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가족 이야기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4.12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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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오래간만에 미장원에 갔다. 주인이 엄마를 반긴다.

“정말 오래간만이네요. 그 동안 안녕하셨어요?”

“네, 덕분에. 오늘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머리 손질 좀 빨리 해주시겠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30분 안에 완성해 주세요.”

“30분 안에요? 네, 알겠어요.”

한참 손질하던 주인이 말했다.

“이왕 오신 거, 머리를 마는 게 어때요? 훨씬 보기 좋을 텐데….”

훨씬 보기 좋다는 소리에 솔깃한 엄마.

“그럼 어디 간만에 파마나 해 볼까….”

그렇게 엄마는 머리를 말았다. 꼭 3시간 걸렸다. 머리를 만 채 뿌듯한 마음으로 집으로 온 엄마. 집안의 공기가 썰렁했다.

그 후 엄마는 큰 딸 결혼식을 비디오로 봐야 했다.

“강사님. 집에서 깨가 쏟아지시겠네요. 호호호 가족들이 얼마나 좋아할까, 매일 유머하고 웃기고.”

근데 사실 집에서는 그리 못한다. 아니 말로는 웃어라, 유머해라, 칭찬해라, 좋은 말은 혼자 다 하더니 문제 있는 강사 아니냐 하는 데 내가 보기엔 남자가 문제가 아니라 집사람이 문제다. 결혼하기 전엔 참 좋은 여자였다. 문제는 결혼한 후에 완전히 사람이 180도 바뀌었다는 거. 강사료, 인세, 출연료 다 뺏어가는 데 어쩌다 내가 비상금으로 5만원, 10만원 꿍치면 다 안다. 전생에 콜롬보였는지 범죄현장 적발해내는 데는 가히 신의 경지에 이르렀다.

“좋은 말 할 때 다 내놓으셤.”

“다 준거야.”

“머시여 다? 뒤져서 나오면 어쩔래?”

참 너무한다. 내가 다른 건 다 참아도 한 가지 못 참는 말이 있다.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학원 폭력배에게 골목길로 끌려가 듣던 바로 그 표정, 바로 그 음성, 바로 그 어휘.

“좋은 말 할 때 다 내놔라. 만약에 머리 굴렸다가 걸리는 날에는 10원에 한 대씩”

아 그 날 그 굴욕이 어찌 꿈엔들 잊힐 리야. 그런데 그 말을 와이프한테 들을 줄이야. 속상하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마음이 슬쩍 바뀐다. 그래도 이런 알뜰살뜰한 여자를 만났기에 얼마 전 꿈에 그리던 전원주택도 마련하고. 한 편으론 마누라의 바가지가 고맙다.

이렇게 가족 이야기를 풀어나가다 보면 사람들이 아주 재미있어한다. 적절한 사투리와 때론 험악하고 때론 비굴하게 시시각각 변하는 표정도 좋아하고 와이프 말투와 폭력배 말투가 똑같은 것에도 배꼽을 잡는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모습, 그 속에 눈물과 한숨, 그리고 희망과 웃음. 그런 것들이야말로 최고 유머 소재다. 개그프로나 시리즈 유머가 10대, 20대의 애용 유머라면 30대 이상에게선 자신의 에피소드 등 자연스런 스토리텔링식 유머가 더 큰 효과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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