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란 없다
‘사랑의 매’란 없다
  • 울산제일일보
  • 승인 2021.07.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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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2일 울산지방법원 형사11부 주심인 박주영 부장판사는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하면서 “사랑의 매란 없다”는 말로 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가정교육을 하는 자신을 비웃는다는 생각에 격분한 계부 A씨는 다섯 살 난 의붓아들에게 몹쓸 짓을 저질러 숨지게 했다.

박 판사는 판결에서 “저항할 수 없는 어린아이를 학대하는 행위는 인간 생존의 최소 단위와 영혼을 파괴하는 씻을 수 없는 범죄”라며 “아이들에게 올바른 가치관과 행동방식을 심어주는 훈육은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훈육의 리스트에 폭력은 있을 수 없다. 사랑의 매란 없다”고 잘라 말했다. 박 판사는 이어 “울산에서 2014년에 일어난 이서현 양 사건으로 ‘아동학대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됐지만 여전히 사회에선 아동학대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법정에서 사망 아이의 이름이 불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이들의 목숨조차 온전히 지켜주지 못하면서 무슨 복지를 논하고, 어떤 이념을 따지며, 어떻게 정의를 입에 올릴 수 있는가. 우리는 과연, 책무를 다하고 있는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는 말로 어른들에게 자성을 촉구했다.

조선시대의 명필가 한석봉은 공부를 등한시하고 놀다가 어머니로부터 회초리를 맞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아들은 글씨를 쓰게 하고, 자신은 떡을 써는 시합을 해서 어린 한석봉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 그러나 어머니의 회초리가 지금 시대엔 ‘가정폭력’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를 폭력이라고 보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사랑의 매’란 감정을 동반한 폭력이 아니라 절제된 훈육(가르침)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도 박 판사는 ‘사랑의 매’란 없다며 아동학대를 경계하고 또 경계했다.

울산에선 지난해부터 아동학대 사건이 자주 발생해 시민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어린이집을 중심으로 일어난 아동학대 사건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밥 먹기 싫다는 아이에게 폭력을 써서 억지로 밥을 먹이고, 끝없이 물을 먹이는 ‘물고문’을 하고, 꼬집고 때리고, 혼자 화장실에 있게 해 두고,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시키기도 했다. ‘미운 다섯 살, 죽이고 싶은 일곱 살’이란 말이 있지만, 아동학대로 밝혀진 일부 어린이집의 못난 짓거리는 감정이 개입된 분풀이성 폭력 그 자체였다. 이 사건들은 현재 재판 중이거나 1심 선고 후 처벌이 약하다며 피해 부모들이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아동학대 피해 부모들은 처벌이 약하다 보니 야동학대 사건이 빈발하는 것이라고 강력히 주장한다. 이들은 법원을 향해 양형기준에서 감형기준을 적용하지 말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감형기준에 전과 유무와 반성 정도가 반영되는데, 어린이집 종사자는 초범일 수밖에 없고 형식적인 반성문과 사과는 누구나 할 수 있어서 피고인들 대부분은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피해 부모들의 주장이다. 피해 부모들은 죄의 무게에 비해 너무 가벼운 판결이라고 울분을 토한다.

대법원은 아동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강화’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달 ‘양형위원회’를 열어 의견을 들었다. 아동학대치사죄의 신설로 양형기준이 더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울산지역 피해 학부모들은 대법원에 ‘가중처벌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훈육을 빙자한 ‘아동학대’는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사회가 아이를 키우는’ 아젠다가 공감대를 넓혀가는 지금 ‘위장된 사랑의 매’는 더 이상 설 자리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정인준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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