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의 기(氣)싸움에서 승리하려면
면접의 기(氣)싸움에서 승리하려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16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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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대1, 145대1, 272대1…… 1123대 1. 연예인이나 CF모델 선발대회 경쟁률이 아니라 대졸자 입사경쟁률이다. 바야흐로 취업전쟁 시대다. 합격은 둘째고 우선 입사지원서 한 장 얻는 것도 만만치 않다.

우리 회사의 입사 자격은 다음과 같다. 물론 대부분 이렇게 반말이 아니라 존댓말로 되어있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선 조선시대 역모주동자 체포 포고령이나 계엄포고령을 읽는 기분에 다름 아니다. 등에서 동짓달 시베리아 찬바람이 인다.

입사지원 자격 포고령!

1. 학력: 4년제 대졸 이상 -> 말로만 학력파괴, 4년제 중에서도 은밀히 몇 개 대에서만 뽑기도 한다. 차라리 포고령에 서울대와 기타 두세개 대학이라고 쓰면 시간이나 절약되지.

2. 나이: 몇년도 출생 이하 -> 나이 먹은 주제에 무슨 염치로 지원을 하냐는 뜻.

3. 전공: 법학, 상경계열 -> 원한 맺힌 문 사 철(文.史.哲), 순수학문 했다간 월급도 못 받고 순수하게 늙는다.

4. 영어: 토익 얼마 이상 -> 왜, 아니꼬우면 미국에 태어나지.

시험 볼 기회 가지는 것도 하늘에 별따기다. 게다가 면접을 거쳐 최종 합격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자 이렇게 어렵게 면접자리까지 갔으니 기어이 열매를 따야 하지 않겠나? 도산의 면접화법이 우리에게 힌트를 준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구세학당에 입학할 때 미국인 선교사 앞에서 구술시험을 치렀다. 선교사가 묻는다.

“어디에서 왔는가?”

“평양에서 왔습니다.”

“평양이 여기서 얼마나 되나?”

“8백 리쯤 됩니다.”

“그런데 평양에서 공부하지 않고 왜 먼 서울까지 왔는가?” 그러자 도산이 선교사의 눈을 응시하며 반문했다.

“미국은 서울에서 몇 리입니까?”

“8만 리쯤 되지.”

“8만 리 밖에서도 가르쳐주러 왔는데 겨우 8백 리 거리를 찾아오지 못할 이유가 무엇입니까?” 구술시험이 끝났고, 도산은 구세학당에 합격했다. 그의 재치와 배짱, 면접관의 심리를 꿰어 뚫는 지혜가 노련한 선교사들을 감동시킨 것이다. 이제 도산의 화법을 실전에 대응해보면 어떨까. 면접관이 어리버리한 지원자에게 묻는다.

“자네는 그저 부모가 준 돈으로 살아왔군. 캠퍼스와 기업상황은 다르다네… 아무 경험도 사정도 모르는 사회초년병인 자네가 우리 회사에서 과연 제대로 일할 수 있을까?”

“물론 힘들겠죠. 그러나 선배님들보단 쉬울 겁니다.”

“…?”

“여기 계신 선배님들은 저희 같은 어리숙한 초년병들하고 호흡을 맞춰 일하시게 됩니다. 반면 저 같은 초년병은 다행히도 여러 백전노장 선배님과 함께 하니 저희 쪽이 훨씬 수월하지 않겠습니까?” 윔블던 테니스코트장, 괴성의 마녀 샤라포바가 난타전 끝에 결정타를 상대 코트 빈자리에 날리자 도저히 받아칠 여력이 없는 상대는 두 손을 들고 포기하고 만다. 꼭 그 시합과도 같이 기싸움에서 젊은이가 이겼다. 현대의 면접은 과거 산업사회의 면접과는 다르다. 20세기 산업사회는 이미 잘 짜여진 고정 사회였다. 사원보다 대리의 능력이 대리보단 과장이 과장보단 부장, 부장보단 임원의 능력이나 기술이 우월하였다. 튀는 사람은 별로 필요 없었다. 잘못하면 인화만 깰 뿐이다. 그저 말 잘 듣고 선배에게 잘 배워 그대로 성실히 열심히 다소곳이 일하면 되었다. 연공서열제, 평생직장의 모습이다. 큰 잘못만 없으면 정년이 보장되었고. 그래서 은퇴할 땐 한결같이 다음과 같이 천편일률의 대한민국 공인 붕어빵 퇴임사를 낭독했었는데…

“저는 다행히 입사해서 30년 동안 대과(큰 잘못)없이 오늘 이 자리에 까지…”

그래서 그때는 신입사원은 그저 가만히 공손히 절만 잘하면 면접점수 1등급이 보장되었다. 허나 세월이 흘러 21세기, 바야흐로 정보화사회가 된 요즘 회사의 분위기를 보자. 단 한 사람의 아이디어와 제안, 창의력과 순발력 하나로 회사의 매출이 실시간으로 좌지우지되는 초스피드 생각의 속도 시대. 당연히 선배의 가르침을 갈고닦고 익히고 할 틈이 없다. 오히려 신입사원이라도 능력 있으면 아이디어가 실시간으로 채택되고 연봉이 수직상승하고 대선배들을 단숨에 추월하기도 한다. 하여 면접에서도 자신의 실력과 장기를 확실히 보여주는 사람이 유리한 지경이 되었다. 비록 도산이 오래 전 인물이지만 그의 면접화술은 놀랍게도 지금 젊은이들에게 면접의 표본으로 확실한 자극을 준다.

물론 당당함과 경망함은 다르다. 당당하되 예의 발라야할 것이며, 긍정적이고 명랑하되 촐랑거리거나 천박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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