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의 탁란 방법이나 탁아의 기술은 참 잔인하다. 거기에는 최고의 이기적인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뻐꾸기는 암수 공히 둥지를 만드는 능력도, 새끼를 기르는 능력도 없는 무능력자다.
암수 뻐꾸기의 교미가 끝나면 수컷은 바로 배우자 관계를 청산하고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다.
암컷은 높은 나무에 앉아서 남의 둥지에 알을 낳으려고 기회를 엿본다.
탁란 상대는 때마침 둥지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산란기가 같다. 뻐꾸기는 자신보다 신체가 작은 새를 탁란 상대로 선택한다.
산란기가 똑 같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있지만 자신보다도 신체가 작은 새를 고르는 것은 왜 일까?
이에 대해서 생물학자들은 뻐꾸기 새끼가 양부모의 새끼보다도 커야 새끼를 밀어내는 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탁란은 탁란 상대의 둥지에 알이 3개 이하이면 탁란을 하지 않는다. 5~6개 이상이 되어야 탁란을 한다.
산란한 알의 수가 5~6개 정도로 포란을 시작하면 뻐꾸기는 기다리고 있다가 상대가 먹이를 잡으러 둥지를 떠났을 때, 그 순간을 포착하여 알을 낳는다.
상대의 암수가 쉴 새 없이 포란과 식사를 교대하는 둥지에는 타이밍을 잘 맞추지 못하면 뻐꾸기는 알을 낳을 수가 없다.
뻐꾸기의 탁란 방식은, (1) 둥지에 도착하자마자 가친(양부모)의 알을 1개 물어서 제거하고 (2) 자신(뻐꾸기)의 알을 1개 낳아서 알의 수를 맞춘다. (3) 이 동작을 완료하는 데에 10초 이상 걸려서도 안 된다.
뻐꾸기의 알은 양부모의 알에 비하면 약간 크다. 그럼에도 양부모가 모른다는 것이 수수께끼이다.
새는 자신이 낳은 알 중에서 작은 알이 있으면 미워하고 거칠게 다루든가 포기하든가 그 둥지전체를 포기하며 나아가 새끼의 양육을 포기할 정도다.
이에 비해 큰 알은 신중하게 다루고 정성들여 기른다. 특히 새는 큰 알을 좋아해서 큰 알을 중하게 기르는 본능이 있다.
뻐꾸기 알은 약 10일 만에 부화한다. 그것도 양부모의 알보다 1~4일 빠르게 부화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뻐꾸기 알이 하루 이상 빨리 부화하면 아직 부화하지 못한 양부모의 알을 밀어내어 죽인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결정판이다.
악마의 유전자! 우리 인간에게도 어디엔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행동은 분명 악마의 유전자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것을 양부모가 보고 있지만 전혀 중지 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그 씩씩함에 이끌려 더더욱 새끼를 기특하게 여긴다고 한다.
뻐꾸기를 비롯한 탁란조(托卵鳥)의 새끼는 자신의 등에 감촉된 물건은 알이든 돌이든 어떤 것도 밀어내 버린다.
그런데 불가사의한 것은 이 악마의 행동은 부화한 후 1주일 이내에 없어져 버린다는 것이다.
뻐꾸기 새끼가 양부모가 낳은 알을 모두 밀어내 버리고 나면 식욕이 왕성하게 일어나 양부모가 날라다 주는 먹이를 잘 받아먹는다.
/ 임자 건강과학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