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코드스위칭
언어의 코드스위칭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29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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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학에서 ‘코드스위칭(code-switching)’이란 대화 도중에 다른 언어로 바꾸어 쓰는 것을 말한다. 달리 말해, 2가지 이상의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이 언어를 썼다가 저 언어를 썼다가 하는 현상을 일컫는다. 외국어만이 아니라 방언도 하나의 언어 코드로 인정된다. 표준어와 방언 사이의 코드스위칭은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접하게 된다. 표준어를 쓰다가도 고향 친구를 만나면 자연스레 사투리를 쓰기도 하고, 평소에는 사투리를 쓰다가도 격식을 차린 연설, 강연에서는 표준어를 쓰기도 한다. 즉 상대와 상황에 따라 코드스위칭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코드스위칭은 언어학에서도 꽤 특징적이다. 어순이 동일하고 언어 구조가 매우 흡사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일제강점기 전후에 일본으로 건너간 재일교포 1세의 언어 형태는 매우 특이하다. 김정자 씨의 연구에서는 ‘비녀 찔러したやんか(찔렀었잖아)’, ‘나는 장사하니까 바빠するから(바빠서) 아니돼영.’과 같은 꽤 변형된 형태가 보고된 바 있다.

바이링궐(Bilingual, 2언어 구사)의 코드스위칭을 언어능력 부족에 따른 것으로 보는 부정적 견해도 있다. 하지만 재일교포의 언어 형태는 한국인이지만 반생을 넘게 일본에서 보낸 그들의 아이덴티티(identity)의 발현인 동시에 그들 커뮤니티 내에서 한일(韓日)혼용 형태가 매우 일상화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생활하는 일본인의 언어생활은 어떨까?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한국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급증하면서 서울 동부이촌동, 부산 민락동 일대에 일본인 집거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이들 일본인 부부 가정은 한국인과의 교류가 매우 제한적이고 단절되어 있어 일본인 중심의 디아스포라(diaspora) 성격이 강했다. 다만,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을 한 일본인 여성의 경우는 달랐다. 한국어와 한국문화에 적응해야 했던 것이다.

이러한 일본인 여성은 시대적으로 볼 때 3개의 그룹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그룹은 1945년 해방 전후로 한국인 남편을 따라 내한한 이래, 오랜 기간 한국에서 생활해온 이른바 ‘일본인 처’로 불린 이들이다. 자료에 따르면 1946년 3월까지 남편을 따라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 여성은 5천 명가량 된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일본인임을 숨기며 살았고, 바깥출입을 거의 할 수 없었다고 한다. 1965년에 비로소 ‘부용회(芙蓉會)’라는 조직을 만들어 매월 정기적으로 모이는가 하면 일본 정부의 도움으로 일본으로 귀국할 수도 있었고, 고향 방문도 이루어졌다고 한다.

1983년의 일본인 처 숫자가 1천500여 명이었다는 보고도 있다. 이들 중에는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버림받은 이도 있었고, 일본 본국 가족이 받아주지 않아 귀국이 무산된 이도 있었다. 한일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힘든 생활을 영위했던 이들의 삶은 TV 다큐멘터리로 여러 차례 방송되었다. 이들의 짙은 사투리 속에는 한국사회에 동화하려는 노력의 흔적이 전해져 온다.

두 번째 그룹은 1980~90년대에 통일교의 대규모 국제결혼을 통해 30년 이상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그룹으로. 현재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다. 1988~1992년 사이에는 무려 6천 쌍에 이르는 한일 남녀 결혼이 있었다. 이들 역시 한국사회에 부딪혀야 했으나 남편, 시댁과의 의사소통은 높은 장벽이었고, 다문화가정 지원도 한국어 교육도 받을 수가 없었다. 이들의 언어사용은 한일 두 언어를 자유롭게 섞어 쓰는 형태를 보였고, 일본어가 생각나지 않거나 한국어 능력이 모자라 늘 불편을 느낀다고 호소하는 이도 있었다.

세 번째 그룹은 2000년대 이후 한류 등의 영향으로 한일교류가 빈번해지면서 유학 등을 통해 국제결혼을 한 그룹으로, 40대 전후에 해당한다. 이들은 남편과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언어가 있고, 대부분 한국어 교육을 받은 경험이 있어서 자녀들에게도 한일 바이링궐로 일본어가 계승되고 있었다.

필자는 이 세 그룹의 일본인 여성과 2014~ 2018년에 걸쳐 서울, 울산, 부산 등지에서 여러 차례 인터뷰조사를 한 적이 있다. 이들 모두 한일 두 언어의 코드스위칭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나 빈도와 양상은 달랐다. 이처럼 코드스위칭은 언어사용자의 특성을 파악하는 데 매우 유효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박양순 울산과학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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