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에서 에메랄드까지
보라에서 에메랄드까지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22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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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왕암공원 해상출렁다리가 지난해 7월 15일 개통한 지 1주년이 지났다. 그 1년 사이 이곳을 174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출렁다리를 찾는 손님은 평일 하루 평균 3천여명, 주말 하루 평균 1만여명이다. 울산시민이 아닌 외지 방문객이 60%나 된다니 참 반가운 소식이다. 출렁다리 덕분에 대왕암공원이 출렁이고 있는 듯하다. 주말이면 주차 공간이 모자랄 정도로 관광객들이 몰려 주차요원들이 공원 밖까지 나와 활발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주차장에서 해안 출렁다리를 향해 가다 보면 먼저 시야에 잡히는 것이 맥문동 군락지이다. 공원 입구에서부터 끝없이 펼쳐져 있는 보라색 맥문동들이 발걸음을 막는다. 생각지 못한 뜻밖의 만남에 관광객들은 비명을 지른다. 출렁다리 입구까지 드넓게 펼쳐져 있는 자줏빛 물결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녹색 잎사귀와 어우러져 시원함과 우아함에 젖는 사이 보라색 융단을 밟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이곳 맥문동의 색깔 퍼플(purple)은 대왕암공원의 소나무와 절벽의 바람이 키우는 특별한 진보라색이다. 구불구불 해송 사이로 비춰드는 햇살에 보라는 한없이 고고해진다. 그 자태를 감상하고 있으면, 복잡한 생각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힐링의 시간이 찾아온다.

깎아지른 절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보라는 ‘나를 보라’는 듯 더 한껏 한들거리며 자태를 뽐낸다. 시선을 멀리까지 보내본다. 소나무와 맥문동의 소실점에 내가 서 있다. 그쯤을 우린 평행이라고 말하는 것일까.

하얀 원피스에 모자를 쓴 그녀들은 순간을 잡으려고 포즈를 바꾼다. 마치 보라 위를 날아가는 나비를 연상시킨다.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퍼플, 그녀들을 위해 존재하는 자줏빛에 빠져들고 말 것만 같다. 이곳을 아무 감흥도 없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느 곳에 숨었다가 왔는지 보라는 지친 사람들을 다독이며 치유의 손길을 내민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선물 같은 풍광이다. 발걸음은 나도 모르게 보라를 향하고, 그 끄트머리에 출렁다리가 있다. 보라의 끝, 그 융단 위를 오르는 듯하다. 맥문동의 꽃말처럼 ‘겸손’과 ‘기쁨’의 연속이다. 그 퍼플 융단 위를 사뿐사뿐 걸으며 출렁다리로 향한다.

해상출렁다리는 해안 산책로 ‘헛개비’에서 ‘수루방’ 사이를 이어주는 길이 303m, 너비 1.5m, 높이 30~40m(해수면 기준) 규모의 다리다. 중간 지지대 하나 없이 단번에 연결되는 방식의 다리치고는 국내에서 길이가 가장 길다. 바다 위로 이어진 다리인 탓에 대왕암 주변의 일산해수욕장과 기암괴석, 동구 시내와 현대중공업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에메랄드빛 위를 걷는다. 아직 보라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이다. 빨강과 파랑의 착시현상으로 바다는 더욱 출렁이는 듯하다. 우아함을 합쳐 놓은 고귀한 색의 끝에 서 있다. 사진을 찍는다. 옥색 위의 사진은 더욱 선명하다.

보라와 에메랄드빛은 동구만의 차별화된 자산이 되었다. 업그레이드된 기분은 새털 같은 발걸음이다. 무더운 날씨에도 사람들의 얼굴은 환하기만 하다.

도시의 경쟁력은 그 도시의 특징을 잘 살려서 드러낼 수 있는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키 작은 맥문동이 무릎을 굽혀 오는 이를 반기는 듯하다. 나지막이 인사하는데 어느 누가 반갑지 않을까. 때론 뜻하지 않은 곳에서 즐거움이 다가드는, 조연과 주연이 더해져 두 배의 기쁨을 자아낼 때도 있다. 지난봄 전남 신안의 퍼플섬 여행에서 받았던 상큼했던 느낌이 떠오른다. 이 나지막한 보라 앞에서 자신의 고귀함을 느낄 것이다.

김뱅상 시인, 현대중공업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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