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를 깁다 / 송봉진
상처를 깁다 / 송봉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6.16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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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지 않으려는 수고로운 몸짓

생의 색깔은 서럽도록 붉고도 희다.

비린내와 악취로 가득하여

녹음으로도 감출 수 없고 가려지지 않아 드러난

그날들의 삶을 깁는다.

일생을 살면서 상처 없이 살아가는 삶은 없을 것이다.

티브이 광고에 나오는 상처 연고 얘기처럼 상처에 연고를 발라서 깨끗이 나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상처는 흔적을 남기고 그 상처 때문에 아픈 기억을 오래 간직하게 한다.

송봉진 작가는 눈으로 보면 평온한 그물 깁는 일이 실제 현장에서 느껴지는 비린내와 악취의 현장과 마주했을 것이다.

어민들이 삶의 바다에서 목숨과 맞바꿔 잡은 생선은 가족들의 안부와 결부되는 중요한 일이다.

그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찢어지고 뜯어져 못 쓰게 되어버린 그물을 손질하는 수고스러움이 담긴 붉은 그물을 깁고 있는 아주머니의 일이 숭고하게 다가온다.

송봉진 작가는 그 속에서 푸른 녹음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삶의 진실을 보지 않았을까?

우리는 작은 상처에도 호들갑을 떨며 연고를 바르고 빨리 낫기를 바란다.

마음에 상처가 생길 때도 마찬가지로 잊기 위하여 여행을 떠나고 마음의 안식을 주는 종교를 찾으며 벗어나려고만 한다.

하지만 상처에서 우리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게 된다.

몸에 난 상처에서는 좀 더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마음에 난 상처는 더 단단해지는 의지를 기를 수 있다. 이처럼 상처도 아프게만 바라보지 말고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상처를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향기가 될 수 있다는 복효근 시인의 <상처에 대하여>라는 시의 구절을 소개한다.

‘오래 피가 멎지 않던 상처일수록 꽃향기가 괸다 / 오래된 누이의 화상을 보니 알겠다 / 향기가 배어나는 사람의 가슴속엔 커다란 상처 하나가 있다는 것 / 잘 익은 상처에서 꽃향기가 난다.’

우리의 주어진 삶이 비린내와 악취가 가득한 그물을 손질하는 일도 있겠지만 그 속에서 꽃향기를 맡을 수 있는 지혜를 얻기를 바랍니다.

글=박동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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