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진에서 신불산까지
두바퀴로 꿈꾸는 녹색도시 울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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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퀴로 꿈꾸는 녹색도시 울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21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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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정책국장 재임때 자전거도로망 구축 입안
울산 평지·강·산 등 조건 갖춰 자전거의 천국 가능
26일부터 2박3일간 경포대~울산 458km 레이스
수만명 근로자들이 태화강변 출·퇴근 장관 그린다

“제게 있어 자전거란 청춘의 끝자락에 선 남자가 느끼는 마지막 로망입니다. 그리고 의미를 확장하면 자전거는 개인의 취향을 떠나 지역 공동체 복원을 위한 정책적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울산시 오동호 행정부시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자전거 마니아다. 울산에 부임하기 전 행정안전부 지역 발전정책국장을 역임하면서 자전거타기 운동을 주창하며 우리나라 전체를 자전거로 연결하는 국가 자전거 도로망 구축을 입안했다.

한강을 출발해 을숙도까지 이르는 4대강 자전거도로를 구상했고 종국에는 DMZ 전체를 잇는 마스트플랜을 세웠다.

울산시에 와서도 자전거 고속도로를 구상하고 올해말까지 기본 인프라가 완료되도록 했다. 앞으로 태화강을 중심으로 한 동서망과 남북축을 간선도로로 하고 샛길을 꾸준히 닦으면 자전거를 타고 전국을 누빌 수 있게 된다.

오 부시장은 300여만원 짜리 삼천리자전거‘첼로’를 보유하고 있다. 중급 수준의 산악용 자전거다. 이자전거는 세 번째로 구입한 것이다. 앞의 것들은 산악용으로 부적합했다. 주말에 자전거를 타고 나가면 사람들이 자꾸 추월해 자전거가 나빠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해 거금을 들여‘첼로’를 구입했다. 그러나 결과는 같았다.

“결국 자전거를 움직이는 엔진인 두 다리가 문제였습니다. 좋은 자전거는 편리하긴 하지만 역시 기본은 건강한 다리였습니다. 자전거를 꾸준하게 타면 엔진이 좋아지는 것이지요.”

오 부시장은 여름 휴가를 이용해 26일부터 28일까지 2박3일 동안 강릉 경포대에서 울산까지 458km를 자전거로 달린다. 25일 차량을 이용해 강릉으로 올라가서 26일부터 민박을 하면서 울산까지 사흘만에 주파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시청 산악동우회원 4명이 동행한다.

오 부시장의 이 레이스는 개인적인 취미와 자전거

붐이라는 명분이 결합돼 있다.“전국적으로 자전거타기의 중요성을 알리는 계기를 만들고 싶고 50대에 접어드는 시점에 마지막 청춘의 불꽃을 사르고 싶었습니다. 앞으로 기회가 주어지면 미국 서부지역 시애틀에서 샌디에이고까지 달려보고 싶고,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습니다. 이것은 저의 공간적 목표입니다.”

오 부시장은 이번 레이스에서 동해의 푸른 바다와 고래바다를 끼고 남하한다. 젊음의 상징인 동해바다를 후회 없이 달린다. 행안부에 근무할 무렵 꿈꿨던 목표를 이제 실현한다. 동해의 중심 도시인 울산의 부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이루는 꿈이기에 더 의미가 깊다.

오 부시장은 지난달 초 주말을 이용해 혼자서 감포까지 동해의 푸른 바다를 온몸으로 껴안고 달렸다. 무룡산을 끼고 있는 옛길을 달리면서 최고의 풍광을 만났고 울산의 자연환경이 갖는 가치를 재발견할 수 있었다.

“차로 달리는 것은 시각적 공감만 얻을 수 있지만 자전거를 타고 가면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는 촉각, 산과 강,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 냄새를 맡는 후각 등 공감각적 공감을 얻을 수 있어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것이 훨씬 더 다양한 감동을 얻을 수 있습니다.”

오 부시장이 자전거를 예찬하는 것은 바로 그런 정서적 의미를 갖는다. 감포길에 돌아오다가 곰장어집에 들렀을 때 그 집의 무대 겸 테라스에서 울산의 밴드동호회에서 무료 연주봉사를 만나게 됐고 즉석에서 무대에 올라 정태춘의‘떠나가는 배’를 불렀다. 평소 즐겨 부르는 노래다. 그 때 관중들이 잘 불렀다고 칭찬해 기분이 더욱 좋아졌다.

5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오 부시장은 마라톤으로 체력을 관리했다. 그러던 중 한겨레신문사 홍은택 기자가 쓴‘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고 감동을 받아 자전거를 타보기로 결심했다. 마침 당시 한강 자전거도로가 정비된 상태여서 계획을 실행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이제껏 경험하지 못했던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그때부터 우리나라에 걷는 길과 자전거도로를 국가정책으로 다뤄야 한다고 구상하기 시작했다.

일과 취미가 하나가 되니 신이 났다. 행안부에서 자전거정책을 추진하던 때가 공직생활 중 가장 행복했던 때였다. 노는 것이 일이고 일하는 것이 노는 것이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울산시 부시장으로 와서도 그 관행은 여전히 적용됐다. 영남알프스의 억새길과 둘레길을 구상하면서 주말이면 관광과장과 환경정책과장과 동행해 산을 오르내렸다. 일과 등산이 함께 결합된 형태였다.

오 부시장은 자전거에 대한 확실한 철학을 가지고있다. 자전거는 우리 시대의 새로운 아이콘이라는 것이다. 도시에서는 대기오염과 교통 혼잡, 도시인의 건강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중요한 메커니즘으로 떠올랐다. 농촌에서는 지역공동체 파괴를 방지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자전거도로와 걷는 길을 통해 도시와 소통의 길을 만들고 나면 농촌지역이 복원되고 활성화될 것으로 봤다.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과 제주 올레길이 좋은 예다.

그러므로 자전거는‘슬로라이프’를 주창하는 현대에 가장 적당한 매개체라는 것이다.

행안부 시절 소설가 김훈씨와의 교분도 쌓았다. 경기도 화천군을 산악자전거 메카로 구축하는 정책에 자전거 마니아인 김훈씨가 전폭적으로 지지해 줬고 자전거의 인문학적 의미를 보태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한다.

오 부시장은 울산이야 말로 자전거의 천국이 될 수 있는 좋은 조건을 갖췄다고 주장한다. 우선 도심이 평지로 이뤄져 자전거로 사통팔달 이르지 못할 데가 없고 도시 한가운데 강이 흘러 강을 따라 자전거도로의 간선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산업발달로 말미암아 파생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나갈 명분이 확보됐다고도 했다.

“울산 대기업의 수만명의 직원들이 자전거를 타고 태화강변을 달리며 출퇴근 하는 모습을 상상하면 정말 장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날이 꼭 올 것으로 믿습니다.”

21일 울산산악자전거연합회가 주관한‘울산 산악자전거 울트라 랠리’에서 오 부시장은 하프코스를 완주했다. 태화강을 출발해 입화산, 국수봉 은을암을 돌아오는 50km의 험한 코스였다. 오 부시장은“자전거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담당자로 당연히 달려야 했고 완주해서 성취감을 느낀다”며“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자전거 활성화 의지가 시민들에게 불타올라 전국이 자전거 두 바퀴로 돌아가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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