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얄팍한 ‘술수(術數)’를 반성합니다
저의 얄팍한 ‘술수(術數)’를 반성합니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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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길을 잃고 헤맬 때가 있었다. 오랜 기간 한 자리에서 똑같은 일을 반복하여 무료했기 때문이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실망스러워 절망하기도 했다. 좋은 결과는 얻었으나, 그 힘든 길을 다시 걸어야 하는 두려움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사람’이었다. 믿는 사람에게 배신당했거나 주위 사람에게 상처받았을 때. 같은 생각을 공유했던 이가 다른 길로 들어섬을 알았을 때. 열심히 한 일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을 때. 그럴 때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어졌다. 그 길을 애써 걸어온 내 선택을 후회하고 원망했다.

앞으로 이러한 걸림돌에 또 걸려 넘어질 수도 있다. 또한, 길을 잃고 헤맬 수도 있을 것이다. 솔직히, 다시 그런 실망과 후회를 견뎌낼지 의아심이 든다. 하지만 우리 인생길이 그런 길이었음을 어렴풋이 알고 있다. 마음을 비우니 다른 것이 채워지고 있다는 것을. 고정관념에서 탈피하니 세상이 환해진다는 것을. 아직도 멀었지만, 노력했고 또 노력할 것이다. 나 자신을 위해. 익숙하지 않은 낯선 것을 받아들이지 못한 편견과 지독히 싸웠다. 머리로는 되는데 몸은 거부하는 오만과 밤새 얘길 나눴다. 어차피 자신이 모든 걸 원하는 곳에서만 살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던가.

인생길을 걸으며 수많은 사람을 스치고 만난다. 그러나 그들을 전부 잘 알지는 못한다. 대부분 자신이 가진 얄팍한 정보로 그 사람을 받아들이고 판단한다. 먼저, 그가 어디 출신이며 무슨 일을 하는지, 나이는 몇 살이며 어디에 사는지 등을 판단의 기준으로 삼는다. 심지어 어떤 사람과 어울리는지에 따라 미리 그를 예단(豫斷)하기도 한다. 이 얼마나 우매한 일인가. 이는 누군가를 깊이 알아 가는 인격적인 만남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채우기 위한 수단의 만남일 뿐이다.

여행을 가려고 짐을 싸다 보면 가방이 언제나 작게 느껴진다. 하나둘 물건을 챙기다 보면 어느새 빈 공간이 별로 보이질 않는다. 그때부턴 가지고 갈 것보다는 놓고 갈 것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여행 가방 앞에서 우두커니 서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언지 따져 본다. 소유와 집착이 쌓이면 무거워지고, 챙겨야 할 것이 많으면 떠나기 어려워진다. 가볍게 떠나면, 더 많은 것을 채워 올 수 있다. 인생길은 여행이다. 기쁨도, 슬픔도, 아픔도, 고통도 그리고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서로 나누며 살아야 행복한 사회공동체가 되리라 확신한다.

행복하길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모든 순간이 행복이면 좋겠으나, 현실은 냉혹하다. 우리의 삶은 하루에도 여러 번 천국과 지옥을 오간다. 왜 그럴까? 자기가 가진 것에 만족하다가도, 다른 사람과 비교하게 되면서 불행이 시작된다. 우리는 행복을 추구하기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실제로 행복하게 살 수 있다. 내가 행복하려면, 내 주위에 널려있는 행복을 발견해야 한다. 받은 것에 감사하고, 갖지 못한 것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는 순간, 행복은 멀어진다. 그 사람의 행복을 함께 기뻐해 줄 때 비로소 내게 행복이 찾아든다.

그동안 사람들을 어떻게 만나 왔는지 깊이 성찰해본다. 내가 가지고 있는 알량한 정보로 그대를 쉽게 판단하진 않았는지. 그대가 내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느냐 여부를 먼저 따지진 않았는지. 쓸데없는 자만심을 바탕에 깔고 대한 건 아닌지. 확인도 안 된 선입관과 편견으로 그대를 평하진 않았는지. 그대를 만나면서 나를 먼저 채우고 집착한 것은 아닌지. 위선과 허세로 그대 마음에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그런 분들에게 깊이 사과드리며 통렬히 반성한다.

단언하건대, 더 많은 것을 가지려는 탐욕에서 벗어나겠다. 놓고 떠나야 새로움으로 채울 수 있기에. 매사에 감사하고, 선한 영향력을 함께 펼치고 싶다. 또한, 집착과 미련에서 벗어나겠다. 그것들은 성공과 좋은 결과만을 가지려는 욕심에서 비롯되기에. 하루하루를 열정으로 살아가겠다.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안 남을 테니까. 아직 너무 부족하지만, 순명(順命)의 의지로 파견되는 삶의 모습을 따르고 싶다.

이동구 본보 독자위원장·RUPI사업단장·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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