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걸쳐 34개 석굴 제작한 집념
500년 걸쳐 34개 석굴 제작한 집념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10.05.3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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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하나 깎아만든 카일라쉬사원 압권

15. 인도 엘로라 석굴

엘로라는 아잔타와 함께 중인도를 여행하는 여행자라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방문하는 유명 관광지다. 그러나 접근 방법은 그리 쉽지 않다. 뭄바이의 중앙역에서 아우랑가바드라는 작은 도시로 가야 한다. 기차로는 7~8시간 걸리고 버스로는 10~12시간이 소요된다.

아우랑가바드에서 버스를 타고 또 30㎞가량을 달리면 엘로라의 입구에 도착한다. 입구에서부터 여행자들은 현무암으로 이루어진 산을 깎아 만든 석굴들이 남북으로 1.6km에 걸쳐 늘어서 있는 장관에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엘로라 석굴사원은 총 34개의 석굴로 구성돼 있다. 아잔타 석굴사원이 모두 불교사원이라는 점과 달리 엘로라는 하나의 장소에 불교와 힌두교, 자인교 사원이 공존한다. 세월이 흐르면서 주류 종교가 바뀌었지만 다른 종교의 사원을 훼손하지 않고 그대로 포용한 인도인의 민족성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 점이 바로 엘로라의 특장점이다.

각 석굴에는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1번부터 12번 석굴까지는 5~6세기에 만들어진 불교 석굴이, 13번부터 29번까지는 7~9세기에 만들어진 힌두교 석굴이 30번부터 34번까지는 8~10세기에 만들어진 자인교 석굴이 가지런하게 조성돼 있어 인도에 영향을 줬던 주요 종교의 역사를 한 눈에 감상할 수 있다.

석굴 입구에서 마주치는 힌두사원인 카일라쉬는 바위 하나를 깎아서 만든 인도 종교예술의 최대 걸작품이다. 카일라쉬는 힌두교와 불교, 자인교가 발생했다는 티베트의 신산(神山)인 수미산을 말한다. 힌두사원인 이 사원의 이름을 카일라쉬 사원이라고 붙인 것은 힌두교의 시바신이 바로 카일라쉬 산에 산다고 믿기 때문이다. 꼭대기에 원통형 조형물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티베트에 있는 카일라쉬 산을 상징하는 것이다.

150여년에 걸쳐 7천여 석공들이 동원돼 조성한 이 사원은 거대한 바위를 위에서부터 아래로 쪼아내려 가면서 조성한 것이라고 한다. 사원을 구경하고 있는 순례자들이나 사원 주변의 잡상인, 혹은 관광객을 대상으로 가이드를 자청하고 나서는 어린아이들의 입에서 쉼 없이 “one rock, one rock”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당시 인도인들의 평균 수명이 30세 전후였다고 친다면 카일라쉬 사원은 도대체 몇 대에 걸쳐 조성됐다는 말인가?

높이 33m, 넓이 47m, 길이 81m라는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사원 전체의 경건함이 우선 보는 이를 압도한다. 이 사원을 보는 이들이 아무리 종교예술에 까막눈이라 하더라도 이 거대한 예술품 앞에서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면 그건 어불성설이다. 중국 낙양에 있는 용문석굴의 봉선사 비로자나불과 이 사원을 처음 만나는 사람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나오는 것은 절대 무리가 아니다.

카일라쉬 사원은 ‘석굴 사원의 어머니’라고도 불리는 엘로라의 하이라이트로 엘로라의 석굴들 중 유일하게 입장료를 받는 곳이기도 하다. 남인도 건축양식인 드라비다 양식을 사용해 만든 사원으로 조성 과정에서 제거된 돌의 무게만 20만t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카일라쉬 사원의 크기도 크기이지만 일반적인 석굴사원 축조방식과는 달리 산 위에서 돌을 깎아내며 파내려오는 방법을 택했음에도 완벽한 좌우대칭을 이루고 있다. 사원의 안과 밖에 인도의 대서사시인 ‘라마야나’ 중 “스리랑카에 사는 악마왕 라바나가 카일라쉬산을 뽑아버리려고 하자 시바신이 엄지발가락 하나만으로 제압했다”는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조각들이 매우 정교하게 조각돼 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이런 발상을 처음 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멋대가리 없이 크기만 한 바위를 바라보다가, 저걸 깎아내려야겠다고 맨 처음 상상한 이는 미치광이다. 역사는 소수의 미치광이에 의해 만들어진다. 러시아의 피터대제, 중국의 진시황, 무굴제국의 샤자한. 이 미치광이들이 역사줄기에 미친 영향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건축물의 위대함은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그런 미치광이가 8세기 데칸고원의 라쉬트라쿠타 왕조에도 존재했다니.

카일라쉬 사원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으로 인해 엘로라의 다른 석굴들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묻히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비쉬누신의 화신으로 알려진 10명의 조각상과 반인반수 모양의 나라심하 조각상으로 유명한 15번 석굴이나 엘로라 석굴 사원들 중 가장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일컬어지는 타라상이 있는 6번 석굴 등을 비롯해 각 석굴은 저마다 담고 있는 종교적 사상과 조각된 조각상들이 각각 다르다.

인도 중앙 데칸고원의 그 검고 뜨거운 땅에 피어난 거대한 종교예술의 극치는 아직도 누가, 무슨 까닭에 이런 오지에 신심의 정점을 꽃피웠는지 설명해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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