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포기한 LH, 존재할 이유 없다
공공성 포기한 LH, 존재할 이유 없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18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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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시가 숙의형 민주적 절차인 민관협의회를 거쳐 마련한 공해차단녹지 강화 방안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거부했다. 공기업이 공공성을 포기함으로써 자신들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다. 국가 공기업인 LH는 울산에서 가장 많은 택지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향후 개발계획도 가장 많다. 그런데 울산시민들의 건강권과 환경권은 무시하고 수익성 위주의 사업만 추진한다면 이윤추구가 목적인 사기업과 다를 바가 없다.

구 야음근린공원은 울산에 국가산단을 건설하면서 공해를 차단하기 위해 함께 지정되었던 도시공원이다. 그러나 공원으로 지정만 했을 뿐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 58년 동안 방치하다 2020년 7월 1일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되면서 도시계획 시설에서 해제되었다. LH는 때를 기다렸다는 듯 이곳에 공공임대아파트 건립을 추진했다. 울산시는 공원으로 존치하려면 막대한 예산이 들고 그대로 두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며 LH의 개발계획을 찬성했고, 이때부터 민-관 갈등이 시작됐다.

울산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대책위 등이 한목소리로 공해차단녹지 기능을 지닌 도시 숲의 보존을 요구하며 개발계획을 반대하고 나섰다. 민선 7기 출범과 때를 같이한 대립 갈등이 이어지기를 2년여, 마침내 송철호 시장의 결단으로 갈등영향분석을 거쳐 민관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었다. 민관협의회는 치열한 내부토론을 거쳐 ‘공해차단녹지 기능을 고도화하는 구릉지 조성 안’과 ‘원형 보존 안’ 등 복수 안을 권고안으로 채택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다수 안인 구릉지 조성안을 수용함으로써 오랜 갈등이 타협점을 찾았다. 공단과 주거지역 경계지점에 폭 200m, 높이 35m 이상, 길이 1.2km에 이르는 토성 형태의 구릉지를 조성하는 안이었다.

숙의민주주의 절차를 통해 지역의 오랜 갈등을 해결한 것은 울산시 최초의 사례이자 지방자치 역사에서 민관협치 모델을 만든 기념비적인 사례였다. 그런데 LH는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듯 울산형 숙의민주주의를 통한 민관협치방안을 일시에 걷어차 버렸다. 거부하는 시기와 방식도 무례하다 못해 도발적이다. 울산시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울산시 안은 사업비와 사업 면적이 늘어나고 공사 기간도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이유로 재협의도 하지 않은 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며 공문 한 장으로 거부 의사를 통보한 것이다.

안하무인격인 LH의 도발에 대해 김두겸 시장은 명확한 입장을 조기에 밝혀야 한다. 시민들의 건강권·환경권 지키기 방안을 우선할 것인지, LH의 사업권을 우선할 것인지, 답을 내놓아야 한다. 민선 8기 인수위원회에서 구 야음근린공원 개발계획을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한 것도 논란을 확대 재생산할 수 있는 요인이다. 무엇을 재검토하겠다는 것인지 주어가 빠진 재검토 발표여서 LH가 아전인수격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준 것이다.

만약 김두겸 시장이 울산시민들의 건강권, 환경권과 행복추구권을 더한층 강화하기 위해 재검토하겠다면 울산환경운동연합은 쌍수를 들어 환영한다. 구 야음근린공원 부지는 공해차단녹지 기능의 도시 숲으로 보존하는 것이 최선책이기 때문이다. 다만 울산시 재정만으로는 막대한 예산을 감당할 수 없는 탓에 민관협의회에서는 차선책으로 공해차단녹지 기능 고도화 방안을 다수 안으로, 원형 보존 방안을 소수 안으로 해서 복수 안을 권고했다. 울산시는 다수 안을 수용했으나 LH는 이를 거부하고 자신들의 처음 계획대로 밀어붙이겠다고 고자세다. 이는 울산시민들보다 자신들의 수익성을 우선하겠다는 선언이 아니고 무엇인가?

땅 투기와 특혜분양으로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조직해체 수준의 개혁을 요구받았던 LH가 개혁은 고사하고 무늬만 공기업임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민관협치를 통해 오랜 환경현안 갈등이 해소된 것으로 생각했던 울산시민들은 LH가 울산시 안을 거부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매우 분노하고 있다. LH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울산환경운동연합은 LH의 사업시행자 대상 퇴출을 목표로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강고한 연대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다.

이상범 울산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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