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3에 1을 더하는 법’
‘1003에 1을 더하는 법’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9.04 18: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촌스럽기 그지없는 내 필명 ‘천삼이(1003)’에는 나름 양면의 뜻이 있다. 첫째는 ‘천사(1004)를 지향하지만 그러기엔 1이 부족한 사람’이고, 둘째는 ‘천사(1004)가 되기를 지양하는 사람‘이다.

학교에서 간호학을 배우며 천사가 되기를 꿈꿔 왔지만, 막상 간호사가 되어 10년을 있어 보니 만년 천삼이로 지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꿈을 이뤄 무얼 하나, 난 천삼이인 걸. 간호사라는 대학생 때의 목표를 이룬 나는 현재 무(無) 목표자가 되어버렸고 천삼이의 내적 정의는 늘어만 간다.

신규간호사에 대한 논문을 찾아보면 현실충격(Reality Shock)에 대한 논문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사회생활에 내딛는 첫발이 주는 충격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대우받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 환자의 안위를 위해 너무나 당연시되는 다른 직종의 의료행위, 그런데도 나를 보호할 간호법이 없는 의료계 현실에 대한 큰 충격이 주를 이룬다.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나를 지켜줄 간호법이 없다는 게 이런 것이었을까. 부족한 간호 인력으로 끼니도 거른 채 환자를 돌보는데도 불구하고 요구가 즉시 해결되지 않는다고 쏟아내는 환자들의 거친 표현과 그로 인해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행하는 의료행위, 모호한 업무의 경계로 시행자는 간호사인데 다른 직종의 수가로 집계되는 현실이 근무를 힘들게 한다.

미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아시아, 아프리카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독립된 간호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선 2000년 초반부터 ‘간호법을 제정하라’고 외쳤건만 현장은 달라지지 않음을 10년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더 많은 간호사가 다른 직종의 업무를 대신하는 행위를 하고 있고, 나는 오늘도 코로나 환자에게서 협박성 멘트를 듣지만 ‘천사(1004)가 되기 위해 부족한 1을 채우리라’를 거듭거듭 다짐하고 있다.

보건의료 인력 중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간호사는 항상 중요한 역할을 해 오고 있다. 더욱이 올해로 3년 차에 접어든 코로나 팬데믹 상황으로 그 역할에 대한 비중과 중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건 누구도 반박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현장에서의 역할 확대와 더불어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등에 따른 국민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욕구 증가는 간호사의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간호대학이 정원이 늘어나면서 면허증을 소지한 간호사가 양적으로 불어나긴 했지만, 신규간호사와 경력간호사 할 것 없이 너도나도 간호계를 떠나고 있는 것이 우리 의료계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활동 간호사의 수는 인구 1천 명당 4.4명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와 비교하면 참으로 부끄러운 수치에 머물고 있다. 간호법이 없는 지금의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탈(脫) 간호화 현상은 더욱 심화하지 않을까? 내가 과연 늙고 병들었을 때 나를 진심으로 간호해 줄 숙련된 천사는 그때까지 현장을 지키고 있을까? 미래에 대해 걱정하며 스스로 반문하니 ‘아니요’라는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현행 의료법상 간호사의 업무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의료현장에서 간호사가 실제로 활동하며 기여하는 바를 제대로 다루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의료인의 업무 범위에 대한 법률은 자격을 갖춘 자에게 특정 행위를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의료인의 업무를 명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국민의 건강을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간호법은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급변하는 의료환경에 대처하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 모두의 염원이다. 우리 간호사들은 빠른 시일 안에 단독 간호법이 제정되어 명확해진 나의 일을 마음 편하게 함으로써 충분한 보람과 가치를 느끼는 의료인이 되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나의 부족한 1도 채워지고 국민들 또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듬뿍 받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한경미 <아프다고 말해도 괜찮아요>의 저자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