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장의 파워를 보여주라
노장의 파워를 보여주라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30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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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었다고 무시당하는 건 정말 참을 수 없고 서글픈 일이다. 그러나 속상하다고 해서 ‘요새 젊은 것들이 말야, 어른 공경할 줄 모르고 말야’ 이리 핏대 세우며 대들었다가는 더 험한 꼴 당할지 모른다. 인생 연륜에 걸맞은 여유만만 노장의 유머센스로 상대의 논리를 무찔러 보자.

1984년 미국 대선 때 레이건과 측근들은 ‘대통령이 되기엔 너무 늙었다’는 대중적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 선거전의 가장 큰 과제라고 판단했다. 경쟁자인 먼데일 후보가 줄곧 레이건의 ‘고령’을 문제 삼고 나섰기 때문이다. 그는 어떻게 그 공격을 맞받아쳤을까. 다음은 후보들의 TV토론에서 오갔던 대화 내용이다.

먼데일 : “대통령의 나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레이건 :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문제 삼지 않겠습니다.”

먼데일 : “그게 무슨 뜻입니까?”

레이건 :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레이건은 이 한마디로 삽시간에 미국 전역의 안방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먼데일이 집요하게 제기하는 나이 문제를 절묘하게 상대에 대한 공격수단으로 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선거 이후의 평가에 의하면 이 유머는 레이건의 당선에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한다.

사오정, 오륙도에 이어 삼팔선 이태백까지 나오는 판이니 중장년들은 임금피크제는 물론 명퇴, 황태(황당하게 쫓겨나기), 동태(겨울에 쫓겨나기)에 구조조정 당하고도 따지지도 못하는 형편이다. 앉아서 당할 밖에. 그러나 당신이 유머형 인간이라면 비상구는 있다. 우는 아이 젖 준다는 말도 있다. 당당히 자신의 권리와 장점을 밝혀라. 말 한마디로 자신의 가치를 살리는 방법이 있다.

한 중소기업에서 평생을 바친 58세의 김부장에게 드디어 저승사자가 찾아왔다. 회사방침에 의해 50세 이상은 순차적으로 물러나란 것이다. 아니 원시시대라면 몰라도 지금이야 헬스하지, 조깅하지, 50대라면 이제 팔팔한 청년 아닌가. 근데 이게 웬 마른하늘의 날벼락?

인사담당이사와의 면담이다.

“김부장님, 이제 연세도 있고 한데 회사 입장에선 부득이 고령자순으로 명퇴를 받을 수밖에 없거든요. 낼모레 환갑이시죠?”

이때 흥분하여 노인 우대 정책이나 인륜, 의리를 내세웠다간 상대의 미끼에 걸려들게 마련이다. 차분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의 가치를 주장해보자.

“이사님 말씀대로 제가 낼모레 환갑입니다, 나이 기억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님 말씀대로 회사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지경이라면 권유가 없어도 그만두어야지요. 그런데 한가지만 묻겠습니다”

“그러시죠”

“왜 고령순이죠?”

“그건 아무래도 연세를 드시면 체력도 떨어지고… 그러면 생산성이…”

“좋습니다. 체력이 문제라니 체력테스트에 응하겠습니다. 팔굽혀펴기, 턱걸이나 윗몸 일으키기 해서 뒤떨어지면 미련없이 물러가겠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고객만족차원에서 젊은 사람 위주로 진용을 짜서 공격경영을 해보려고 합니다”

“참 올바른 선택입니다”

“…”

“무기력한 자세로 고객만족을 달성할 순 없겠죠. 근데 지금 한국축구국가대표 감독의 최고 고민이 뭔지 압니까?”

“글세요”

“믿을 만한 노장이 부족하다는 겁니다. 공격라인은 젊은이들 위주로 짜면 잘 하는데 막상 젊은 수비수들은 위기시에 우왕좌왕한다는 거죠.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나갈 때는 좋은데 위기가 닥칠 때 조직을 수호하는 건 노련한 수비수들이지요”

물론 이러한 대응을 해도 사정상 물러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유머대응의 속성상 당신의 인상은 상대에게 깊이 각인될 것이며 조만간 상대는 분명 당신을 다시 한 번 평가하게 될 것이다. 유머는 상대에게 여유와 배짱, 능력과 근성의 이미지를 전달해준다. 그것은 대부분의 CEO들이 부하직원들에게 갖길 원하는 중요 덕목들이기도 하다. 나이 먹었다는 건 결코 단점이 아니다. 나이 먹은 자만의 장점을 부각하라. 자부심으로 가득찬 노장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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