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노CEO 11기를 마치면서
테크노CEO 11기를 마치면서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7.17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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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노CEO 과정은 울산대학교 산업대학원에서 개설한 이공계 기반의 최고경영자 과정이다. 오늘은 11기가 졸업하는 날이다. 지역 기업이나 각 분야의 지도자급들을 대상으로 경영에 필요한 제반 지식을 제공한다. 또한, 사회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폭넓은 교양과 덕목, 급변하는 경영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한다. 아울러, 최고경영자 간의 유대관계를 통해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재충전의 기회도 제공한다. 울산의 여러 과정 중 으뜸이라 감히 자평(自評)한다.

크레페는 프랑스 요리로 얇게 구운 팬케이크의 일종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서는 크레이프라 규정하나, 여기선 일반적인 용어로 사용하겠다. 대부분의 크레페는 밀가루나 메밀가루로 만든다. 한국에선 식사용이 생소하지만, 프랑스 본토에서는 고소하고 간편한 한 끼 식사로 인기다. 필자는 크레페나 피자보다는 우리나라 고유 음식인 전을 좋아한다. 특히 녹두빈대떡을 가장 좋아한다. 무거동 어느 선술집에서 만난 바싹한 감자채전도 잊을 수가 없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그저 ‘내로남불’만 외치다 들통난 사회지도자층의 갖가지 행태를 보노라면 울화통이 터진다. 오히려 가난을 딛고 평생을 삯바느질, 구두닦이 등으로 자수성가한 분들이 전 재산을 기부했다는 훈훈한 미담이 내 마음을 촉촉이 적신다.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테크노CEO 과정에서 이런 사회공헌 활동이 안 보여 아쉽다.

시크한 멋을 풍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물론 용모와 스타일이 세련되고 멋져야 한다. 그러면 용모만 멋지면 시크해 보일까? 아니다. 내면적으로 지적이면서 도시적 이미지가 함께 드러나야 한다. ‘겉바속촉’을 처음 접했을 때 시크함을 느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이라는 뜻이다. 바삭거림과 부드러움이라는 상반된 식감이 함께 조화를 이루는 그 오묘한 맛. 사람에게도 ‘겉바속촉’ 맛이 있다. 겉은 바르고 속은 따뜻한 사람이다. 나는 그런 사람이 좋다.

이제 잔뜩 정들기 시작한 원우들과 작별할 시간이 됐다. 어느덧 16주가 지나갔다. 많이 아쉽고 서운하다. 그 마음을 여기에 조금이나마 담으려 한다. 그동안 370여 편의 칼럼을 쓰면서 늘 새긴 말이 있다. 일침견혈(一針見血). 어혈이 생겼을 때, 훌륭한 한의사는 환부 주변 여기저기를 찌르지 않고 단 한 번의 침으로 피를 빼서 환자를 치료한다. 마찬가지로 쾌도난마(快刀亂麻)처럼 글은 명쾌하고 짧게 쓰라는 뜻이다. 비록 오늘 헤어져도 다음 모임이 있을 때 좋은 인연을 계속 이어가면 좋겠다.

오어사를 다녀왔다. 11기 졸업여행이다. 오어사는 신라의 4대 조사를 배출한 성지다. 포항 운제산 아래에 부처님의 그윽한 향기가 머물고 용이 감싸는 듯한 기암절벽이 한 폭의 동양화처럼 어우러진 곳이다. 신라 26대 진평왕 대에 창건된 사찰로 애초 항사사(恒沙寺)라 불렀다.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법력으로 개천의 고기를 생환토록 시합했는데, 한 마리는 죽어서 다른 한 마리는 살아서 왔다. 산 고기가 서로 자기 고기라 하여 ‘나(吾), 고기(魚)’자를 써서 오어사(吾魚寺)라 했다. 가을에 꼭 다시 가보고 싶다.

11월 11일은 무슨 날인가? 젊은이들은 빼빼로데이라고 하나, 농업인의 날 혹은 가래떡데이로 즐겼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농업을 중시하는 전통이 발달했다. 그러나 급속한 도시화와 산업화로 우리 농업과 농촌이 날로 기울고 있다. 농업인의 날은 농민들의 자긍심을 고취시키고 농업의 중요성을 되새기는 법정 기념일이다. 흙(土)을 풀어쓰면 열 십(十) 자와 한 일(一) 자 즉 11이 된다는 점에 착안했다. 쌀소비를 촉진하는 가래떡데이의 취지에 도시인이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

기다림은 무작정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기다리는 것이다. 이것이 ‘기다림의 미학’이다. 기다릴 것을 기다려야 한다. 눈에 보이는 현상뿐만 아니라 그 이면에 담겨있는 목적을 기다려야 한다. 오늘도 자연이 보여주는 기다림의 미학을 배우고 있다. 기다림 속에 나도 11기 원우들과 반갑게 조우(遭遇)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겠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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