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5화》 대학발전을 위한 전략과 실천(34)
《제45화》 대학발전을 위한 전략과 실천(34)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12.19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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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등학교에는 ‘무두일(無頭日)’이라는 것이 있다. 학교에 교장, 교감선생님이, 특히 교장선생님이 출장을 가거나 연가 등으로 학교에 나와 있지 않은 날을 말한다. 이 무두일의 색다른 특징은 교무실 분위기부터 복도에서 마주치는 동료 교사들의 걸음걸이에서도 다른 날보다 더 활기가 넘친다는 것이다. 활기가 넘친다고 하니까 잘 못 오해하여 ‘해방구’의 무질서, 무단 조퇴 등을 연상할 수 있으나 이와는 반대로 교사들의 자율성이 나타나고 더 적극성이 감지된다고 한다. 종업원이 20명 안팎인 작은 공장에서도 사장이 사원들보다 먼저 출근하여 생산 시설을 점검해 놓고, 저녁에는 가장 늦게 퇴근하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지 잘 알려진 연구가 대변해주고 있다. 즉, X 이론과 Y이론의 비교이다. 경영자, 관리자가 종업원을 보는 인간관에서 부정적 시각을 갖느냐 긍정적 시각을 갖느냐의 차이이다. 짐작하는 대로 긍정적 인간관의 Y 이론의 입장이 지지를 받았다. 사장이 불안하고 초조해하며 조바심을 내지 않고, 담당 과장에게 위임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점검하였을 때, 더 생산성이 높았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정에서도 시어머니가 아무리 인자하고 너그러워도 집안 살림을 맡아 하는 며느리 입장에서는 말 못할 짐이 되는 것이다. 시어머니가 집에 없는 날에는 며느리가 신바람이 나서 더 알뜰하게 살림을 챙긴다는 속설도 있다.

대학에는 이와 비슷한 무총일(無總日)이라는 용어가 없으나 대학의 발전 전략의 하나로 무두일을 총장이 원용해 볼 필요가 있다. 그 목적은 대학개혁을 위한 변화 촉진자로서 총장 역할을 수행하는 하나의 테크닉이기 되기 때문이다.

총장 스스로 대학을 혁신할 방안을 창안하고 옹호하며, 전파하는 변화촉진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하여 일 년에 1∼2회 해외여행을 하며 외국 대학을 방문하거나, 수시로 국내 타 대학을 방문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자기 대학의 모습을 한 발 물러서서 관찰하며 혁신할 방향을 창안하거나 재점검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이다. 총장은 일상적 행정업무는 가능한 한 각 부서에 위임하고 대학개혁을 위한 업무에 더 많은 시간과 정력을 바치는 것이다. 이런 일이 대학의 무두일로 나타나는 것이다. 총장이 총장실에서 결재서류의 계수점검하기에 시간을 배정하는 것보다는 무두일로 혁신적 아이디어 창출과 이의 추진방안에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총장은 ‘현상유지를 위한 관리’보다는 ‘혁신을 위한 관리’에 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 이런 주장의 배경에는 대학이 미래 사회를 위하여 봉사해야 할 책임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학적 관점에서, 하나의 조직이 사회에 존재하며 일차적으로 그 조직의 이익을 챙기는 가운데에서도 조직이 속해 있는 그 사회의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의의를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 하물며 대학이 새로운 과학기술의 발전, 사회의 변화, 가치관의 변화, 생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며 때로는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대학의 입장에서는 총장이 전략적으로 대학개혁을 위해 변화를 촉진해야 한다.

지금도 아쉬운 것은 대학이 사회에 대해서는 개혁을 외치지만, 대학 자체는 체질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강하게 띠고 있는 점이다. 그런 배경에는 대학구성원들의 사고와 행동변화에 서로 충돌하는 요소가 많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 자체가 ‘되는 방향’보다는 ‘안 되는 방향’으로 치우치는 관료적 병폐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교수들의 이기적 분파주의와 소속 학과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일이 나타날 때, 이를 조정할 능력이 총장의 리더십 한계를 벗어날 때는 심한 무력감에 빠질 수밖에 없다. 전공 분야의 전문가 교수가 대학개혁을 위한 변화에는 각자 회사를 차린 연구실 사장(社長)이 되어 버티고 있어서다. / 정리=박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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