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非婚)’도 가족 형태의 하나
‘비혼(非婚)’도 가족 형태의 하나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11.23 2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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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가족 구성의 ‘완성’으로 보고 ‘필수불가결’처럼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미혼(未婚), 기혼(旣婚)을 결혼 여부를 기준으로 구분해 왔다. 아직 혼인을 안 한 상태라는 의미의 ‘미혼’이란 말에는 ‘결혼을 안 한 미완성의 상태’라는 전통적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다. 그 때문에 혼기가 찼는데도 결혼하지 않으면 무슨 문제라도 있는 사람 취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젠 결혼을 안 하는 게 낯설지는 않다. 상대방과 맞춰가며 살기보다 자신의 삶을 홀로 책임지며 살겠다는 청년들의 공감대가 커지면서 결혼은 자연스레 ‘필수’가 아닌 ‘선택’이 되고 말았다. 결혼을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비혼(非婚)’이 청년들 사이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것이다. 우리는 점점 확산해 가는 비혼 문화를 ‘하나의 삶의 방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통계청의 ‘2018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48.1%로, 2010년의 64.7%에 비하면 16.6%포인트가 줄어든 수치다. 또 여성가족부의 「2020년 청소년 종합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0.9%는 ‘결혼을 반드시 할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 2017년보다 11.9%포인트가 높아진 수치다.

과거에는 결혼이 삶의 필수 요소였을지 모른다. 가족 중심의 전통 사회에서는 적당한 나이가 되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기르며, 한평생 함께 살아가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고 장려되어왔다. 하지만 지금 청년들에게는 가족에 대한 희생이나 미래보다는 현재의 행복을 찾으려는 성향이 더 강하다.

그런데, ‘어쩔 수 없는 비혼’도 있다. 결혼을 포기한 ‘비자발적’ 비혼 청년들이 이에 해당한다. 총신대 아동학과 강유진 교수의 ‘성인남녀의 비혼 유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에 따르면, 비혼을 자발적 삶의 방식으로 스스로 선택한 경우보다 결혼 기회의 상실이나 결혼자금의 준비 부족과 같은 외부적 이유로 이뤄진 경우가 큰 부분을 차지한다.

현재의 청년들은 대학교를 졸업해도 이전 세대보다 경제적·사회적 독립을 함께 이루기는 어렵다. 게다가 자기 재생산 기반을 마련하는 데도 어려움이 크다. 비자발적 비혼이 더욱 늘어나는 이유일 것이다.

결혼과 출산은 무조건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선택하는 것이 되어 버렸다. 현재의 가족 정책은 이성애 중심적으로 이뤄져 있지만, 가족이 꼭 결혼을 통해 이뤄진다는 기존의 문화적 인식은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가족은 결혼만이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형성될 수 있다. 나와 다른 삶의 방식을 열린 마음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필요한 때이다.

김상형 인구보건복지협회 울산지회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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