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공연장에 울려 퍼진 가곡 ‘물방아’
대공연장에 울려 퍼진 가곡 ‘물방아’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2.03.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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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 언양 물이 미나리꽝을 지나서 물방아를 돌린다. 팽이같이 도는 방아 몇 해나 돌았는고. 세월도 흐르는데 부딪히는 그 물살은 뛰면서 희게 웃네.…물방아 도는 곳에 옛 생각도 그리워라. 아, 지나간 옛날이여.”

우리 가곡 <물방아>. 귀에 선 것 곡이어서 작사가, 작곡가가 누구인지 처음엔 몰랐고, 뒤늦게야 알게 됐다. 노랫말은 울주군 언양 출신 정인섭 작가(1905∼1983)가 지었고, 곡은 <언덕에서> <님의 침묵>을 빚어낸 김원호 작곡가(부산, 1936∼)가 썼다는 사실이었다. 테너 3인(김영주, 김동윤, 노현일)의 개성 넘치는 가창은 가슴을 설레게 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인터넷을 뒤지다가 이 가곡의 노랫말을 두고 정일근 시인의 기고문 <미나리란 이름의 희망>(2010.1.18. 한국일보)을 건지게 된 건 우연한 행운이었다. 다음은 그 글의 일부다. “지금은 ‘미나리꽝’으로 바로 잡혀 있지만, 처음 노래를 불렀던 성악가들이 아름다운 강 이름으로 착각하고 언양까지 ‘미나리강’을 찾아왔었다고 한다. 국립합창단 나영수 예술감독께 오래전에 전해 박장대소하며 들은 일화다.…” ‘나영수 예술감독’(1938∼)이라면 가수 나윤선의 부친이자 한동안 울산시립합창단을 이끌었던 분이다.

<물방아> 소리를 합창이 어우러진 중창으로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부·울·경 특별연합 합창단 창단연주회’ 덕분이었다.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층에 숨어들 듯 자리를 잡은 때는 공연시각(29일 저녁 7시 반)을 조금 넘긴 시간대. 먼저, 대규모 단원들로 그득 찬 연주 공간(무대)이 시야를 어지럽게 했다. 눈대중으로 숫자를 서너 번 헤아려도 정확한 숫자는 가늠하기가 힘들었다.

그들 속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음악인이 있었다. 이번 연주회의 예술감독을 맡아 지휘봉까지 잡은 김광일 선생(전 부산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연세대 음대 졸업)이 바로 그였다. 그 뒤를 든든하게 받쳐준 분은 황성진(울산메가시티합창단 지휘자, 울산문수오페라 예술총감독), 문성환(전 동아대 초빙교수), 성상철(고신대 초빙교수) 등 세 분의 지휘자. 연주회가 끝난 직후 김 감독에게 넌지시 합창단의 숨은 얘기를 캐물었다. 답은 이내 돌아왔다.

“경남에서 마흔넷, 울산에서 마흔, 부산에서 서른다섯 분이 오셨을 겁니다. 경남 쪽은 모두 거제 분들이고요.” 이밖에 오케스트라 단원 마흔두 분, 그리고 지휘자와 성악가, 섹소포니스트에 스태프까지 합치면 170명이 넘는 대식구다. 지난 1월 셋째 주부터 연습을 시작한 이들은 연주회 전까지 모두 18회의 연습 과정을 세 지역에서 나눠 가졌다. “연습은 지역별로 하다가 지난 13일과 28일에는 울산에서 모여 해보았고, 전체 합동 연습은 그게 전부입니다.”

사실 합창단이 이날 소화해낸 곡은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었다. ‘윤이상 주제에 의한 합창연곡(<오 낙동강> 등) 2곡을 비롯해 ’화려한 봄의 세계‘ 10곡, ’서덕출 시인의 동요에 의한 합창 모음곡‘ 5곡, 오페라 합창곡 2곡 외에 앙코르곡 <상록수>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스무 곡은 거뜬했다, 특히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로 시작되는 <상록수> 합창은 일시나마 대공연장을 전율에 휩싸이게 했고, 색소폰 주자 김대훈 씨의 객원출연은 소나기 박수를 끌어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연주회가 막을 내린 뒤 김광일 감독도 감격스러운 듯 한마디를 던졌다. “정말, 기적입니다.”

정말이지 ‘부·울·경 특별연합 합창단 창단연주회’는 설립 취지에 맞는 성공작이었다는 평가가 빈말이 아닌 행사였다. ‘뉴스 포인트’는 28일 경남 거제발 기사를 이렇게 올렸다. “지난 25일 합창단 연습실을 방문한 변광용 거제시장은 ‘부·울·경의 화합을 위한 민간 문화예술 교류의 뜻깊은 행사에 우리 지역 합창단이 당당하게 함께하여 자랑스럽다’며 격려했다.”

이번 행사의 산파역을 맡았던 송철호 울산시장은 인사말에서 이렇게 말했다. “오늘 연주회는 경남, 부산, 울산을 하나의 메가시티로 묶는 부·울·경 특별연합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는 시점이라 그 의미가 매우 깊습니다.” 이날 울산시에서는 김석명 문화체육국장과 김연옥 문화예술과장도 자리를 같이해서 부·울·경이 하나 되는 감격스러운 장면을 가슴에 새겼다.

김정주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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