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화(異文化) 커뮤니케이션
이문화(異文化) 커뮤니케이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3.01.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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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대의 특징 중 하나로 ‘대량의 인구 이동’을 이야기한다. 이동의 이유는 비즈니스, 유학, 여행, 이주자, 난민, 계약노동자, 결혼 등 다양하다. 어느 국가든 다언어화, 다문화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이문화(異文化) 커뮤니케이션, 공생 등의 논의도 함께 이루어졌다.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은 문화와 배경을 달리하는 사람들 사이에 의미를 주고받기 위해 일어나는 상호 작용을 가리킨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화를 어떻게 다룰 것인가는 2가지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본질주의’와 ‘구축주의’이다. 본질주의에서 문화는 옛날부터 고정적인 것이고 문화의 중심적인 부분은 불변적인 것이라고 본다. 이에 비해 구축주의는 이문화 접촉이 일상화된 현대사회에서 문화는 본디 동태적(動態的)이고 다양한 것으로 파악하려는 입장이다.

분명히 한 국가의 문화는 역사적이고 뿌리가 깊어서 변화하기 어려운 것으로 이해되어왔다. 하지만 실제로 예상외로 문화는 빨리 변화하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 고유의 문화가 존재하지만 격변하는 세계 속에서 한국 문화도 부단히 변화해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원활하게 이끌어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부딪쳐야 할 문제가 또 있다. 국가 차원의 문화와 개인 차원의 문화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를 서울대 문휘창 명예교수는 숲과 나무에 비유하기도 했다. 숲에는 나무뿐 아니라 다른 동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커다란 시스템을 형성한다. 예를 들어 미국과 한국이 국가 차원에서 다른 문화를 갖는다고 해도 그 차이를 기업이나 개인에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나 개인의 문화는 또 다른 변수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히 미국 기업과 한국 기업의 차이는 국가 차원의 문화가 반영된다. 결국 각 개인의 커뮤니케이션은 자기가 속하는 국가 문화를 바탕으로 한다.

국가 차원의 문화를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홉스테드(G.Hofstede)의 연구가 있다. 그의 연구 성과는 50여 개국을 대상으로 인간의 태도와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문화적 가치 체계를 제시한 점이다. 이 체계는 ‘권력 거리’, ‘불확실성 회피’, ‘개인주의-집단주의’, ‘남성성-여성성’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은 권력 지수가 높아 위계질서가 강한 문화이고,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문화권에 속한다. 또한 일의 성과에 역점을 두기보다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여성주의 국가에 속하며 개인주의보다 집단주의 문화권으로 평가된다.

일반적으로 불확실성 회피는 삶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안을 기준으로 삼는다. 불확실성 회피가 높은 문화권은 계획성과 안정성에 초점을 둔다. 불확실성 회피를 위해 직장인들은 술로 불안감을 해소하고 노래를 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생들은 경직된 수업 분위기를 편하게 느끼며 시험도 정답을 찾는 데 관심을 두는 한편 교사들은 모든 정답을 알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문화권에 한국, 일본, 독일 등이 포함된다.

불확실성 회피가 낮은 문화권은 최소한의 규칙이 바람직한 가치로 인식된다. 경쟁이나 갈등은 당연한 것으로 인식하며 피하지 않고 당당히 맞선다. 학생들은 개방적인 학습 분위기에 편안함을 느끼고 자유로운 토론이 가능하며 교사도 ‘나는 모른다’라고 말할 수 있다. 이러한 문화권의 사람들은 긴장감이 적고 좀 더 이완된 삶을 영위한다. 영국, 스웨덴, 미국 등이 이 문화권에 속한다.

한국의 개인주의 점수는 매우 낮은 편이다. 100점을 기준으로 18점으로 중국은 20점, 일본은 46점이며 미국은 91점으로 1위에 해당한다. 한국인은 혼자 행동하고 일하는 문화가 아니기 때문에 미국인의 관점에서 보면 나약하고 의존적이며 덜 성숙된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다.

한국은 ‘우리’가 강한 집단주의 사고방식이 지배적이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면 한국인은 이기적인 사람으로 보고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한국인의 집단주의 특성은 한국에 외국인이 정착해 살기 어렵게 만드는 주요인이 되기도 하며 글로벌 기업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가로막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문화는 변화한다고 했다. 홉스테이의 연구도 세월이 흘러 20년 전의 자료가 되어 버렸다. 젊은이들의 개인주의 문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 코로나로 인해 닫혀 있었던 글로벌 사회에 대한 기대감과 우려가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 이문화 커뮤니케이션의 확장된 시각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박양순 울산과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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