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0화》 유학생활(5)
《제70화》 유학생활(5)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1.02.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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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미국인 직원이 몇 년 걸려야 완성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반년 만에 훌륭히 완성했소. 수고 많이 했소. 내가 알기로는 당신은 학위논문을 써야 하는데 이제는 그 일에 전념하시오. 특히 논문을 쓰기 위해는 자료수집도 해야 할 텐데 그렇게 하려면 여러 곳에 여행을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 그 때 필요하면 교육청 전용 자동차를 이용하거나 비행기를 이용하십시오. 논문의 자료 수집을 위한 경비는 교육청에서 부담할 터이니 사후에 여행경비(travel reimbursement)를 신청하시오.’

그 때는 너무 고마워 미처 다른 측면을 생각하지 못했다. 나의 학위 논문 배경은 미국에서도 참고할 것이 상당 부분 있었던 측면이 있다. 내가 했던 일도 일이었지만 나의 학위과정 배경은 Wolfe 박사도 알고 있었고, 나의 지도 교수 싱글톤과도 상호이해가 잘 되었던 처지였기에 나의 학위논문에 그만한 투자가치는 있었던 것이다. 나의 학위 논문은 한국에서 언제라도 복사할 수 있을 만큼 자신감 또한 들어있다. 미국에서 연구하며 미국에서 구할 수 있는 자료를 분석하여 논문으로 쓴 것이다. 혹자의 ‘대한민국 조선시대의 교육행정제도에 관한 고찰’ 같은, 미국 심사위원 교수도 잘 이해할 수 없는 내용으로 된 논문이 아니다.

하여간 Wolfe 박사는 피츠버그까지 와서 나의 박사학위 논문심사까지 해주었다. 우리식 표현으로 나의 누나와 같은 보살핌을 나한테 해주었다. 대부분의 유학생들이 그렇듯이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약간의 고민을 했었다. 첫 번째 고민은 ‘교육의 발전(변화)’에 관한 연구를 할 것인가, ‘사회발전을 위한 교육’에 관한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다. 둘째는 마이크로(micro)한 연구인가, 매크로(macro)한 연구인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외 여러 가지 박사학위 자체에 관한 회의, 학위를 받기 위한 연구냐, 학문을 하는 과정에 나오는 연구의 부산물이냐 등등도 있었지만 철학박사 논문이라면 해당분야에 학문적 내용 또는 연구방법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한다는 즉, 현실적 절차의 하나로 간주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했다.

내 학위 논문의 큰 틀은 조직이론의 입장에서, ‘대학조직의 대조직간의 외부관계(Inter-organizational Relationship)가 조직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연구하는 것이었다. 말하자면, 사회발전보다는 교육발전, 거시적 측면보다는 미시적 측면(대학조직)에 논문의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연구의 구체적 대상으로는 뉴욕 주 소재 시러큐스 대학과 아델파이 대학이 선정되었다. 두 대학을 비교 연구하는 것이었다. 대학 전체를 연구대상으로 삼기는 힘든 일이므로 대학조직의 한 부분인 사회복지 대학원만으로 국한시켰다. 연구방법은 참여관찰과 질문지법을 적용했기 때문에 시러큐스와 롱아일랜드를 자주 오르내렸다.

10개월 만에 박사학위 논문을 마치기는 정말 힘든 일이었지만 그런대로 뉴욕 주 교육청이 있는 올버니(Albany)는 나에게 인상 깊은 추억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주변에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가 있고, 필라델피아 필하모닉이 여름동안 연습을 마치고 최종 리허설을 하는 사라토가(Saratoga)온천 휴양지(1년 전에 예약해야 들어가는 온천), 허드슨 강변, 그리고 여러 곳에 널려 있는 동굴과 함께 미국생활을 맛보게 해준 직원들과의 미국식 주말 파티가 있었다. 각자 음식을 분담하여 가져오고 와인과 맥주 정도로 일주간의 피로를 푸는 모임이었다. 피츠버그에서는 강의실과 아파트만을 오가야할 정도로 바빴지만 올버니에서는 미국의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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