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사 온 지 십년이 지났어도
수다 떨며
커피 한 잔 마실 사람이 없다
--------------------------------------------------------------------------------------------------------------
천융희 시인의 디카시 <거리두기>를 감상합니다. 먼저 디카시를 감상하면서 깜짝 놀랐습니다.
매달 우리 아파트에서도 관리비 청구서가 저렇게 꽂혀 있습니다. 시인의 발상에 놀랍고 내가 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에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저렇게 많이 꽂혀 있던 청구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데도 아파트 주민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10년을 살면서 매달 경험하는 일인데도 신경 써본 적이 없었는데 천융희 시인의 디카시를 감상하면서 나 또한 무관심한 이웃이었구나 생각했습니다.
꼭 내 이야기를 시인이 하고 있다는 생각에 디카시를 한 번 더 읽게 되었습니다.
같은 동이라는 것은 알고 보면 하나로 연결된 가장 가까운 이웃입니다. 10년 넘게 살았는데도 아직 누가 누군지 전혀 모릅니다.
철저한 개인주의 MZ세대라는 말이 있지만 사람은 결국 사회라는 속에 연결되어 함께 살아가야 더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모두가 관리비 청구서를 가져가면서 끝없이 올라가는 가스비, 전기세를 걱정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이웃이 있다면 차가운 가슴이 따뜻한 입김으로 데워질 수도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면서 천융희 시인의 디카시 <거리두기>가 나에게 반성으로 다가와 얼굴이 붉어집니다.
내가 먼저 커피 한잔할까요? 먼저 말할 수 있는 따뜻한 주민이 되어보기로 했습니다. 글=박해경 시인
글=박해경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