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6화》 최연소 총장이 되어(6)
《제106화》 최연소 총장이 되어(6)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5.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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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을 만들어놓고 나니까 누가 정문을 지나 학교에 들어왔을 때, 어떤 첫인상을 주어야 하는지에 관해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캠퍼스의 가운데에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가 나아 갈 방향을 제시하는 어떤 상징물이 있어야 하겠다는 생각이 솟구쳤다. 아침·저녁으로 등하교 하는 학생은 물론 강원대학교를 찾는 내방객들에게도 미래 지향적인 용솟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강원대학교에 재직 중인 조소(彫塑) 교수에게 ‘미래의 상’을 실비로 제작하도록 부탁하였다. 교비 예산을 될 수 있는 한 아껴쓰는 방법으로 대학시설공사를 하였다. 한편 한국토지개발공사가 후평동에 개발하는 주택부지를 고인이 되신 김수확 사장으로부터 72필지를 분양 받아 강원대학교 교직원에게 분배하였다. 이런 택지분양은 약간의 재산형성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나의 강원대학교 재직을 건설공사 책임자로 오해할 수도 있을 만큼 학교시설확충에 힘을 쏟았으나 사실은 교육철학을 실현하는 소프트웨어 교육개혁을 시도하였다. 첫째가 교양교육과정의 개편이고, 둘째는 담임교수 지도제(擔任敎授 指導制)의 도입이다. 당시 사대학장으로 있던 최근성 교수를 총장실로 불렀다.

‘최학장님은 전직 신부님이시니까 요사이 젊은이들의 교양교육 문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교양교육과정 개편 위원회를 만들어 강원대학교의 교양교육에 일대 혁신을 일으켜 보실 행각은 없으십니까?’ 하며 최근 하버드대학에서 실시한 교육과정 개편안과 서울대, 이화여대, 연세대, 숭실대 등 국내대학의 개편된 교양과정안을 내놓았다. 대답은 분명하였다. ‘맡겨주신다면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최교수님이 위원장이 도시고 분야별로 교수님들을 선정해서 위원회를 먼저 구성하는 게 좋겠습니다.’

담임교수 지도제는 일본의 여러 대학에서 실시 중인 ‘제미’제도를 참고하여 실시한 것이다. 유럽의 여러 대학에서 시행하는 ‘세미나’를 일본에서는 일본식 발음으로 ‘제미’라고 하여 실시하던 것을 우리 현실에 맞게 개편 실시한 것이다. 대학의 모든 학과에 ‘제미’식의 교육방법을 일제히 도입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다. 2학년 이상의 학과 학생 전부를 전체 학과 교수 모두에게 소수를 배정하여 각 교수가 주제로 정한 ‘제미’활동에 참여케 하는 것이다. 인류학과의 A교수가 전국의 장승연구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 자기가 맡은 ‘제미’학생(2∼4학년)들을 동원하여 전국의 장승에 관한 자료(사진, 해당 장승에 얽힌 이야기 채록)를 수집하여 교실에서 발표, 토론회를 갖는 것이다. 정치외교학과의 B교수는 자신의 ‘제미’학생으로 하여금 ‘21세기 동북아 경제 공동체 형성’에 관한 연구발표회를 갖고, 보고서를 발간하는 것이다. 국어국문과 C교수는 ‘제미’학생들을 강원도 출신 문학가들의 모임에 참석시켜 그들과의 토론에 참여하게 하는 등의 살아있는 전공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담임교수 지도제와 같은 교육방법의 개혁은 그 성과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국어국문과의 C교수를 약 20년이 지난 뒤, 다른 자리에서 만났는데, 그동안 담임교수 지도제를 받은 학생들이 문단에서 약 100명이 활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나는 속으로 강원대학교에서 담임교수 지도제를 처음 실시할 때 겪었던 어려움이 떠오르며 큰 보람을 되새길 수 있었다.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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