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틀못’을 생각한다 ③
다시 ‘틀못’을 생각한다 ③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8.2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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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에서 전해 내려오는 틀못이라는 지명의 유래담은 지명 때문에 지명 유래담이 생겨난 것이지 지명 유래담 때문에 지명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전형적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이홍숙 박사가 <김해의 지명전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지명은 지명 유래담 때문에 생겨나지 않는다. 그와는 반대로 지명 때문에 지명 유래담이 생겨난다.

기지(機池)의 기()가 단지 틀이라는 음가만을 표기하고 있다고 할 때 그렇다면 틀못의 틀은 무엇을 뜻하는 말일까? 지명에는 거시적(巨視的)인 지명이 있고, 미시적(微視的)인 지명이 있다. 거시적 지명은 일정한 지역을 유기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그에 속한 하위지역들을 서로 구별하기 위해 붙인 말을 전부요소로 삼는다. 통상 방위를 나타내는 말 곧 오방(五方)을 지칭하는 말이 거시적 지명의 전부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부()인 고을의 경우 그에 속한 하위지역들을 구별하기 위해 보통은 동면(東面) 서면西面) 남면(南面) 북면(北面) 부내면(府內面) 등에서와 같이 동() (西) () () 부내(府內) 등이 거시적 지명의 전부요소가 된다는 말이다. 미시적 지명은 일정한 지역을 유기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기보다는 독립적인 공간으로 인식하고 독자적으로 붙인 이름을 전부요소로 삼는다. 통상 그곳에 설치되었던 기관이나 건축물 인조물 또는 자연물 지형 등을 지칭하는 말이 미시적 지명의 전부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역()말 성황당리(城隍堂里) 창동(倉洞) ()골 장생포(長生浦) 입암리(立巖里) 직동리(直洞里) 등에서와 같이 역() 성황당(城隍堂) () () 장생(長生) 입암(立巖) () 등이 미시적 지명의 전부요소가 된다는 말이다. 물론 미시적 지명에도 상··(··) ·(·) ··(··) 등이나 이에 대한 우리말을 전부요소로 삼는 지명이 있어 유기적 공간 인식이 아주 없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유기적 관계가 다른 지역과 관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에서 제한적이다. 필자는 <<울산의 지명>>을 집필할 당시 틀못을 거시적인 지명으로 보고 전부요소인 틀을 방위를 지칭하는 우리말에서 온 것으로 보았다. 방위를 지칭하는 우리말 중에 ᄃᆞᆯ~ᄃᆞᄅᆞ가 있다. 필자가 <<울산의 지명>> 등에서 밝혔듯 ᄃᆞᆯ~ᄃᆞᄅᆞ는 북쪽을 지칭하는 우리말이다. 이에서 고구려에서 주로 산()의 보통명사로 사용되었던 달(), ()의 훈 뒤, 북쪽 오랑캐를 지칭할 때 사용하는 되놈의 되 등이 나왔다. 그리하여 필자는 틀을 북쪽을 지칭하는 ᄃᆞᆯ~ᄃᆞᄅᆞ의 변이형태로 보고, 틀못에 대해 북쪽에 위치한 못을 뜻하겠다. 언양 읍치의 북쪽에 위치한 못이기 때문에 그와 같은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뒤 필자는 별생각 없이 지내다가 얼마전 김추윤 교수의 <<당진의 지명유래>>라는 책을 보고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세상에나! 틀에 그런 뜻이 있었다니! 김추윤 교수는 <<당진의 지명유래>>에서 ()가 지명에 쓰일 때는 베틀이란 뜻보다는 좁은 둑이란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논두렁이나 밭두렁을 따라 꼬불꼬불하고 소상하게 뻗은 좁은 둑을 보통 논틀밭틀이라고 말하듯이 틀은 좁은 둑을 나타내기도 하고, 들 뜰 틀과 같은 의미로 취급되어 농경지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고 하면서 보통 좁은 둑으로 둘러싸인 물을 공급하기 위한 저수지를 기지(機池;틀못)이라 하는데틀모시 또한 원래의 의미대로 틀(좁은 둑)과 못(저수지)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현재 기지시상수도원의 수원지가 되고 있는 곳이 옛날에는 농경지에 물을 대던 틀()로 둘러싸인 못()이었다고 한다.’고 하였다. 부끄럽지만 필자로서는 처음으로 듣는 이야기였다. (로 이어짐)

민긍기 창원대학교 국문과 명예교수/ '울산의 지명'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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