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장의 뚝배기 선지국
남창장의 뚝배기 선지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10.3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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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배기에 담긴 음식에서 모락모락 나는 김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 한다. 금속 냄비로 요리한 음식에 비해 맛이 깊고 진한 맛을 내며 따뜻한 기운이 먹을 때까지 지속되기에 한결 그 맛이 깊다.

뚝배기는 천연광물이 대량 포함된 내화토(耐火土 일명 고령토)로 빚어 1천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워 만드는 것과 1천200도 이하에서 구운 것으로 구분 할 수 있다. 1천300도 이상의 고온에서 구운 뚝배기는 과학적으로 볼 때 내열성과 보온성이 우수하며 원적외선 방사량도 많다. 음식 맛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원적외선 방사량이다. 이것이 많이 방사되면 음식을 조리할 때 태우지 않으면서도 재료에 열을 균일하게 전달해 재료 고유의 맛과 영양을 제대로 보존할 수 있다. 원적외선 파장은 국물을 구성하고 있는 각 성분 분자의 진동과 합쳐서 공명(共鳴)하고, 나아가 공진(共振)운동을 일으킨다. 공진운동은 음식 속까지 고루 익히는 작용을 한다고 하니, 아무튼 과학으로 증명된 좋은 옹기다.

원적외선은 또 찌개 국물 같은 유기화합물 분자에 대해 수화성(水化性)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수화성이 높다는 의미는 물의 분자와 국물을 구성하는 각종 성분의 분자가 짧은 시간 내에 고루 잘 섞인다는 것을 뜻한다. 이런 이유로 원적외선이 많이 방출되는 자기 그릇으로 음식을 조리하면 국물 맛과 물맛이 겉돌지 않고 깊으면서도 진한 맛을 내게 된다고 알려준다.

외고산옹기골에서 약 2km정도 떨어진 남쪽에 위치한 남창장에 가면 언제라도 뚝배기 가득 담아주는 선지국을 먹을 수 있다. 3, 8일 장날이면 일부러 동해남부선 기차타고 남창 장옥 아래에서 콩나물선지국 먹으러 오는 여행객들도 있을 정도이다. 전북 전주에선 뚝배기를 ‘오모가리’라고 부른다.

뚝배기는 외고산옹기골에서 만들지 않는다. 주된 태토가 불에 잘 견디는 백토인 내화토로 빚기에 내화토가 생산되는 지역에서 주로 굽고 있다. 대부분의 뚝배기와 약탕기는 열전도율이 좋고 높은 불에서 견뎌 낼 수 있는 내화토가 태토이다.

내화토는 가끔 개떡이라고 부르는 납작한 형태의 공뚜뱅이나 도지미(비짐)를 빚어 옹기가 서로 붙지 않도록 하기 위해 끼우거나 받치는데 이 점은 쪼대(찰흙)옹기의 익는 온도인 1천200도와 내화토로 빚은 도지미가 익는 온도가 다른 점을 이용한 것이다. 내화토는 1천300도 이상에서도 견디기에 도지미를 만드는 태토(胎土)로도 이용함은 그런 이유다.

옹기의 특징은 숨 쉬는 구멍이 있는 것이다. 이 구멍이야 말로 발효의 비결이 들어 있다. 눈에 안 보이는 이 구멍에 들어앉은 발효균에 따라 고추장 단지는 고추장만 담고 된장 단지는 된장만 담가야 깔끔한 맛을 얻을 수 있다. 각 장을 발효시키는 균이 다르기에 그러하다.

예를 들면, 청국장은 된장의 한 종류이지만 발효균이 다르다. 된장은 누룩곰팡이가 발효균이나 청국장은 콩과 볏집에 붙어있는 바실러스균(Bacillus subtilis)이 주 발효균이다.

청국장은 각 지방 또는 가정마다 제조방법이 일정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바로 볏짚을 이용할 때 생기는 고초균(枯草菌 Bacillus subtilis)의 양의 많고 적음에 따라 다르다. 고초균은 간균과(杆菌科)의 하나로 공기, 땅 따위에 있는 호기성(好氣性) 세균이다. 자연계에 널리 퍼져 있으나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균은 막의 일종인 아포를 형성하여 저항력이 강하며, 글리코겐을 함유하고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산을 생산하는 것이 특징이다. 공기·마른 풀·하수·토양 속에 존재하며, 고초균이 많은 볏짚으로 담글 때는 청국장이 맛이 좋고, 그렇지 않으면 맛이 저하될 뿐만 아니라 부패, 변질될 가능성도 높다고 한다.

장 단지를 씻을 때 새끼에 불을 붙여 옹기 내부를 소독하는 이유를 비로소 알게 되었다. 뚝배기를 사용할 때 주의사항으로 이 그릇은 설거지 물통에 오랜 시간 담가두면 안된다고 한다. 길어봐야 30초 이내에 설거지를 끝내도록 한다. 그리고 세제를 사용해서도 안 된다. 쌀을 씻을 때 나오는 뜬물이나 밀가루를 이용하여 설거지를 해야 한다. 물에 담가 두었던 뚝배기를 불 위에다 2~5분 정도 올려놓으면 뚝배기의 숨구멍에 들어 있었던 거품이나 물이 나온다. 따라서 이 실험에서 세제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여기서 옹기 전체에 다 적용함은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기름이나 그와 비슷한 용도로 사용한 후 세제로 씻었다면 깨끗한 물에 담가 우려냄이 올바른 설거지 방법이다.

남창장에서 먹었던 선지국이 담긴 뚝배기는 어땠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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