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엄마다
나는 엄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3.07 20: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자들은 둘 이상 모이면 군대이야기, 축구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매번 처음 얘기하는 것처럼, 그걸 또 매번 처음 듣는 것처럼 즐긴다고 들었다. 그 만큼 그때 그 시절에 주어진 그 시간의 임팩트가 남성이라면 누구나 공감 정도가 컸기 때문이리라.

이와 버금가는 이야기가 여자에게도 있다. 그것은 아이의 출산과 관계되는 이야기다.

마치 탄생설화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모든 엄마들은 아이의 태어남을 수월하게 묘사하지는 않는다. “진짜 아이 낳다가 죽을 뻔 했다 아이가” 또는 “꼬박 3일 낮밤을 진통으로 고생했다”는 이야기, “남편이 출장을 가서 혼자 낳았다”는 이런 아류적 이야기가 단골손님이다. 물론 훌륭한 출산기관의 도움으로 순풍순풍 낳았다는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우여곡절을 좀 더 과장되게 만들어 출산신화와 탄생설화를 만들어낸다. 그렇지만 신기하게도 그걸 듣는 친구들도 마치 어제의 일인 것처럼 느끼고 모두 제 일인 양 공감한다.

나는 올해 고3(18세)이 되고 중3(15세)이 된 두 딸을 둔 딸기엄마다. 모든 부모들이 그렇듯이, 나의 경우에도 이 아이들은 고슴도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 아이들에겐 안타깝게도 그럴싸한 탄생 설화가 없다. 그나마 작은 딸, 나의 핸드폰에 ‘바꿀 수 없는 목숨’이라고 인디언식 이름으로 등록된 그 아이는 좀 다르다.

작은 아이는 그 인디언식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몇 차례의 희비가 엇갈리는 크고 작은 고비들이 있어 무엇과도 바꾸어 내줄 수 없다는 사연이 있다. 우선, 그 아이는 세계만방에 우수성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콘돔을 뚫고 나온 전력이 있는 추석 기념순이다. 무허가로 뱃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임신초기에 큰아이가 병원에 입원하여 여러 차례 진단 방사선사진을 찍었는데 아이가 어려 보호자의 도움이 필요한터라 함께 사진을 찍는데 들어갔었다. 그 몇시간 동안 뱃속에 있던 작은 녀석은 카메라를 보며 김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임신 초기의 방사능 노출은 기형을 출산할 수도 있다는 우려와 함께 주변에서 인공유산을 권유했지만 나는 출산을 모험처럼 감행했다. 다른 아이들 보다 작게 2.9kg으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건강하고 지혜롭기까지 하여 기억하지 못하는 지난날의 방사능사건을 거듭 들먹이며 훨씬 좋았던 지능이 방사능 노출로 인해 떨어진 듯하다며 나의 역사를 해학으로 수용한다.

이렇게 내 아이의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너스레 떠는 이유는 나와 아이의 관계를 설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출산 이후 지금까지 아이와 언성을 높여가며 부딪친 적이 없다. 관심이 없어서가 아니고 간섭을 하지 않아서도 아니다. 지인들은 사춘기 아이들은 아침마다 깨우는 것부터가 전쟁인데 어떻게 안 싸우고 여지껏 살았냐고 오히려 반문한다. 저마다 아이를 키우는 방법과 나름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부모들은 상대적으로 다소 부족하거나 달라 보일지라도 아이를 대충 키우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가까운 친구에게도 아이 키우는 것에 대해 왈가불가하는 것은 정말 조심해야 할 일들 중 하나 임에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아이와의 관계를 들먹이는 이유는 요즘처럼 학원문화가 발달하여 사교육에 길들어가는 아이들을 볼 때 지난 날 꼭 같은 경험을 소유한 사람으로서 그런 아이들을 키우는 엄마로서의 안타까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역지사지 한다면 아이들의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다. 평화를 통해 던지는 메시지도 중요하다. 엄마가 먼저 이해하며 평화를 유지할 때 아이들도 부모의 마음에 내재된 마음을 읽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혹시 지금 아이와 힘겹게 싸우고 있는 엄마와 아이가 있다면, 탄생신화에 핏대를 세워 그 뜻을 전했던 것을 기억한다면 한번쯤은 나의 말에 귀를 기울여 봄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 선택일 듯하다.

오양옥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