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단지에 거꾸로 붙인 흰 버선
장단지에 거꾸로 붙인 흰 버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8.15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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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지 주둥이에 왼새끼를 꼰 금줄과 붉은 고추, 그리고 숯, 솔가지 등을 끼워서 둘러쳐 둔 것을 본다. 이와 함께 흰 버선을 거꾸로 해서 단지에 붙여 두고, 단지 안에 든 발효 음식에 방해되는 액귀(厄鬼)를 쫏아 낸다는 뜻을 담아 전해 온다. 금줄은 새끼줄을 일반적으로 꼬는 오른쪽 방향으로 돌리지 않고 왼쪽방향으로 돌려가면서 꼰다하여 왼새끼라 부른다.

상북면 가지산 석남사 아래 살았던 우리 나라 대표적 민속학자 송석하(宋錫夏 1904년 10월 11일~1948년 8월 5일)의 자료에 의하면 ‘짚이나 띠는 토지를 의미하며, 청정한 식물로서 인간에게 생명을 부여하여 주는 것이거나 최소한 존속시켜 주는 다산성의 열매를 맺는 식물이라’고 하여 짚의 신성성을 강조했다. 이는 곡물 그 자체가 출산의 신(神)으로서 곡령 숭배신앙을 바탕에 두고 있다.

왼새끼는 일상의 반대 개념으로써 귀신은 왼새끼를 두려워하고 쫓는 힘이 있다는 오랜 믿음의 일면을 가지고 있다. 왼 새끼가 방향성에 비교하여 생각할 때에는 유럽에선 오른 쪽은 옳고 곧은 것을 왼 쪽은 ‘왼손과 결혼 한다’는 속담으로 비유하면서 이는 아주 신분이 낮은 여자와 결혼한다는 것을 뜻한다.

한국이나 중국, 일본의 경우는 서양과는 반대로 왼쪽이 옳고 곧으며 바른쪽이 그 반대의 의미를 지닌다. 방향의 상징과 우리의 신앙에 비추어 보면 밤은 신의 세계요 여성은 생산의 기능을 가진 자다. 여기에다 달은 음력으로 초하루와 보름 즉, 삭망(朔望)을 통해 인간에게 재생의 원리를 주는 신앙의 대상으로 생각하며 해보다는 달을 더 숭배하고 음양에 대한 귀신관을 가진 우리 민족에게는 왼쪽이 거룩하며 신성하고 착한 개념에 속한다고 믿고 제당에 왼새끼의 금줄을 친다고 전해준다.

숯과 솔가지는 불과 관련하여 무병하고 장수하라는 뜻이며 고추에서 붉은 색은 부적(符籍)에서 보는 붉은 뜻과 같아서 액을 물리친다는 의미를 가진다. 동짓날 붉은 팥죽을 쑤어 집안의 사방팔방에 뿌려서 나쁜 기운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풍습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동ㆍ서양을 아우르다 보면 재미나는 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고추는 당연히 모두 남성을 상징한다. 서양에선 버선이나 양발은 신었다 벗었다 한다고 여성에 비유하기도 하고, 단지는 남성을 상징한다. 단지에 버선을 붙인 뜻을 비유해서 이해하면 남성인 단지가 제 집인 단지에 이미 온 여성이 있다는 의미로써 버선을 붙이는데 이때 거꾸로 뒤집어 씌워 둔 것은 이미 주인이 들어와 있으니 누구든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 부적이 아닐까? 이때 주인은 농경사회에서 생산을 담당한 여성을 지적한다고 본다.

금줄은 얼마 전까지 만해도 출산한 가정 대문에도 내걸었던 우리들의 삶의 또 다른 흔적이었다. 주거지가 아파트로 일반화되면서 슬그머니 사라진 우리의 전통문화다. 집에 부인이 아이를 낳으면 아버지가 금줄을 만들어 다는 것이 전통이었으며 여자 아이는 새끼줄에 솔가지, 참숯을 끼워 넣고 남자 아이는 여기에 붉은 고추만 더 추가하면 된다. 이 풍습 또한 신생아의 건강과 산모의 안녕을 위해 출입에 조심하라는 의미로서 대문 앞에 걸어 두는 것이다. 금줄과 버선에 겹쳐서 개운포 출신 처용(處容)의 얼굴이 떠오른다. 문전에 붙여 역병(疫病)을 퇴치할 수 있는 주술력을 갖게 되는 과정과 서로 그 맥이 통하는 것처럼 보인다.

한편 장이 변하여 맛이 없으면 며느리가 부지런하지 못해 장(醬)귀신이 들어와 장을 먹었으므로 장맛이 없다고 한다. 하여 장 귀신이 단지에 접근 못하도록 며느리는 단지를 발로 차는 듯한 의미로써 버선을 거꾸로 붙여 놓고 고된 시집살이를 했다. 해서 며느리는 부지런히 장독대에 가서 반들반들하게 닦아 둔다. 혹 장 귀신인 벌레들이 붙더라도 미끄러지거나 거꾸로 붙여 둔 버선코에 막혀 더 이상 전진 할 수 없어 단지 안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양밥’ 즉 액땜하는 풍습이라고 했다.

버선은 발을 보호하고 따뜻하게 하는 보신장구이다. 볼록한 모양은 잉태의 여근(女根)을 상징하며 부드러운 곡선은 성장을 상징하는 생기(生氣)를 담고 있다. 따라서 버선을 장단지에 거꾸로 붙이는 것은 풍년과 다산 그리고 먹거리가 가득하기를 바라는 우리네의 전통 민속의 역발상에 근거한 의례 중 하나로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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