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금장수 언양장 오갈때 쉬던 곳
소금장수 언양장 오갈때 쉬던 곳
  • 이상문 기자
  • 승인 2011.05.05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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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반정도랑 <2>
▲ 지금은 생활오수에 오염되고 수목이 우거진 채 잊혀졌지만 예전엔 삼삼오오 어울려 참게와 붕어를 잡던 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반정도랑. 마을 어르신들이 추억담을 나누며 휴식하고 있다.김미선 기자
삼동·삼남의 소금장수들이 덕하 염전에서 소금을 사서 언양장에 내다팔기 위해 오갈 때 쉬어가던 도랑이 있었다. 대복·삼동 사람들이 감을 수확해서 덕하장에 내다팔 때도 이 도랑은 쉼터가 됐다. 바닥에 널찍한 청색 반석이 1km 정도 이어졌고 물이 맑고 시원했기 때문이다.

울주군 청량면 삼정리 반정마을의 도랑이 바로 그곳이다. 1930년대 이상원이라는 면장이 언양에서 삼동을 거쳐 청량으로 이어지는 큰 길을 뚫은 후 이 마을은 언양에서 덕하에 이르는 큰길가에 있었다. 지금은 새길이 나서 옛길은 폐도가 되고 흔적만 남아있다. 도랑은 바로 그 옛길을 따라 길게 이어졌다.

이 마을에 사는 김용길(80)씨는 소학교 시절 토요일 오후 학교가 파하면 이 도랑에 반두를 놓고 잠시 기다리면 참게, 붕어가 대여섯 마리씩 잡혔다고 회상한다. 차일광(75)씨는 이 도랑이 어린시절 최상의 놀이터였고 반석이 놓인 아름다운 풍광으로 이 마을 전체가 온화한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물이 깊지 않아 청색 반석이 드러나면 햇빛을 받아 고급스러운 빛을 띤다”며 “과거에는 작괘천 못지않은 절경이었는데 지금은 도랑 좌우로 나무가 너무 무성해 반석의 아름다움이 묻혀버리고 말았다”고 밝혔다.

차씨는 “과거에는 도랑이 옛길을 따라 길게 이어졌지만 지금은 새 도로가 나면서 길이 높아져 길에서는 도랑이 보이지 않게 돼 버렸다”며 “그러나 이 마을 사람들에게는 도랑이 젖줄과도 같은 셈”이라고 말했다.

반정도랑도 오염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마을 김수환(68) 이장은 “마을의 주거시설이 현대화되면서 정화조에 고인 하수가 모두 이 도랑으로 흘러들어간다”며 “10여년전 새 도로가 포장되면서 이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들이 오염을 부채질했다”고 주장했다.

주거시설이 현대화되기 전 재래식 화장실에서 고인 오물들이 대부분 주민들의 논밭에 거름으로 사용됐지만 수세식으로 바뀐 뒤 고스란히 도랑으로 무단 방류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아직 생활오수를 처리하는 차집관거가 매설되지 않은 상태다.

도랑의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면 길이 2m, 폭 1.5m 정도 되는 큰 반석이 있고 그 반석 위에 사람 발자국 같기도 하고 짐승의 발자국 같기도 한 흔적이 뚜렷하게 새겨져 있다. 김씨나 차씨는 어릴 때부터 이 반석이 기이해 어른이 돼서도 고고학적 가치가 있다고 여겼지만 어느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이장은 “이 도랑은 여느 도랑과는 달리 아름답고 길이가 길어 잘만 가꾸고 복원하면 과거에 그랬듯이 시민들의 소중한 쉼터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행정에서 한 번도 이 도랑의 가치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생활하수가 무단 방류되고 수목이 우거져 자연이 오히려 도랑을 쓸모없게 만들고 있지만 아무런 대책없이 이 상태가 방치되고 있다. 20여 가구에 60대 이상의 주민 40여명이 살고 있는 반정마을의 민도가 워낙 약한 것도 반정도랑을 방치하게 된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높아진 도로로 마치 계곡처럼 변해버린 반정도랑은 차량 통행이 뜸해지면 좁고 긴 도랑에 물 흐르는 소리가 정겹게 들린다.

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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