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티슈의 두 얼굴
물티슈의 두 얼굴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4.10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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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최고의 발명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물티슈’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것은 언제부터인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것 같은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저렴한 가격에 편리하게 위생을 챙길 수 있어서 가정에서도, 음식점·카페·병원에서도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이것이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천연 펄프로 만든 제품도 있지만, 대부분은 물에 녹지 않는 ‘플라스틱’ 재질로 구성되어 있다. 폴리에스터, 부직포 등으로 만들어진 ‘물티슈’는 잘 썩지 않는 악성 쓰레기가 된다. 그뿐만이 아니다. 폐기 과정에서 분해되는 데 수백 년이 걸리는가 하면 태울 때는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물티슈가 바다로 흘러가면 더 심각해진다. 제대로 분해되지 않고 이리저리 떠다니다가 5mm 이내의 아주 잘게 부서진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이것은 식용 소금에도 들어갈 수 있다. ‘미세플라스틱’을 연구하는 국립환경과학원의 한 연구원은, 이것이 해양생물의 먹이가 되고 ‘먹이사슬’을 통해 결국 사람들의 몸에 들어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우리가 쓰고 버린 물티슈가 부메랑이 되어 식탁에 올라온다니 섬뜩한 마음이 든다.

물티슈는 과연 티슈에 물을 적셔서 만든 것일까? 그 속엔 세균의 증식을 막기 위해 미생물과 이물질을 제거한 정제수가 97% 들어있고, 3%는 보존제와 계면활성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까닭에 자주 사용하면 건강에 해로울 수밖에 없다. 또 민감한 피부를 가졌거나 아토피가 있는 사람이 사용하면 피부질환을 가져올 수도 있다. 2014년도엔 일부 제품에서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진 적도 있다.

휴지통을 없애는 화장실이 늘어나면서 일부 사람들은 무심코 변기에 물티슈를 버리는 경우가 있다. 이러면 물에 녹지 않아 머리카락 등 여러 쓰레기와 엉키면서 하수처리시설 고장의 주된 원인이 되고 만다. 해마다 수리 비용만 수십억원이 든다.

경기도에서는 기념품으로 물티슈를 제공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1회 용품 목록에 물티슈를 추가하도록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일회용 빨대와 컵, 비닐봉지, 용기처럼 일회용품 목록에 포함해 규제하자는 내용이다. 환경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는 이런 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티슈를 적게 쓰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되도록 가볍고 부드러운 무명베로 만든 거즈 수건이나 행주를 이용하자고 권하고 싶다. 외출할 때도 거즈 수건을 지니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 물을 묻혀서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간단한 청소를 할 때도 걸레 대신 무심코 뽑아 쓰던 물티슈. 이젠 걸레로 대체하는 작은 실천이 우리의 건강과 환경을 보호하는 길이 될 것 같다.

나는 30여 년 전, 딸을 키울 때 ‘천 기저귀’를 손수건 크기로 잘라서 물티슈 대신으로 사용했다. 세탁할 때 번거로움은 있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아기에게도 좋을 것 같아서 실천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환경을 살리는 작은 몸짓이 아니었나 싶다.

정갈하게 다림질한 손수건 한 장 호주머니에 넣어 다니면서 손을 닦는 사람을 보면, 왠지 눈길이 가고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낀다. 문득 언젠가 마음에 빚을 진 사람들에게 꽃무늬가 새겨진 손수건 한 장 선물해주고 싶어진다.

편리함 뒤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다. 현대인의 생활필수품으로 자리매김한 ‘물티슈’를 한 장 한 장 뽑아서 사용할 때마다 ‘플라스틱 티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천애란 사단법인 색동회 울산지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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