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詩]종일, 꿈 / 이종란
[디카+詩]종일, 꿈 / 이종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10.13 23: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슬 품은 우주 단숨에 들이키진 말고

아껴서 천천히 별을 따듯 한 모금씩

프레임 안으로 들어온 수국

숙면한 강처럼 평온한 뒤척임으로 찾아온 아침

****

제 고향집 커다란 비파나무 아래 장독대가 있었고 주위로 수국이 가득하게 피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이종란 시인의 “종일 꿈”을 감상합니다.

물안개 흐르고 수국이 풍성하게 핀 저 길을 따라 디카시 속으로 걸어 들어가봅니다. 알싸하게 온몸을 적시며 들어오는 수국 향기를 시인은 “이슬 품은 우주 단숨에 들이키진 말고 / 아껴서 천천히 별을 따듯 한 모금씩”이라고 합니다. 얼마나 수국을 좋아하고 사랑하면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저도 수국을 좋아해서 텃밭에도 수국을 심고 키웁니다. 수국은 토양이 중성이면 꽃은 하얀색 산성이면 청색으로 알칼리 성이면 분홍색으로 변합니다. 그래서 색이 칠면조처럼 환경에 따라 변한다고 해서 칠변화 라고도 하지요.

이제는 유월이 되면 전국 여기저기에서 수국축제를 많이 합니다. 특히, 제주도와 태종대 수국 축제가 유명하지요. 여러 축제를 둘러보아도 어릴 때 배고프다고 하면 수국 꽃송이를 사발 가득 담고 와서 먹으라며 주던 누이의 손길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아마 이 시를 적은 이종란 시인도 수국에 대한 추억이 많을 것이라고 느껴집니다.

이렇게 수국을 보고 있으면 수백 개의 꽃이 손에 손을 잡고 하나의 꽃송이를 이뤄 신부의 손에 들려진 부케 같아 보입니다. 저 수국 향기 가득한 꽃 길을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종일 가만가만 걷는 꿈을 꾸는 것은 아닐까요?

글=이시향 시인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