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복지가 답이다
교육복지가 답이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9.09 22: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마트에 도착한 아이들은 뭘 사야 할지 몰라 카트를 몰고 마트를 돌고 또 돌았다. 그러더니 라면, 삼겹살…. “선생님 소고기 사도 돼요?” 과일 코너에서 한 아이가 묻는다. “샘, 멜론 사 가면 우리 집 어떤 반응일까요? 멜론은 어떻게 먹어요?” 생각지도 못한 질문. 멜론은 안 먹어 봤다며 들어다 놨다 했다. 결국 값이 싼 파인애플을 샀다. - 학교교육복지사 페이스북에서.

지난 8월 여름방학이 한 창일 때, 학교교육복지 긴급지원 프로그램인 ‘사제동행 장보기’가 실시됐다. 아이들이 쓸 수 있는 돈은 7만원. 아이들은 옷도 사고 동생 신발도 샀다. 할머니가 좋아하시는 옛날 과자 ‘뻥튀기’도 카트에 담았다. 누구에겐 적은 돈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아이들에겐 돈의 가치와 무게가 달랐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소비할 수 있다는 것은 ‘얼떨떨한 낯선 경험’이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이 아이들에게 선한 작용을 불러와 내일의 희망을 꿈꾸게 했다. 빈부격차도 우리 삶의 일부다. 그렇다고, 가난하다고 꿈조차 꿀 수 없는 사회라면 우리 사회는 절망적일 수밖에 없다. 이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려면 ‘교육복지’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교육복지’의 시작은 10여년전 초등 전면무상급식부터로 기억된다. 지금도 복지는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에 대한 논쟁이 뜨겁지만, 당시엔 더 치열했다. 선택적 급식을 택했던 오세훈 서울시장의 낙마를 기억하면 된다. 10년이 지난 지금은 고등학교까지 전면 무상급식이 시행되고 있다. 보편적 복지의 완승이다. 무상급식의 효과는 급식종사자의 일자리 창출, 위기의 농업 활성화, 가정경제 도움 등 무수히 많다. 특히 미국 한 대학의 한국 무상급식 연구분석에서는 ‘학교폭력이 줄었다’는 보고도 있었다. 보편적 복지의 시행은 불평등을 메우는 효과를 가져왔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완성하며 공교육이 손댈 수 있는 보편적 교육복지를 실현해 냈다. 울산지역 학생이라면 누구나 초등부터 고등학교까지 무상급식에, 무상교복에, 교과서비·학교운영비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여기에 수학여행도 돈 걱정 없이 갈 수 있고, 체험활동도 대부분 무상으로 할 수 있다. 보편적·기본적으로 제공되는 무상교육은 ‘돈이 없어 공부를 못 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이 됐다면 불평등을 메우는 ‘희망 사다리’를 복원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지금 시교육청은 내년에 추구해야 할 교육정책 방향을 수립하기 위한 작업이 한창이다. 교육청책연구원은 3차에 걸친 세미나를 개최했다. 또 각계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을 수렴해 이를 분석하고 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생안전’이 최우선이었고, 올핸 코로나19 피로감에 따른 ‘교육 일상 회복’이 정책방향이다. 그렇다면 내년엔 어떤 정책이 기조를 이룰까?

교육정책연구소의 3차 세미나에서 연세대 이양수 교수는 존 롤스(J. Rawls)의 이론을 인용해 “앞으로의 교육은 철저히 교육약자 편에서 교육기회를 균등히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빈부격차로 출발선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인 교육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옛말에 ‘개천에서 용 난다’고 했는데 요즘엔 ‘무슨 가당찮은 소리냐’고 일축한다. 부의 척도로 판·검사, 의사가 되고, 정치권력에 쉽게 접근한다. ‘금수저, 흙수저’란 말은 신분 상승의 희망을 잃어버렸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교육복지에는 물질적 혜택뿐 아니라 균등한 교육기회도 포함된다. 돈 걱정 없이 공부하고, 양질의 교육으로 아이들이 미래를 설계하도록 돕는 게 교육복지다. 내년에는 교육복지 정책이 더욱 확대되기를 기대한다.

정인준 사회부장

 


정치
사회
경제
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