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5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10) - 새 세대 육영회
《제95화》 청와대 수석비서관 시절(10) - 새 세대 육영회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4.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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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세대 육영회’ 이야기로 돌아간다. 기록해두어야 할 일이 있다.

여기에는 나라살림에 관한 나만의 신조가 나타났고, 또한 그것이 서울대학에 사표를 낼 때의 올곧은 각오가 바탕이 되었기에 하는 말이다. 진백벌진(秦伯伐晉)할 때, 제하분주(濟河焚舟)하는 마음으로 나랏일에 혼신의 힘을 쏟겠다는 나의 결단이 나타난 것이었다. 즉, 대통령 부인이 조직을 만들어 직접 회장직을 맡는다는 것은 한국문화풍토에서는 아직 어색하다는 생각에서 예의 바르게 건의 드렸던 것을 말한다. 지금이야 사회가 많이 변화, 발전해 있지만 30년 전의 나라 살림이라고 하면 여필종부(女必從夫)의 틀이 아직도 지배적이었다. 특히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부인이신 육영수여사가 돌아가신 후, 따님의 한 분이 ‘새 마음 구국 봉사대’라는 조직을 만들어 회장으로 추대되어 활동하는 모습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사회의 여러 곳으로부터 쏟아지고 있었음을 경험해온 터여서 충직한 심정으로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영부인께서 추진하는 새 세대 육영회는 새 마음 구국봉사대와는 성격이 다른 유아교육 단체이어서 큰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었지만 몇 분의 수석 비서관들도 사회적 물의가 빚어지면 대통령 내외분께 누를 끼치는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생각한 끝에 새 단체의 회장을 다른 사람으로 하여 발족 시키고, 한 1∼2년 정도 있다가 영부인이 회장직을 맡는다면 물의를 빚을만한 일들을 사전에 점검, 예방할 수도 있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올렸다.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셨을지 모르지만 대 놓고 반대는 하지 않으셨다. 그리하여 임시로 새 세대 육영회를 맡을 초대 회장으로 주정일 교수를 추천하였다. 주정일 교수는 아동학 전공이고, 서울사대 교수를 역임하시고, 보사부 부녀아동국장을 역임하셨기에 전문적 지식과 행정경험으로 이만한 분이 없었다. 추천할 당시에도 숙명여대 아동학과 교수로 있었다. 한 가지 오해 받을만한 소지는 주정일 교수는 나의 대학 은사이신 정범모 교수의 부인이다는 점이다. 그러나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다.

새 단체의 사무처장으로는 강영숙(KBS 인기 아나운서 출신)씨가 맡게 되어 원만하게 조직이 운영될 것으로 기대를 하였다. 새 세대 육영회의 이사회는 몇 분의 정부 고위인사 부인, 기업체 CEO부인, 대학교수 등으로 구성되었다. 전문성과 지명도를 결합시켜 영부인이 직접 조직한 것이었다.

12월 중순경, 창립총회가 있는 날, 영부인이 새 단체의 고문으로서의 축사를 준비하여 정관을 심의하는 자리에 나갔었다. 내 딴에는 영부인보다 먼저 가 있어야겠다고 일찍 갔는데 뜻 밖에도 영부인께서 먼저 대기실에 와 계셨다. 영부인이 나를 불러 대기실로 갔더니, 권력의 주변이 어떠한지를 실감케 하는 말씀을 하셨다.

‘교문 수석님, 오늘 여기서 이사님 몇 분을 만났는데 모두들 내가 새 세대 육영회 초대 회장을 맡지 않으면 별 의미가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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