충병이 박멸됐다는 뉴스를 듣고 싶다. 나아가서 천적 곤충산업의 발전이 무농약 농사에게 까지도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우리가 우리 소나무를 사랑해야 하는 까닭은 우리민족의 숱한 애환의 역사를 알고있기 때문이다.

하정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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