윷놀이와 새해 소망
윷놀이와 새해 소망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2.01.2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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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경인들은 보다 더 많은 수확을 얻기 위함의 일환으로 달의 움직임과 절기(節氣)가 무관하지 않다는 원리를 알아내면서부터 달력이 생겨났다. 달을 보고 점점이 찍어 두었던 그 호기심은 보다 더 세부적이고 확실한 원리를 밝혀내기 위해 천체망원경도 만들 수 있었던 것이라고 연결 지어 본다.

인류의 문명은 달의 움직임과 밭에 씨뿌림, 이어서 거두어들이는 추수 시기가 기후와의 역학관계에서 이루어짐을 계산해 내었다. 태양의 움직임을 보고 하루를 정하고, 달의 움직임이 주기적으로 변함을 보고 한 달을 정했으며, 계절의 변화와 그 주기적인 현상을 이용해 일 년을 정했다. 이러한 원리를 밝혀 생활에 적용시키도록 만들어 낸 것이 달력이다.

양력(陽曆)이 해의 움직임을 보고 만들었으며 음력(陰曆)은 달의 운행을 정리해 둔 것이다. 달의 운행에 따라 정한 12개월이 354일 밖에 되지 않아 태양의 운행에 따른 1년이 365일과의 불일치함을 해결하기 위해 윤달을 둔 것이 태음태양력이다. 태양력은 고대 이집트에서 처음 사용하여 고대 로마의 지도자인 카이자르(Julius Caesar, B.C. 100~44년)가 태양력을 로마력으로 개정해서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음력의 시초는 1616년에 여진족(만주족)의 누르하치(Nurhachi, 奴爾哈齊 1559~ 1626년)가 중국의 동북 지역에 건국한 청나라 초기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달력을 태양력으로 정하는가 태음력으로 정하는가는 그것을 사용하는 민족에 따른 결과이다. 이러다 보니 이른바 ‘세계력’을 만들어 UN의 공인을 받으려는 사례도 나타나기도 했다.

농사를 지으려면 24절기에 따라 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1849년 조선 헌종( 1827년~1849년) 때 정약용(丁若鏞)의 둘째 아들인 정학유(丁學游 1786년 ~ 1855년)가 국왕의 뜻에 따라 지은 농가월령가(農家月令歌)에서 일러주는 내용은 절기에 따라 부지런하라는 목적이 있다. 그러나 이 좁은 땅에도 지방에 따라 절기는 절대적이지 아니하여 모심기하는 날이 달라 경험으로 지킨다. 울산에는 보리타작을 하는 바쁜 철임에도 바다로부터 오는 특별한 손님인 보리고래의 기름도 챙겨야 했다.

농민이었던 우리네 조상들은 한 해 농사가 풍년이 되기를 바람을 놀이로 표현하기도 했다. 이른바 윷놀이는 농사에 따른 기복(起福)의 뜻이 담겨 있다. 즉 풍년에 대한 소망으로써 놀이꾼들이 던지는 윷패에 따라 풍년을 점쳤다. 윷판은 농토이고, 윷말은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며, 윷판 돌아가는 상황이 곧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여, 풍년이 들것이다라는 소박한 소망을 점치기도 했다. 윷놀이의 역사는 삼국시대 이전으로 정주(定住)하기 시작한 농경사회에서 발전된 놀이문화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조선 제22대 임금인 정조(正祖, 1752년~1800년) 때에 활약했던 유득공(柳得恭, 1748~1807)이 지은 경도잡기(京都雜記) 권2 세시(歲時)조 원일(元日)에 윷놀이를 매우 세밀하게 기록해 두고 있는데 윷말은 붉은 싸리나무로 만들고 있음을 보면서, 삿된 기운을 물리치고, 새해엔 좋은 일만 있으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이해한다.

기록에는, 윷말은 붉은 싸리나무 두 조각을 쪼개어 네 쪽으로 만들고, 길이는 세치가량 혹은 반쪽의 콩만큼 만들기도 한다. 이것을 던지는 것을 사희(柶戱=윷놀이)라 한다. 네 개가 모두 엎어 진 것을 모, 네 개가 모두 잦혀 진 것을 윷, 세 개가 엎어지고 하나가 잦혀진 것을 도, 두 개가 엎어지고 두 개가 잦혀 진 것을 개, 하나가 엎어지고 세 개가 잦혀진 것을 걸이라 한다. 말판에 29개의 점을 찍고 두 사람이 상대하여 4필의 말을 쓴다. 말판에는 멀리 둘러 가는 길과 지름길이 있고 말에는 느린 것과 빠른 것이 있어 내기를 결정한다. 설날에 가장 많이 하는 이 놀이는 또 새해를 맞이하여 길흉을 점치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대개 세 번을 던져 짝을 짓는데 이 윷점은 64괘(卦)의 요사(繇辭=점괘)가 있다.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괘를 꼽으라면 걸·개·걸(=漸-점점나아가다)로 가난한 선비가 녹(祿)을 얻는다는 괘이다.

얼마 전 필자는 울산읍성 옛길탐방 공모사업 프로그램을 기획 실행했는데, 울산읍성의 객사 찾아가기라는 내용으로 윷놀이 판을 개발하여 참가한 분들과 한 판 거나하게 놀면서 큰 관심을 받기도 했다. 근대 사회에 와서 윷놀이에 버금하듯 무리지어 하는 일명, 동양화 패돌리기는 세계화에 발맞추어 고(go)와 스톱(stop)이라는 특수용어를 사용하면서 우리사회의 놀이문화를 평정하고 있다고 해서, 좋은 문화라고 할 수 없음을 다 알고 있다. 윷판에서 뒷(=back)도를 개발하여 삼 세 번의 오뚜기정신을 이끌어 냈듯이, 형편에 맞는 윷판과 최첨단의 운송기구인 윷말로서 21세기에 걸맞은 윷놀이를 개발하여 새해에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노래하는 윷 한 판 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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