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와 사고
언어와 사고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26 22: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언어의 주요 기능 첫째는 ‘의사소통’이다. 서로 언어를 달리하는 이들 사이, 특히 국제적 비즈니스나 무역에서는 공통된 의사소통 수단이 필요하다. 19세기 말 하와이의 예다. 당시 사탕수수 등 곡물 작업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동원되었다. 사탕수수 노동자의 70%가 일본인 이민자였으나 그 자리는 점차 중국·필리핀·한국인 노동자들로 채워지게 된다. 이렇게 세계 각국에서 모여든 노동자들은 의사소통 수단이 필요했고, 그 결과 여러 나라 언어가 섞여서 단순한 문법으로 만들어진 이른바 ‘피진(pidgin)’이라는 혼종어가 생겨났다.

하지만 피진은 언어의 기능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했다. 지금 눈 앞에 펼쳐진 사태에 대해 공통된 의미를 주고받기에 급급할 뿐이었다. 더 나아가 과거나 미래의 일을 말하거나 생각의 근거를 밝히는 등 생각과 사고를 언어로 표현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런 표현이 가능한 언어가 되려면 ‘크리올(creole)’이란 언어로 이행되어야 했다. 크리올은 피진 사용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피진을 모국어로 습득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복잡한 언어적 장치가 보완된 다음에야 인간의 사고를 표현하는 언어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처럼 모국어로 사용하는 언어는 의사소통의 도구, 사고의 도구, 지식 공유의 수단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언어적 소양은 현대사회에서 더욱 요구되는 능력이지만 생각처럼 간단하지는 않다. 그 이유는 의사소통 방식의 미숙일 수도, 사유의 부족일 수도, 지식의 부족일 수도 있다. 대비책 마련이 그래서 필요하다.

대학에서는 언어적 소양과 직결되는 교양과목에 힘쓴다. 어느 대학이든 ‘의사소통능력’ 또는 ‘사고와 표현’과 같은 수업이 개설되어 있다. 필자가 근무하는 울산과학대학은 직업기초능력 교과목의 하나인 ‘의사소통능력’을 채택하고 있다.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거나 문서로 의견을 교환할 때, 상대방이 뜻한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자신의 의사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의사소통능력을 주로 다룬다. 세부적으로는 의사소통의 저해요인을 파악하고, 의사소통능력을 개발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며, 비즈니스 문서의 이해와 작성법, 설득력 있는 의사 표현 전략 및 경청능력을 갖추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들 내용은 서구 커뮤니케이션 이론이 상당히 많아 이론적 성향도 강한 편이다.

하지만 긍정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이 수업을 통해 지금까지 자신의 의사소통 방식을 반추하면서 의사소통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고교 또는 대학에서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던 일과 그 해결책은?’, ‘누군가와의 관계 형성이 필요할 때 자신만의 의사소통법은?’ ‘연단공포증(=발표할 때 긴장하는 현상)에 대한 자신의 현재 상황, 그리고 그 개선책은?’ 등 다양한 접근 방식을 모색한다. 2~3명의 소그룹 활동이나 5명 이상의 조별활동을 통해 의견을 교환하고 그 성과를 가볍게 또는 제법 형식을 갖춘 형태로 발표를 유도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의 생각과 사고가 크게 작용한다. 때론 학생들 스스로 생각의 한계에 부딪히기도 하지만,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법고창신 독서대회’라는 대학 자체 프로그램을 2014년부터 매년 진행하고 있다. 독후 활동이지만 독서를 통해 얻은 영감을 창의적 결과물로 만들어내게 해서 우수작품을 선정하는 대회다.

우리는 언어를 통해 의사를 소통하고, 사유를 독려하며, 새로운 지식 습득에 매진한다. 눈높이를 낮추어 의사소통은 말이 통하면 된다든지, 사유나 창의보다 성실함이 필요하다든지, 세상의 그 많은 지식을 다 습득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쟁상대가 국내만이 아니게 된 지가 꽤 오래되었다. 의사소통능력이나 사유의 면에서 서양인이 매우 잘 훈련되어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박양순 울산과학대 교양학부 교수

 


인기기사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