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자유주의와 진보의 자유주의
보수의 자유주의와 진보의 자유주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21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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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대 울산시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김주홍 전 울산대 명예교수는 지난 7일 교육감 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유주의 교육철학의 신념에 따라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는 “학생들이 공부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개인의 자유를 고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진 지난 14일, 김 예비후보자는 공약과 정견을 발표하며 “자유주의 교육철학은 어렵지 않다”며 존 스튜어트 밀(1806~1873)의 ‘자유론’을 인용했다. 보수진영 교육감 후보로 나선 그가 산업혁명 시기 급진적 사상을 추구했던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한 것은 부조화스럽다. 하지만 그가 교육감 예비후보자로 나서 교육정책의 근간을 ‘자유론’에 뒀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또 다른 보수진영의 장평규 예비후보도 김 예비후보자와 사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장평규 예비후보자도 ‘학생들의 공부’에 공약의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학력신장, 인성교육, 4차산업시대 인재양성, 균형잡힌 교육, 투명한 교육행정 실현 등 기본공약이 김주홍 예비후보자와 비슷하다. 또 두 예비후보자 모두 성소수자나 포괄적 성교육,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대하는 생각도 비슷하다. 존 스트어트 밀의 ‘자유론’을 이해하면 보수진영이 무엇을 추구하는 지 공약의 핵심이 보인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한 김 예비후보자의 ‘자유주의 교육철학’에는 ‘공리주의적’이란 단어가 생략돼 있다. 공리주의란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를 말한다. 공리주의 입장에서 보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단행됐던 ‘제한적 개인의 자유 억압’이 이에 부합한다. 다수의 행복을 추구하는 자유주의를 위해 ‘책임과 희생’을 강제할 수 있다는 뜻도 된다. 즉, 김 예비후보자는 ‘학생들의 공부’를 공리로 보고 공부 시키는데 걸리적 거리는 게 있으면 과감히 철폐하는 교육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게 그의 공약이다. 장평규 예비후보도 다름이 없다.

자유주의는 보수진영만의 점유물이 아니다. 진보진영은 존 듀이(1859~1952)의 ‘실용주의적 자유주의’를 표방하고 있다. 존 스튜워트 밀이 자유를 개인의 자유에 초점을 맞췄다면, 존 듀이는 개인이 속한 공동체를 우선해 공동체 속에서 개인과 타인의 자유발현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진보진영으로 대변되는 노옥희 교육감은 ‘미래 울산교육발전 방향’을 공동체로 확대하려는 점에서 존 듀이의 ‘실용주의적 자유주의’ 철학에 가깝다. 이는 코로나19를 겪으며 ‘모두가 키우는 교육공동체’ 정책을 수립해 추진하는 것에서 알 수 있다. 교육공동체 안에서는 소수적 약자도 차별적 대우도 함께 살아가야할 개인과 타인의 자유영역에 속한다.

현재의 교육계는 존 듀이의 영향을 받고 있는데, 교육공동체의 확대뿐만 아니라 체험활동을 중시하는 경험적 교육 도입이 그것이다. 외부에서 볼 땐 체험과 공동체 활동이 학생의 본분인 공부를 등한시 하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보수진영 예비후보자들이 “바로잡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울산시교육감 선거에서 김주홍 예비후보가 ‘자유주의’를 표방함으로써 진영간 교육본질에 대한 논쟁이 불붙었다. 교육학자들은 교육의 본질에 대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지식전수를 통해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것과 공동체 안에서 경험을 통해 함께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 중 어느 것이 더 나을지에 대한 선택이다. 이번 선거는 진영간 이념 대결 뿐만 아니라 교육철학을 비교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정인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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