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도 비엔티엔에서 이 마을로 가려면 로컬버스로 3시간 남짓 걸린다. 비엔티엔을 중심으로 형성된 드넓은 평야가 문득 끝나고 험준한 산악지형이 나타나면 이미 방비엥에 인접해 있다. 그러나 이 나라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산을 안고 도는 몇 구비의 고개를 넘기 위해서는 노쇠한 버스가 몇 차례의 심한 용트림을 해야 한다. 라오스의 대중버스는 우리나라에서 운행 차령(車齡)을 넘겨 폐기처분된 버스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도시를 누비던 시내버스들이 노선번호판과 노선도를 그대로 단 채 라오스의 산하를 달린다. 이방에서 보는 한국어가 우리의 눈에는 희회적으로 보이지만 그들에게는 이 버스가 한국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효과를 얻고 있다.
한시간 정도 달려 방비엥 접경에 닿았어도 나머지 시간은 첩첩산중의 고갯길을 달려야 한다. 그리고 내리막길이 나타나 수십분 평탄하게 달리면 한순간 탁 트인 분지가 나타나고 분지를 둘러싼 카르스트 지형의 기기묘묘한 산봉우리들이 힘겹게 고개를 넘은 승객들을 반긴다. 방비엥에 닿은 것이다.
방비엥에서는 종일 할 일이 없는 마을이다. 먹고 자는 일을 제외하고 여행자를 위해 배려된 프로그램은 고작 송강을 이용한 래프팅과 카약킹, 주변 산속에 형성된 동굴을 탐험하는 것이 전부다. 방비엥에 도착한 여행자는 마을이 주는 평화로운 환경에 우선 안도감을 느끼다가 반나절이면 싱겁게 끝나버리는 마을투어에 당혹스러워 할 수도 있다. 그러다가 심심해서 숙소에서 뒹굴게 되고 일부는 도시로 떠나거나 일부는 그 고요함에 젖어든다. 방비엥은 특별한 볼거리가 없지만 길 위에서 만나는 온화한 기온과 기온만큼 부드러운 풍경, 길을 떠도는 여행자와의 만남, 그들과 나누는 이야기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강변에서 종일 발가벗고 자맥질을 하는 아이들을 보거나 자전거를 빌려 강 건너 동굴까지 이어진 원시의 길을 달리는 일, 이도 저도 아니면 숙소의 앞마당에 놓인 평상에 누워 책을 읽는 일이 전부다.
자전거를 타고 한 시간이면 중심가와 그 주변 마을은 다 둘러볼 수 있는 방비엥. 강의 어느 가장자리 나무 우거진 쪽에선 마을의 여자들이 옷을 다 벗은 채 수영을 즐긴다. 그들만의 유토피아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평화로운 모습을 발견하기 힘들다. 해가 지면 여행자들이 모이는 메인스트리트를 제외하고 모든 방비엥의 민가는 일제히 고요해진다.
방비엥 인근 몽족이나 야오족 집단 거주지역에 가면 커다란 거처 안에 시아버지와 며느리는 물론 손자들까지 모든 가족들이 한 곳에 모여 잠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거기다 개나 돼지 같은 가축들과 함께 잠든다. 원시 주거형태가 아직도 보존되고 있는 이 곳 주거풍습은 이곳만이 아니라 라오스 전역에 넓게 퍼져 있다.
삶의 평온이란 것, 가족 혈연체의 동질감, 더할 것도 없고 남을 것도 없는 소박한 삶의 모습. 우리가 잃은 대부분의 것들이 방비엥의 풍경 속에 남아 있다.
처음가는 그곳, 이렇게 가세요
방비엥에 가기 위해서는 우선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이나 고도 루앙프라방으로 가야한다. 라오스는 직항편이 없어 방콕이나 하노이를 경유해서 위의 두 도시에 닿을 수 있다.
육로는 태국의 북부 이산지방인 농카이에서 국경을 건너야 하며 국경에서 수도 비엔티엔까지는 1시간 남짓 걸린다. 비엔티엔과 루앙프라방에서는 하루종일 방비엥으로 가는 대중교통이 있으며 비엔티엔에서는 3시간, 루앙프라방에서는 5시간 걸린다.
방비엥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을 여행할 수 있으며 1시간이면 족하다. 외곽의 고산족 마을에 가기 위해서는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툭툭을 전세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